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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그랑프리 엿보기..트리플나인 우승할까

ThinkTanker 2015. 12. 12. 00:05

 

 

 

[대통령배 우승마의 강세, 3년 연속 이어질까]

 

그랑프리 대상경주는 프로야구로 치면 한국시리즈다.

 

한 해 경마의 대미를 마무리하는 최강마들의 각축장으로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귀한 경주다. 여기서 우승하는 말은 그 해의 가장 강한 말이라는 닉네임을 붙일 수 있을 만큼 희소성과 가치가 크다. 해외에서는 이 정도 급의 유명 경주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톱기사로 다룬다.

 

하지만 국내에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사람들에게 스포츠 빅이벤트로 통하는 반면, 그랑프리 대상경주는 언급하는 순간, 또 그 유명한 도박꾼으로 싸잡아 매도된다. 통계로 보면 올해 프로야구가 목표로 하는 연인원 관중수가 700만 명이었다. 반면, 한국 경마는 한 해 마토를 한 번이라도 구입하는 사람이 2,000만 명에 가깝다.

 

프로야구 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많은 인원이 참가함에도 미디어나 사람들에게 금기어처럼 가려지는 이 희귀한 문화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심지어 모 포털에서는 경마 관련 포스팅을 쓰면 해당 글이 검색에서조차 걸러진다. 그래서 선입관의 배제와 인식의 전환은 한국경마가 숙명처럼 풀어나가야 숙제인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 해도 아무튼 좋다. <창조의 재료탱크>는 그동안 경마의 밝은 면을 부각하고 경마가 창의성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글을 몇 차례 작성한 적이 있다. 1213일 일요일 9경주로 펼쳐지는 그랑프리 대상경주(G)도 최대한 유사한 관점에서 접근했다. 몇 가지 내용들을 단평으로 정리해봤다.

 

(2014년 그랑프리 경주 모습, 사진 출처 및 권리=한국마사회)

 

어려워진 그랑프리, 부경마 강세

 

서울 시대의 마지막 영광은 2008년 그랑프리까지였다. 이후 그랑프리부터 부경마들이 참가하면서부터 예상이 어려워졌다. 도무지 부경마들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이유는 이질감이다. 부산에서 뛰었던 말을 직접 과천의 주로에서 자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면으로 보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몇 차례 오픈 대상경주에서 격돌하는 것을 통해 간접비교는 할 수 있지만 2008년까지 서울에서 통합적으로 운영됐던 그 시절 그랑프리만의 집중력 있는 분위기는 안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부산 경마팬들도 서울팬들처럼 서울말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는 것이다.

 

2009년 첫 번째 부경마들이 참가한 그랑프리에서 우승마는 서울의 동반의 강자였다. 하지만 이후 5년간 4차례나 부경마들이 우승마를 싹쓸이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서울은 마이너리그, 부경은 메이저리그라는 자조적인 소리도 한다.

 

다만, 올해는 이신영 조교사의 말처럼 과거와는 달리 부경마들의 전체적인 전력 층이 예년보다 약간 낮아져 서울 말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양상을 띄게됐다. 확실히 부경의 명마 '벌마의 꿈'이나 '경부대로'가 나온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통령배 우승마는 무조건 그랑프리 축마?

 

그랑프리 한 달 여전에 열리는 대통령배 대상경주는 최근 2년간 그랑프리 우승마 예상에 큰 역할을 해냈다. 2013년과 2014년의 그랑프리 우승마 인디밴드와 경부대로는 모두 그 전 대통령배에서 우승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랑프리는 직전 경주의 상승세가 매우 중요한데 전초전 격의 대통령배에서 우승한 흐름이 그랑프리까지 이어진 측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올해 대통령배 우승마는 트리플나인이었다.

 

(김효섭 조교사는 기수 현역 시절 조리있는 언변으로 인터뷰를 잘하는 기수 가운데 한명이었다.

이번 그랑프리에는 클린업 시리즈의 말 두 마리를 출전시킨다. 사진 출처 및 권리=한국마사회)

 

그랑프리는 '댓길이'가 잘 안 나온다?

 

전통적으로 굳어진 경마공원의 속설이다. 그랑프리는 소위 최저 배당이라는 인기 1, 인기 2위마의 복승식 조합 댓길이가 잘 안 나온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5년간의 그랑프리에서 댓길이가 나온 것은 딱 한 번 2009(동반의강자-불패기상)이 유일했다. 확률로 따지면 94%는 최저 배당이 무너졌다.

