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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기법

이진아 '사는게 니나노'와 페이코 광고...유감

 

(사진= SBS)

 

[이진아의 음악 사는게 니나노가 인상적인 이유]

[하지만 내가 페이코 광고에 공감가지 않았던 이유]

 

이진아 신드롬의 결정적 기폭제가 된 곡은 박진영이 나 음악 그만 둘래요를 외치게 만든 그녀의 자작곡 마음대로이다.

 

원래 이 곡은 이진아가 밝힌 대로 강아지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강아지의 마음을 또 다른 여러 가지의 사랑으로 연상시키는 효과를 나았다. 당시 K팝스타 방송 화면에 마음대로를 소개하면서 이진아의 육성과 이미지 그리고 엎드려 눈을 맞고 있는 개의 영상이 함께 오버랩 됐었다.

 

그때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쩜 그렇게 이진아는 강아지와도 이미지가 잘 조화될까. 사실은 크리에이터라면 무엇과도 융화되고 융합될 수 있어야 유리하다. 싱크탱커가 오래전부터 이진아를 크리에이터로 규정한 이유는 그녀의 음악은 물론이고, 그녀의 이미지마저도 여러 가지에 녹아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융합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진아의 음악은 광고 시장에서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최근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

 

처음에 그녀는 키보드와 함께 이번에도 마음대로와 유사하게 강아지와 나타났다. 정확하게 차이가 있다면 강아지가 아니라 그때보다는 얼굴이 달라진 조금 더 큰 개였다.

 

(사진= 페이코)

 

이진아가 연주하는 멜로디를 듣는 개는 정말로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 같았다. 하얀색 옷과 하늘색 운동화를 신고 살포시 핑크색 건반에 손을 올린 이진아의 모습 옆에, 세상의 아무런 걱정도 없이 엎드려 그녀의 음악을 듣는 개와의 합성 이미지는 순백의 천사인간의 변함없는 친구강아지였다. 완벽한 그림, 완벽한 니나노였다.

 

동물도 모차르트의 음악에 반응한다고 했다. 그럼 혹시 개도 이진아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이진아의 팬으로서 이런 과도한 생각까지 들 정로로 음악 또한 역시나 이진아였다.

 

그녀는 사는게 니나노를 특유의 가녀린 목소리로 불렀다. 멜로디와 가사의 일부는 국악의 태평가를 차용했다. 이제 이진아의 영역은 광고와 뮤지컬, OST에 이어 국악까지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듣기에 정말로 좋았다. 몇 소절만 들어도 이제는 이진아 음악이라는 스티커가 머릿속에 부착됐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융합의 자연스러움이었다. <창조의 재료탱크>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창의성의 핵심인 융합은 잘 못 쓰면 견강부회(牽强附會)가 된다. 음악뿐만 아니라 텍스트도 마찬가지다. AB를 합성했는데 어울리지 않고 거북하거나 합성 이후 원래의 주제로 돌아오지 못하면 그냥 의미 없는 짬뽕밖에 되지 않는다.

 

이진아는 다르다. 그녀의 합성에 어색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는게 니나노음악을 들어보면 노래 39초 지점부터 52초까지 얼싸 좋다. 얼씨구나 좋아. 벌 나비는 이리저리 펄펄펄. 꽃을 찾아서 날아든다라고 노래하는 부분이 있다. 그때 갑자기 귀가 색다른 멜로디에 환기된다.

 

여기서 그녀가 쓴 창의성 기법은 변형이다. 멜로디를 들어보신 분들은 짐작할 것이다. ‘사는게 니나노의 주 멜로디는 태평가와 매우 흡사하다. 그런데 새롭게 들린다. 이유는 39초 지점의 얼싸 좋다 부분 때문이다. 여기서 음악 분위기를 그녀는 살짝 틀었다.

 

그래서 태평가를 찾아서 들어봤다. 태평가에서도 이 부분이 똑같이 변형으로 쓰였을까. 아니었다. 듣고 다시 느꼈다. 제대로 된 변형이었다. 태평가에도 똑같이 이진아가 노래한 39초 부분의 얼싸 좋다. 얼씨구나 좋아가 나온다. 그러나 태평가에서는 이 멜로디가 원래의 주 멜로디를 따라가는 주제의 일부분으로 쓰였다. 이진아는 그 부분을 따왔지만 멜로디를 틀어 사는게 니나노의 변형 멜로디로 꾸며 태평가처럼 평범한 멜로디의 반복을 없애버렸다.

 

그러면서도 다시 52초 부분의 청사초롱에 불 밝혀라. 잊었던 낭군이 다시 온다에서 원래의 주제 멜로디로 무리 없이 돌아온다. 일체의 어색함은 없는 변형과 융합의 교과서였다.

