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크리에이터

케빈 오웬스, 전혀 보지 못했던 창조적 레슬러

 

(사진= WWE.com)

 

[‘WWE 괴물 루키케빈 오웬스는 왜 새로움을 줄까]

[케빈 오웬스 vs 존 시나의 역대급 경기]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안다.

 

학창시절 그런 친구들 꼭 있다. 얼굴과 체형만 보면 나 운동 잘 못해라고 쓰여 있다. 얼굴에는 살이 많고 몸은 불었다. 전체적인 움직임도 둔하다.

 

최근 프로레슬링 WWE에서 믿고 보는 선수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케빈 오웬스(35)의 첫 인상이 딱 그랬다. 그의 외모는 운동 못하는 굼뜬 학생의 전형적인 이미지였다. 설상가상으로 얼굴까지 언뜻 보면 불만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듯 다소 비호감이다.

 

WWE가 어떤 곳인가. 스포테인먼트의 토털 패키지가 펼쳐지는 곳이다. ‘섹시가이로만 레인즈를 보라. 몸 좋고 외모 수려한 운동 잘하는 남자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수 없이 위험한 기술이 인간의 신체에 몇 초마다 가격되는 곳이다. 그는 프로레슬링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보였다.

 

잘못된 선입관이었다. 역시 사람은 외모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오웬스가 WWE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너무나 놀라웠다. 그의 경기들을 보고 다음과 같이 선입관을 수정해야 했다. “케빈 오웬스는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창조적 레슬러이다.” 그 이유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사진= WWE.com)

 

1. 체형을 뛰어넘은 유연성과 스피드

 

몸부터가 새롭다. 도대체 체형이 얼마나 이상할까. WWE 홈페이지에 기록된 오웬스의 키는 182cm. 생각보다는 작았다. 그런데 몸무게가 무려 122kg이다. 이 키에 이 몸무게라면 이건 완전 고도비만이다.

 

오웬스와 같은 신장인 프로야구 진갑용(삼성 라이온즈)의 몸무게가 90kg이다. 진갑용의 키와 몸무게도 타석에 서면 꽉 차 보이는 육중한 체형이다. 그런데 오웬스는 182cm122kg이다. 상상이 가는가. 참고로 프로레슬링은 야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몸의 움직임이 펼쳐지는 스포츠다.

 

혹시 근육질로 이루어진 몸은 아닐까. ·하반신을 많이 가린 옷을 입고 경기를 해 정확한 근육 상태를 보기는 어려워도 노출된 팔이나 다리를 보면 특별한 근육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뚱뚱자체다.

 

그럼에도 오웬스는 이 몸을 가지고 공중에서 문설트를 한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문설트는 코너 상단에서 몸을 거꾸로 뒤집으면서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면서 바닥에 쓰러진 상대의 몸에 떨어지는 공격기술이다.

 

보통은 신장이 작거나 가벼운 선수의 전유물이다. 주로 프로그 스플래쉬를 피니시로 썼던 랍밴댐(RVD)이나 고인이 된 테크니션에디 게레로가 대표적이다. 비교적 몸이 육중했던 커트 앵글도 종종 문설트를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앵글의 체형은 오웬스에 비해 슬림한 183cm109kg였다.

 

(사진= WWE.com, 믿기 힘든 케빈 오웬스의 움직임)

 

문설트의 자유자재 사용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오웬스의 놀라운 유연성이다. 기본적으로 WWE 선수들은 몸이 유연하지 못하면 선수 생활을 할 수가 없다. 부상의 위험 때문에 각자 체형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고 경기를 이끌어간다. 거인 캐릭터 빅쇼나 마크 헨리가 공중기를 주로 쓸 수 없는 이유는 체형이 거구인 이유도 있지만 체형을 뛰어넘는 유연성이 없기 때문이다.

 

오웬스는 이 체형을 뛰어넘는 유연성을 갖췄다. 자신의 공격 순간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공격을 당할 때 몸이 연체동물처럼 구부러지는 모습을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유연성 말고도 스피드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레이 미스테리오 같은 기민한 움직임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체형을 넘어서는 스피드다. 굼뜨거나 느리다는 느낌은 전혀 주지 않는다. 그가 쓰는 스플리트 레그드 문설트는 균형 감각이 없고 몸이 빠르지 않으면 도저히 나오기 힘든 기술이다.

 

2. 놀라운 경기력

 

유연성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경기력도 발군이다. 이미지나 외모가 좋아도 경기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있다. 헐크 호건이 대표적이다. 호건은 선수 생활 내내 떨어지는 경기력을 포장된 이미지로 보완한 성공적 레슬러였다.