 

인기마에 대한 부담감도 있겠지만 최강마들이 모인 경주인만큼 경주 중 여러 가지 변수가 속출한다는 것이 이유가 될 것이다. 올해 그랑프리는 아직 어떻게 최저 배당이 형성될지는 알 수 없다. 팬들의 인기투표에서는 674표를 얻은 김영관 조교사의 관리마 트리플나인이 1, 2위는 549표를 얻은 볼드킹즈가 차지했다.

 

이겼던 말이라도 다시 질 수 있다

 

아직도 싱크탱커는 2002년 그랑프리를 잊지 못한다. 그해 최저 배당은 다함께-쾌도난마로서 이건 거의 '4천만의 댓길이'였다. 다함께가 얼마나 강한 말이었나. 쾌도난마는 또 어떠했나. 두 마리 모두 각각 그랑프리 직전 YTN배와 뚝섬배에서 그랑프리 출전마들을 거의 5마신 이상 크게 이겼던 말들이었다. 심지어 다함께는 9마신 이상 이기고 여유 우승을 했었다.

 

한 달 뒤 다함께와 쾌도난마는 그 부족한 말들과 그랑프리에서 다시 맞붙었다. 당당하게 나란히 인기 1,2위였다. 그러나 이게 웬걸. 다함께와 쾌도난마는 꼴찌에서 나란히 1,2위를 했다. 이게 경마고 이게 그랑프리다. 올해 그랑프리도 이전 경주에서 크게 이겼던 말이라고 해도 2002년의 다함께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지난해 그랑프리 우승마 경부대로, 사진 출처 및 권리=한국마사회)

 

그럼 개별 마필에 대해 알아보자. 이하 마필에 대한 개인적 느낌에 취사선택하기를 권한다.

 

1. 신데렐라맨 = 부경에서 서울로 온 말이다. 분명히 약한 말은 아니다. 통산 전적도 훌륭하다. 하지만 나는 그랑프리를 노리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말 보다는 기수가 무섭다. ‘과천의 황태자문세영은 큰 경주에 강하고 어떤 말이든 타면 능력의 120%를 끌어내는 기수이기 때문이다.

 

2. 감동의 바다 = 이 말이 2012년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면서 우승터치와 함께 대이변을 연출한 충격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한다. 당시 경마공원에서는 10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그때 만해도 깜짝쇼나 펼치고 사라지는 말 인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명마였다. 그랑프리 우승마는 아무 말이나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는 6세로 지는 해가 된 것은 맞다. 그럼에도 감동의 바다는 쉽게 삭제할 말이 아니다. 마지막 그랑프리 출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장마 최후의 한 발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 최근 착순도 하락세가 아니었다. 연속해서 두 번 우승을 이어가는 흐름이었다.

 

출주주기 5개월의 공백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보렐리 기수는 불안 요소다. 그런데 마방의 김욱 조교보는 마사회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기수와 말 상태가 너무 좋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욱 조교보 "그랑프리를 준비하면서 떨어진 컨디션을 다시 끌어올려서 훈련했는데,
의외로 말 상태가 너무 좋다." 사진 출처 및 권리= 한국마사회)

 

3. 노바디캐치미 = 전성기가 꺾인 말이다.

 

4. 언비터블 = 올림픽 참가 정신이 아닐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좋아했던 말이다.

 

5. 고지정벌 = 부담중량이 대폭 늘었다. 부담중량을 떠나 이 말은 아직은 조금 더 강한 상대와 붙어보는 경험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6. 볼드킹즈 = 역시 고지정벌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최근 상승세는 돋보이나 그랑프리를 제압할 만한 선입력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상대가 강해졌다.

 

7. 담양축제 = 하락세다. 전력도 열세다.

 

8. 클린업천하 = 혈통적으로는 약간 짧다고 알려진 말이다. 같은 마방의 클린업조이에 비해 전력도 다소 떨어진다. 다만 16번의 경주 중 무려 15번이나 3착안에 든 꾸준한 저력이 눈길을 가게 만든다. 이런 꾸준한 말은 편성이 어떻게 변하든 자기 걸음을 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도 4세라 지금이 전성기다. 부중도 줄어들어 복병의 가치는 있는 말이다. 김효섭 조교사는 이 말에 대해 "굳이 어떤 큰 요구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인터뷰 했다.

 

9. 간다이 = 역시 올림픽 정신으로 본다.

 

(트리플나인, 사진 출처 및 권리= 한국마사회)

 

10. 트리플나인 = 김영관 조교사는 또 하나의 명마를 만들어냈다. 현재 최강마다. 3세마라 부담중량까지 너무 유리하다. 이 말에 55.5kg면 날개를 달아준 것과 다름없다. 직전 대통령배에서 록밴드를 넘어서며 탄력을 잃지 않고 결승선에 들어오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상당히 많은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 부담감을 벗고 자기 레이스를 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김욱 조교보는 "대통령배 우승 이후 오히려 말이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고 말했다.

