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삼성의료원으로 친구 병문안을 다녀 왔다.
매우 괴로운 얼굴과 몸 상태였다.
수술은 그나마 잘 끝났다고 했다. 근무 중인 S그룹에는 병가를 냈다.
친구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했다. 힘겹게 지난 주말 클럽에서 벌어진 일을 털어놓았다.
내 친구는 춤도 잘 추지만 뛰어난 외모로 클럽에서 많은 여자들이 접근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 친구는 눈이 은근히 높다. 아무 여자와 말을 섞지는 않는다. 그날 청담동 A클럽에서도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여러 명의 여자들에게 관심을 받았지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내 친구는 묘한 취향이 있다. ‘배꼽 피어싱’이다. 이 녀석은 배꼽 피어싱을 한 여자에게 사족을 못 쓴다. 극도로 이 페티시즘에 집착한다. “여자가 표현하는 궁극의 섹시함은 군살 없는 배와 배꼽 피어싱에서 나온다”고 공공연히 내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난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존중해온 터였다.
그날도 결국 내 친구는 배꼽 피어싱한 여자에게 꽂혔다. 그런데 이 여자는 여기에 또 “한가인과 김태희를 섞어놓은 묘한 배합의 초절정 미녀였다”고 했다. 결정적 필살기 3단 콤보가 또 있었다. 완벽한 마스크에 망사스타킹과 짧은 반바지 위로 드러난 도발적 배꼽 피어싱은 녀석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치명타가 됐다.
둘은 눈이 맞았고 교감이 형성됐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새벽시간 근처 모텔로 직행했다. 한 가지 특이점은 여자가 말했던 “제가 가는 모텔이 있는데 거기로 가요” 정도뿐이었다. “제가 가는 모텔”이라는 말이 조금 걸렸지만 그냥 따라갔단다. 그리고 그날 밤은 커리어 베스트 밤이 될 정도로 뜨거웠다고 했다. 그녀가 내민 술을 마셨는데 이게 더욱 흥분감을 극대화 했다고 했다.
아침이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제와는 다르게 몸이 차가웠다. 냉기가 느껴져 침대 옆을 봤는데 여자는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쪽지가 놓여 있었다.
“어제는 즐거웠어요. 일단 병원부터 가세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순간적인 불길함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천천히 몸을 조심스럽게 쓸어 보다가 충격에 털썩 주저앉았다.
친구의 옆구리에 이상한 형광색 고무호스가 조그맣게 박혀있는 것이었다!!!!!
그대로 삼성의료원으로 뛰어갔다. 의사는 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친구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의사가 대답했다.
“콩팥이 하나 없어졌고, 간도 1/4정도 잘려져 적출 되었네요.”
!!!!
믿을 수 없었지만 현실이었다. 경찰에 신고한 뒤 친구는 봉합 수술을 위해 마취를 하려고 침대에 누웠다. 마취약이 주입됐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때 나지막하게 간호사들끼리 수근거리는 이야기가 괴롭게 귀에 들렸다.
“이번 달에만 이런 환자 7명 째야. 그 여자 상습범이래. 현대판 구미호야?”
...친구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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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다!
이 이야기는 가짜다. 완벽한 픽션 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 만약 기분이 나쁘셨다면 머리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하겠다.
하지만 글의 흐름과 필요에 의해 싱크탱커가 의도적으로 여러분들을 낚았다. 글 제목도 그래서 저렇게 자극적으로 달았다. 낚이지 않으신 분들은 다행이지만 나로서는 목적한 바가 이루어지지 않아 애석하다!
(사진: ThinkTanker)
사실 이 이야기는 6년 전 발행된 칩 히스·댄 히스의 저서 <스틱(Stick)>(웅진윙스)의 머리말에 나오는 <신장 절도 사건> 가상 일화를 한국판으로 내가 각색한 것이다.
이 스틱의 머리말은 내가 읽은 그 어떤 책의 머리말보다 가장 위력적이었다. 이 책의 머리말은 “내 친구의 친구 데이브는 출장을 자주 다닌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언급한 일화와 비슷한 이야기로 책의 서두를 장식한다.
나는 이 머리말의 일화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몰입도가 엄청 높았다. 6년이 지났음에도 지금도 이렇게 각색하여 표현할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스틱은 <스티커 메시지>를 뜻한다. 스티커 메시지는 스티커처럼 사람의 뇌에 찰싹 달라붙어 머리에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메시지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골자다.
