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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인연의 의미...효린, 윤민수, '이선희 인연' 7인 가상합창

 

(사진: 7인이 함께 부르는 이선희 인연, 가상합창)

 

 

[인연의 메타언어 조지훈 승무’...그리고 이선희 인연’]

 

인연의 소중함과 깊이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화엄경은 2천겁의 인연으로 하루를 동행한다고 했다. '()'은 버선발로 승무를 추어 바윗돌 하나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다. 21세기 최첨단 IT기술로 개발된 그 어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이 시간은 물리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하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그래서 인연의 시간을 메타언어’ <승무(僧舞)>로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승무는 승려의 옷차림을 하고 버선발로 추는 한국 전통 춤의 정수다. 버선발로는 도토리묵은 으깰 수 있을지는 모르나 바윗돌이라는 인연은 발로 쉽게 뭉갤 성질의 단어가 아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중략)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중략)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교과서에도 수록됐던 이 한국문학의 보물 <승무>를 위해 조지훈은 인연을 스스로 만들었다. 한 절에서 어느 여성의 승무를 처음 보고 그는 설명할 수 없는 예술적 영감에 깊은 시상을 느끼게 된다. 1956년 발행된 <시의 원리>에서 조지훈은 이 순간을 ()가 파한 다음에도 밤늦게까지 절 뒷마당 감나무 아래서 넋없이 서있는 나를 깨닫지 못했다고 표현했다.

 

한 편의 시는 쉽게 탄생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승무의 불가사의한 선율을 안고 이듬해 늦은 봄까지 글을 쓰지 못하며 지내다 또다시 몇 달이 지난 그해 가을 영산회상의 한가락을 듣고 본격적인 시를 쓰기 시작한다.

 

언어를 끌어올리는 작업은 고되고 힘겨웠다. 스무 줄로 된 한 편의 시를 위해 사흘동안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 장삼(長衫)의 미묘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조지훈은 괴로움의 과정을 겪었다고 했다. 결국 8줄이나 되는 묘사를 결국 지워버리고 단 두 줄로 된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라는 명문장이 탄생했다. 구상한지 거의 1, 집필 이후 7개월만의 일이었다.

 

승무의 주제는 문학의 칼로 재단하면 인간 번뇌의 종교적 승화이다. 그러나 싱크탱커는 이 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믿는다. 눈앞에 보이는 한 여자의 춤은 시인의 마음을 움직였고 언어를 움직였고 독자를 움직였다. 조지훈은 그녀가 어떤 이유로 속세를 버리고 승려가 되었는가는 말하지 않는다. 인연의 의미는 때로 말로 다 하지 못할 만큼 아름답고... 또 아프기도 하다.

 

인연은 현대에도 많은 대중가수들이 노래하는 주요 소재가 됐다. 한국의 전설적인 여성보컬 이선희의 인연은 대표적인 노래다.

 

모든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이선희가 직접 작사했다. 노래 실력만큼이나 그녀의 작사 실력도 뛰어남을 느낄 수 있다. 13나는 가수다에서 탈락한 효린이 부른 이선희의 인연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마라톤을 하는 느낌이었다. 최선을 다해 열창하는 모습은 훌륭했지만 기본적으로 이 노래가 담고 있는 깊이와 정서에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가상 음악은 효린, 이수영, 윤민수, 신용재, 홍진영, 히든싱어 우연수 등이 이선희와 함께 콜라보로 인연을 부르는 7인의 가상 합창곡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만든 가상음악 가운데에서는 가장 연결이 매끄럽고 퀄리티가 좋다. 그리고 역시나 7인의 목소리 중에 가장 빛나는 목소리는 원곡자인 이선희의 음성이었다.

 

 

 

승무의 문장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는 국어의 수사법상 역설법의 대표 예시로 쓰인다. 문득 인연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고마운 인연도..또 서러운 인연도 생기게 마련인 것을.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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