 

11. 금포스카이 = 역시 부경에서 잘 나갔던 말인데 과거의 선두력 만큼은 아니다직전 대통령배에서는 직선에서 다소 힘이 부친다는 느낌을 줬다.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게이트도 외곽으로 밀렸다.

 

12. 소통시대 = 말의 성장 곡선으로 비유하자면 전형적인 ‘Late’형 마필이다. 데뷔 초기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커가면서 말이 강해지고 있다. 직전 대통령배에서도 부경의 강한 말들과 직선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서울말들 가운데 주목해서 보고 있는 말이다. 록밴드와 거의 착차 없이 들어왔다. 베테랑 하재흥 조교사에게 첫 번째 그랑프리 출전의 영예를 준 말이다.

 

13. 헤바 = 감동의 바다와 더불어 이번 그랑프리에서 유이한 암말이다. 경마에서는 수말이나 거세말이 위주가 된 편성에서 암말들이 힘을 잘 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근 두 차례의 암말 대상경주에서 연속해서 입상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걸음도 다 나오고 정상 전력의 감동의 바다보다는 한수 아래의 암말이나 클린업천하와 더불어 복병의 가치는 있는 말이다.

 

14. 천재보고 = 부경에서도 그렇게 강한 말은 아니었다.

 

15. 치프레드캔 = 장거리 경주에 기대감을 주는 서울의 전형적인 추입마다. 뛰는 모습을 보면 예전 새강자를 살짝 연상시킨다. 후미에 있다가 뒷 직선 주로에서 힘을 내며 올라오다 4코너에서 앞으로 치고 나온다. 직선에서 남은 힘을 성큼성큼 발휘하며 결승선에 들어온다. 이렇게 파워풀하게 뛰어준다면 2300미터 그랑프리에서는 분명히 강점으로 나타날 말이다.

 

출주주기가 15주로 다소 길어진 것이 약점이나 이미 지난 5월에 우승하고 8월에 출전해서도 대상경주에 입상한 이력이 있다. 박천서 조교사는 이 부분에 대해 "뛰고 나면 말이 가냘프다보니 회복기간도 필요해서 8월에 출전하고 나서 여태까지 그랑프리를 대비해서 출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을운 기수의 추입 타이밍과 얼마나 외곽을 덜 도느냐가 중요할 전망이다.

 

16. 클린업조이 = 참 좋은 말인데 늦발 악벽이 문제다. 지난 531일 경주에서는 심지어 출발과 동시에 게이트에 갇혀버리고 1초 정도 늦게 출발했다. 그럼에도 2착을 했다. 그 정도로 능력은 있는 말이다. 동시에 계륵 같은 말이다. 서울말 가운데 가장 강하다고 보고 있다.

 

(클린업조이는 발주 악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진 출처 및 권리= 한국마사회)

 

레이스 전개 및 총평

 

섣부른 예상은 하지 않겠다. 결국 최종 조합은 그랑프리 당일 현장에서 결정될 것이다. 다만 그랑프리는 신세대 이후 강력한 선행마가 2300미터를 뺑 돌면서 그대로 들어오는 그림은 잘 나오지 않는다. 결국은 2선의 선입마와 추입마가 레이스를 지배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2015 그랑프리는 출전마 16마리 가운데 감동의 바다를 제외하고 모두 최근 4차례 경주에서 선행을 나갔던 말은 단 한 마리도 없다.

 

그만큼 아주 빠른 말은 없고 대부분 선,추입마 일색이다. 감동의 바다는 전성기가 지나 마방에서 선행이 아닌 선입 작전을 쓰겠다고 말했다. 금포스카이 역시 선행 강공을 하기에는 게이트가 불리하다. 어떤 조교사가 다른 말을 가지고 기습적으로 선행 작전을 구사할 수도 있지만 위험부담이 클 것이다. 같은 마방에서 2마리를 출주시킨 조교사는 양동 작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이점에서 선두력과 선입력을 같이 보유한 트리플나인은 2선에서 유리한 레이스를 끌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트리플나인을 압박할 강한 선입마는 상대적으로 추입마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해마다 그렇지만 그랑프리는 최종적으로 직선에서 빨랫줄 싸움, 추진력 싸움이다. 강단을 끝까지 잃지 않는 말이 우승의 영광을 차지할 것이다.

 

누가 들어오든 재미있는 레이스가 될 것이다. 당신이 경마를 잘 몰라도 관계없다. 그래도 그랑프리는 한 번쯤 봐줘야 할 경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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