 

(사진= 페이코)

 

그런데 약간 석연치 않았다. 그 광고는 티저 광고였다. 무엇을 광고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사는게 니나노’ CF송은 이진아 외에도 지코, 우쿨렐레 피크닉 버전이 있었다. 궁금증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 광고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무엇을 광고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말은 무엇을 어떻게 광고하느냐에 살짝 걱정이 들었다는 것과 같았다.

 

극단적으로 가정해보자. ‘사는게 니나노가 적용될 수 있는 광고의 영역은 거의 무한대다. 사는 것, LIFE에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그 LIFE가 니나노가 된다면 모든 것에 최상의 결과가 된다. 하지만 그 니나노의 광고 대상이 발기부전제나 급전 대출 광고였다고 해보자. 그랬다면 이 얼마나 어색한 음악이 됐을까.

 

이진아의 순백의 이미지와 인간의 친구 강아지가 천하태평의 평화로운 감정으로 노래한 대상이 발기부전제와 대출이라니...이런 어처구니없는 가정을 한 이유는 이진아와 이진아 음악의 이미지가 어떻게 광고에 표현되는지가 팬으로서 중요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광고는 아니었다. 광고의 정체는 ‘LIFE’가 아니라 ‘Purchase’였다. 사는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는 것이라는 한글의 동음을 이용한 영민한 광고 전략이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자사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페이코(Payco)’였다.

 

페이코(Payco)는 아이디와 여섯 자리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오프라인 상점에서 스마트폰 터치 기능으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온/오프라인 겸용 결제 서비스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출력된 페이코 광고 화면을 보고 나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이진아의 멜로디와 광고 화면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내가 음악을 듣고 받았던 사는게 니나노의 감성은 이진아 음악 자체가 주었던 음악의 훌륭함과 태평가가 주는 삶의 평화로운 여유였다. 인간의 친구 강아지도 부드럽게 동참했었다.

 

(사진= 페이코)

 

그런데 페이코 광고화면을 보자. 이 광고는 30초 동안 모두 22번의 장면 전환이 빠르게 이어진다. 광고 모델이 특별히 부각되지 않은 채 도합 15차례 페이코 스티커를 붙이는 화면이 반복된다. 일상생활에서, 나이트클럽에서, 길 가다가 여자가 남자의 엉덩이에 갑자기 찰싹하고 페이코 딱지를 붙인다.

 

이렇게 스피디한 어지러운 화면들에 과연 이진아의 사는게 니나노태평가가 어울린다고 할 수 있을까.

 

화면의 맥락과 음악의 맥락은 조화되지 않았다. 빠른 스피드로 사라지는 22차례의 광고 화면과 처음 티저 광고에서 준 멜로디의 풍부한 감성 연결은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페이코 딱지에 "사는게 니나노"라는 멜로디의 언어와 구매의 "사는 행위"를 이진아의 목소리를 빌려, 페이코를 통해 사면 "니나노"라고 연상시킬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이진아의 티저 광고 목소리는 이런 목소리의 사용이 아니었다. 그 순간 하늘색 운동화, 핑크색 키보드, 흰색 강아지의 최초 감성은 순간적으로 모두 날아갔다. 

 

차라리 처음부터 티저 광고를 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상품의 정체를 밝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랬다면 이 정도로 어색하게 화면과 음악의 불협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다. 티저 광고가 언제나 대중들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기대와 궁금, 감탄과 음악의 감동이 실망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화면에 이진아의 음악이 사용됐다. 사진= 페이코)

 

이진아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이미지에 고정될 필요도 없고 소수만 느끼는 매니아의 음악이 되어서도 물론 곤란하다. 그러나 광고를 만드는 광고 책임자는 상품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모델의 이미지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 모델을 좋아하는 팬이 모델이 광고에 활용됐다고 느꼈다면 그 광고는 성공이다. 그러나 조화스럽지 않게 이용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 광고와 대상 상품은 절대로 친화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해 방지를 위해 다시 정리하겠다. 페이코 광고에 이진아 음악이 쓰인 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 광고의 표현 방식이 티저 광고의 첫 느낌, 이진아의 음악 사는게 니나노와 매치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페이코 광고도 어느 크리에이터가 만들었을 것이다. 티저 광고에 이진아를 노출시킨 전략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이진아의 뛰어난 멜로디와 목소리를 복잡한 화면과 함께 구매 결제 서비스에 합성했다. 그래서 내가 느낀 결과는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4자성어와 같다.

 

견강부회(牽强附會)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광고를 좋아하는 것 같다. 광고 인지도와 매출이 늘고 페이코가 잘 팔린다면 성공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글쎄...

 

나는 이 광고가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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