 

케빈 오웬스는 호건과 대척점에 서 있는 레슬러다. 이미지와 외모가 떨어지는데 반대로 경기력이 월등한 유형이다. 보통의 WWE PPV는 레슬러들끼리도 쉬는 타임이 있다. 나일론 서브미션을 하거나 링 밖에서 체력을 보충한다. 숨을 고르는 경기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오웬스의 경기는 도무지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경기 흐름이 시작부터 끝까지 꽉 차 있는 이런 선수는 본 적이 없다. 이유는 레슬링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술을 시연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래플로 대표되는 잡기부터 언급한 공중기, 그라운드 서브미션, 펀치와 킥, 로프 이용 기술들을 적절히 배합한다. 다음 기술은 무엇이 나올지 큰 기대감까지 준다.

 

오웬스의 피니시 기술인 팝업 파워밤(Pop-up Powerbomb)은 창조적 기술이다. 파워밤하면 과거 케빈 내쉬가 보여준 거대하고 무거운 움직임이 먼저 떠오른다. 상대를 자신의 머리 위로 목마를 태우듯 들어 올렸다가 링 바닥에 내리꽂는 기술이 파워밤이다.

 

(사진= WWE.com, 케빈 오웬스의 피니시 팝업 파워밤)

 

오웬스의 파워밤은 다르다. 마치 팝업창을 인터넷 창에 띄우듯 스마트하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상대의 탄력을 이용해 두 팔로 상대를 공중에 띄우면서 폭발적인 파워밤을 가한다. 그만큼 더 상대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지난 614<머니 인 더 뱅크>에서 존 시나와 오웬스가 벌인 경기는 오랜만에 보는 PPV 역대급 경기였다. 수준 높은 프로 레슬링 기술의 파노라마였으며 마지막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경기 흐름과 최종 결과는 매우 잘 만든 평점 9.5점짜리 영화였다. 시나라는 뛰어난 레슬러가 파트너였다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한몫했다. 호건이 오웬스의 경기를 보고 나서 하던 일을 잊고 말았다. 모든 것을 갖춘 인재라고 극찬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3. 링 안팎의 효과적 시나리오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유명해지는 방법은 유명인의 명성에 공개적으로 흠집을 낼 때 가능하다.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이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도 등장하는 고전적 방법이지만 그만큼 효과가 있다.

 

WWE는 케빈 오웬스를 새롭고 창조적인 레슬러로 만들기 위해 이 방법을 썼다. ‘WWE의 얼굴인 존 시나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진= WWE.com)

 

오웬스는 신인으로 데뷔하기에 나이가 많은 35세였다. 여기에 WWE 산하 NXT에 등장한 후 NXT 챔피언을 차지했지만 인지도 면에서 매우 약했다.

 

그래서 WWE는 오웬스의 데뷔를 극적으로 만들었다. 오픈 챌린지에 참가하지 않고 곧바로 시나를 많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 시나의 시대는 갔다고 상징적으로 선언한 뒤 때려눕혔다. 이후 일리미네이션 체임버에서 맞대결 하는 대진을 만들고 여기서도 예상을 깨고 오웬스의 승을 먼저 챙겨줘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켰다.

 

만약 일반적인 상대들을 차례로 꺾고 시간이 지나 시나와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었다면 오웬스의 강력한 이미지는 형성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웬스의 가능성을 간파한 WWE는 영민한 판단을 했고, 오웬스 역시 훌륭한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케빈 오웬스의 남모를 노력, 사진= WWE.com)

 

역사상 모든 창조적 작업과 창의성의 구현은 기존의 편견과 손가락질에 맞서온 노력의 산물이다. 케빈 오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의 외모와 체형이 엉망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굴복하지 않았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아도, 남모르는 눈물과 노력을 기울였고 자신에게 진실한 태도를 유지하며 마침내 유명 프로 레슬러로 주목 받는 위치에 올랐다.

 

어떤 의미에서 오웬스의 체형과 외모가 엉망이라는 것도 링 위의 모습만으로 판단한 오해일 수 있다.

 

아래 그의 트위터에 오른 아름다운 부인 등 귀여운 두 아들과 함께 찍은 평화로운 가족 사진들을 보자. 누가 이 아저씨를 과격한 프로 레슬러로 볼 것인가.

 

(사진= 케빈 오웬스 트위터)

 

다시 한 번 위에 썼던 문장을 써야겠다.

 

모든 것이 잘못된 선입관이었다. 역시 사람은 외모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By ThinkTanker (Copyright. <창조의 재료탱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