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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4차전, 감독의 결단이 바꾼 승부의 추

ThinkTanker 2015. 10. 30. 23:10

 

(4차전 결승타의 주인공은 민병헌이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SBS & KBO)

 

[승리를 부른 구원 투수 노경은의 호투]

[승부 포인트에서 결과가 예상될 정도로 부진한 삼성 타선]

 

감독은 결과론의 표적이 된다. 일이 제대로 풀리면 감독은 당장 천재가 된다. 반대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당장 목을 쳐야 할 바보 천치가 된다. 감독은 한 이닝 사이에도 천재와 천치 사이를 몇 번씩 오갈 수 있다.” <야구란 무엇인가> 레너트 코페트

 

이 말을 그대로 적용하자면 두산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최종적으로 천재였다. 처음에는 천치가 될 뻔했다. 자신이 기용한 선발 투수 이현호가 2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강판했다.

 

그러나 이후 등판한 구원투수 노경은은 또 한 번의 기막힌 선발 투수가 된 것과 다름없는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감독의 선택을 천재의 결단으로 부응했다.

 

두산이 다시 한 번 승리했다. 3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을 4-3으로 잡고 시리즈 전적 31패를 만들었다. 이제 우승까지 1승만 남았다.

 

스코어가 1점 차 승부고 9회초 삼성이 1사 만루의 역전 기회를 맞아 무슨 엄청난 접전이 벌어진 것 같지만 싱크탱커가 보는 실상은 달랐다. 마치 어제 경기의 재방송을 보는 것처럼 두산의 곰은 3차전에 이어 4차전까지 삼성의 사자 목덜미를 18이닝 동안 잡고 끈질 지게 놓지 않는 느낌을 주었다.

 

이유는 간명하다. 승부 포인트에서 너무나 명확한 결과가 예상될 정도로 두산은 해줘야 할 선수가 모두 해주고 삼성은 해줘야 할 선수가 모두 못해줬다. 그뿐이다.

 

두산의 테이블세터 정수빈과 허경민은 나오기만 하면 삼성 안방을 자유롭게 드나들 듯이 마음대로 출루한다. 3번 민병헌, 4번 김현수는 테이블에 차려진 밥을 아주 맛있게 먹는다. 중심타자라는 중심의 언어 값을 제대로 한다.

 

5회 이전에 많은 공을 던지는 두산의 투수들은 무너지지 않는다. 1~3차전의 선발 투수와 4차전의 노경은은 팀에 지속적인 안정감을 안겨줬다. 마무리 이현승도 최종적인 실점을 막는 것은 마찬가지다.

 

(삼성은 수비도 밀린다. 5회말 두산의 점수는 박석민의 보이지 않는 실책이 빌미가 됐다.

사진 출처 및 권리= SBS &KBO)

 

삼성을 보자. 테이블세터 구자욱은 출루를 몇 차례 했지만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9회 결정적인 만루에서 똑같이 범타로 끝났다. 그 이전에 2타점 적시타를 쳤지만 2실점 악송구 실책이 있었기에 도루묵이다.

 

3번 나바로는 1차전 3점 홈런 이후 타격감을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매번 홈런 스윙이다. 4번 최형우는 타석에서 도대체 무슨 공을 노리고 있는지가 의문일 정도로 들어오는 공마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 한국시리즈에서 1할 타자니까 90%는 아웃이다.

 

5번 박석민은 타석마다 하체가 뒤로 빠지는 무너진 스윙폼으로 일관한다. 4차전 6회초에도 바깥쪽 공을 이 폼으로 억지로 끌어당겨 병살타를 당한다. 9번 김상수는 바깥쪽 외곽의 높은 공만 던지면 무조건 배트가 나가 볼카운트 0B 2S에서 공격을 시작하고 이후 무력한 헛스윙으로 삼진을 당한다. 9회초 맞은 1사 만루의 황금 기회에서도 김상수는 힘없는 내야 땅볼로 돌아섰다.

 

삼성은 6회와 7회 각각 무사 1,2루와 무사 2, 91사 만루라는 동점 이상의 기회를 잡았지만 그 기회가 언급한 타자들에게 모두 걸렸다. 그래서 두산 입장에서 그다지 큰 위기로 보이지 않았다. 결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마운드 역시 다르지 않다. 삼성의 선발 투수는 5회를 넘기기 버겁다. 삼성의 1선발 피가로는 4차전도 5회를 넘기지 못했다. 변화구 제구가 전혀 안되다 보니 직구만 노리는 두산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 당했다. 류중일 감독이 423-3 동점에서 승부수를 띄우며 등판 시킨 차우찬은 딱 한 차례의 고비를 이기지 못하고 적시타를 맞아 실점했다. 이후 빛바랜 호투를 했다.

 

언급한 선수들은 1차전부터 4경기를 이어온 두산의 흐름 안에서 짜여진 각본처럼 거의 똑같이 움직였다. 삼성의 시리즈가 1승 3패 벼랑으로 몰린 것은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었다.

 

(노경은은 이날 사진처럼 환호할 만 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SBS & KBO)

 

노경은의 4차전 피칭은 한때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 시기의 노경은을 보는 것처럼 거의 완벽했다. 140km 후반의 힘 있는 직구와 포크볼로 삼성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뺐었다.

 

92개의 공을 던지며 22사부터 무려 81사까지 2피안타만 맞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등판하자마자 5회까지 10타자를 연속해 범타로 막아 삼성으로 흐름이 넘어가는 것을 차단했다. 자칫 혼란에 빠질 수 있었던 두산의 마운드는 노경은의 역투로 평상시 흐름을 되찾았다.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삼성에게 절호의 기회는 9회보다도 앞선 8회초였다. 11루에서 나바로가 친 큰 타구가 파울 홈런이 됐다. 5-4로 단숨에 역전할 수 있는 타구가 왼쪽 폴대를 살짝 벗어났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하늘이 만들어준다고 했다. 야구의 오랜 역사는 우승에 있어 ()’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말해왔다. 그 타구는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운이 어느 팀에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선명한 사진이 됐다.

 

삼성은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13패에서 두산을 뒤집은 어게인 2013을 기대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부의 큰 흐름과 운()을 바꿀 만한 선수단(특히 언급한 삼성 선수들)의 능력이 나오지 않은 이상 역사의 반복은 힘겨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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