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한국시리즈 3차전, 흐름을 놓치지 않는 두산 야구

ThinkTanker 2015. 10. 30. 00:05

 

(박건우는 침착하게 역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 KBO)

 

[장원준의 돋보였던 핀 포인트 제구]

[흔들리는 삼성의 우승 시스템]

 

1차전 오재일의 보기 드문 실책이 없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두산으로서는 시리즈 전적 3승 무패가 됐을지도 모른다. 우승에 1승만 남겨놓은 상황으로 전개 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론은 스윕 우승에 1승이 모자란 아쉬운 상상보다는 3경기 모두 삼성에게 경기 내내 흐름에서 앞섰다는 점에서 두산에게 희망적인 가정이다.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두산은 삼성에 5-1로 승리하며 그것을 증명했다. 시리즈 전적에서도 21패로 리드하게 됐다.

 

1차전 두산은 6회까지 8-4로 앞서다 다 잡은 경기를 내줬다. 2차전은 니퍼트의 완벽투로 삼성 타선을 시작부터 끝까지 지웠다. 3차전은 1회초 선취점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순간 삼성을 눌렀다.

 

야구에서 공격은 길게, 수비는 짧게하는 팀은 이길 수밖에 없다. 두산의 3차전이 그랬다. 두산은 1회부터 6회까지 매 이닝 주자가 나가며 삼성 마운드를 괴롭혔다. 1,2회말 각각 1명의 주자, 3회말 1사 만루, 4회말 박건우의 2타점 적시타 포함 22, 5회말 1사 만루에 이은 1득점, 역시 6회말 1사 만루에서 얻은 2득점으로 활발한 타선을 이어갔다.

 

잔루가 많아 아쉽다는 느낌보다는 상대를 계속 갉아먹는다는 비유가 더 적합할 정도로 집요하게 타석에서 삼성 선발 클로이드를 물고 늘어졌다. 6회까지 사사구를 8개나 얻어냈고 4회말 박건우처럼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상대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받아쳤다.

 

보통 야구에서 득점하는데 1경기에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두산은 이날 5, 6번의 기회를 잡았다.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매이닝 이렇게 많은 타자가 출루했다는 것은 두산 타자들이 삼성 마운드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 KBO)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우리가 강한 선발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의 복안은 3차전까지 완전히 무너졌다. 삼성 마운드는 3경기 동안 피가로, 장원삼, 클로이드가 두산 타선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부분 5회 이전에 조기 강판하거나 구원투수에게 리드를 안겨주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의 1,2,3 선발 싸움에서 두산이 모두 삼성에 앞서다보니 당연히 두산의 수비 시간은 삼성에 비해 짧다. 1차전 유희관은 노디시젼 경기를 했지만 어쨌든 6이닝을 버텨줬고, 2차전 7이닝을 막은 니퍼트는 말할 것도 없다. 3차전 장원준은 니퍼트 이상이었다. 7.2이닝을 소화했다.

 

3차전 승리의 주역은 단연 장원준이었다. 이날 장원준이 얼마나 좋은 투구를 했나를 보여주는 장면은 삼성의 6회초 1사 이후 배영섭을 상대한 타석에서 극명하게 나왔다.

 

최종 결과는 배영섭의 볼넷이었다. 그러나 아래 사진에 장원준이 던진 7개의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온 지점을 보자. 모두 선에 걸치거나 공 반개가 들락날락하는 로케이션이다. 이날 장원준은 핀포인트 제구의 마술사였다. 슬라이더와 직구가 타자가 판단하기 매우 힘든 스트라이크 존 라인에 구석구석 파고들며 삼성 타선을 농락했다.

 

(장원준은 핀포인트 제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 KBO)

 

배영섭은 오히려 공을 잘 골라내 1루에 나간 것이었다. 특히 볼넷이 된 7번째 유인구는 배영섭의 안쪽 무릎 쪽으로 날아오다 아래로 예리하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였는데, KBS 이용철 해설위원이 더 이상의 유인구는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누구라도 쉽게 배트가 나올 만한 너무 잘 던진 공이었다. 배영섭이 얻은 볼넷은 삼성이 이날 얻은 유일한 볼넷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장원준이 배영섭에게만 이렇게 던진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장원준은 1회초 1실점을 포함해 29개의 공을 던지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우천 중단 이후 2회부터 안정을 찾으며 2회초 1사부터 6회초 1사까지 무려 12타자를 연속해 범타로 처리했다.

 

그 사이 두산은 5-1로 리드를 잡았고 그것으로 경기는 끝이었다. 삼성 타자들은 3차전 장원준이 던진 127개의 투구를 바라봤다. 그러나 한복판에 몰리는 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나바로는 이날 고개를 숙였다.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 KBO)

 

삼성은 3차전에서 무기력한 야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타선, 투수, 수비 모든 부분에서 두산에게 밀리며 고전했다. 나바로의 결정적인 실책이 나오는 순간은 챔피언의 위용을 느끼기 힘들었다. 이승엽이 선발 출장하지 못한 것은 상징적이었으며, 구자욱의 좌익수는 불안해 보이는 등 팀이 가진 견고했던 우승 시스템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한국시리즈가 플레이오프와 다른 점은 흐름의 호흡이 두 번 있다는 점이다. 53선승제는 한 번의 흐름으로 시리즈가 사실상 결정되지만, 74선승제는 시리즈 전적을 앞서는 팀의 흐름이 이어질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두 번째 호흡 지점이 있다.

 

여기서 뒤지는 팀이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우승은 쉽지 않다. 삼성에게 2013년 우승처럼 그런 한 번의 호흡 지점이 있다는 점은 희망적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Must Win Game’이 된 4차전은 절박하다.

 

By ThinkTanker (Copyright. <창조의 재료탱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불법 퍼가기,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