시간이 흐르고 문득 이 책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스티커 메시지가 창의성 기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번 강균성을 언급한 글에서 싱크탱커는 크리에이터가 정보를 만드는 주체가 되면 그 정보는 더욱 생명력이 실려, 이로 인해 평범한 정보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로 바뀔 수 있다고 포스팅 했었다. (2015/03/10 - [크리에이터] - '예능 블루칩' 강균성 성대모사와 창의성 코드)
이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정보와 메시지의 구체성을 ‘스티커 메시지’로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균성이 말한 박진영의 10년 전 음이탈 에피소드’, ‘이솝 우화’, 어렸을 때 들었던 ‘홍콩 할매 귀신’이 대표적이다.
(사진: MBC)
<홍콩 할매 귀신>은 정말로 강력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공포 자체였다. 가공할 스티커 메시지였다. 머릿속에 본드처럼 붙어 하나의 일부가 됐다. 버전도 학교마다 여러 가지였다. 우리 학교 버전은 홍콩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할머니가 몇 가지 질문을 어린이들에게 하는데,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잡아먹는다고 했다!
할머니가 “너는 무슨 띠냐?”고 물어보면 동물 띠를 말하면 안 된다. 반드시 머리띠나 허리띠로 이야기해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 이 어처구니 없음이여!) 춥냐고 질문하며 손을 보자고 하면 절대로 손톱을 보여주면 안 된다. 손톱을 보여주면 손톱이 뽑히면서 할머니의 밥이 된다.(나 원 참~)
그래서 당시 학교 옆 문방구 주인이 정체 모를 홍콩 할매와 유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할머니였는데, 우리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혹시나 그 할머니가 홍콩 할매가 아닐까 싶어 그 문방구를 가지 않았다.
이 얼마나 생코미디인가. 이 터무니없니 이야기가 MBC 뉴스데스크에도 나올 정도였다. 어린이들만 속인 것이 아니다. 부모님들까지!! 집에 올 때 홍콩 할매를 조심하라고 했다. 갑자기 글을 적다 흥분하게 된다. 지금도 홍콩 할매 이야기를 기억하기 싫은데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할머니는 몇 년을 사는 건가! 심하게 기억 속에서 너무 오래 장수하신다. 순수한 동심에 생채기를 낸 이 괘씸한 스토리를 만든 작자가 누구인지 얼굴이 정말로 궁금하다.
스티커 메시지는 이처럼 강력하다. 그리고 엄청난 확산성을 가진다. 홍콩 할매나 이솝 이야기는 영원한 스테디셀러이면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서두에서 내가 가공한 <배꼽 피어싱 콩팥 강탈 미녀>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엄청 집중해서 들었고 10명이면 10명 <스틱>의 머리말을 읽지 않은 사람이면 대부분 결론을 밝히기전까지는 실화로 속았다. 그리고 또 퍼뜨렸다. 내가 했던 이야기를 비슷하게 다른 사람에게 전했는데 마찬가지라고 했다.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이 스티커 메시지에 6가지 특징이 있다고 했다. 바로 SUCCESs이다.
특징1은 단순성(Simplicity)이다.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해야 한다. 속담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특징2는 의외성(Unexpectedness)이다. 배꼽 피어싱 미녀가 하룻밤 사이 옆구리에 꼽은 형광색 고무호스, 손톱을 뽑아 먹는 홍콩 할매가 그렇다. 사람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특징3은 구체성(Concreteness)이다. 우리의 두뇌는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청담동 클럽, S그룹, 삼성의료원, 친구가 느끼는 배꼽 피어싱의 페티시즘이 내가 만든 장치이다.
특징4는 신뢰성(Credibility)이다. 메시지 출처에 대한 권위도 있고, 반 권위도 있다. 권위는 삼성의료원 의사의 진단, MBC 뉴스데스크다. 반 권위는 메시지 출처의 정직성과 신뢰도다. 아무리 광고로 현빈이 신발이 좋다고 떠들어봤자 내 친구가 이 신발을 직접 신어보고 내게 좋다고 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
(사진: ThinkTanker)
특징5는 감성(Emotion)이다. 살아있는 생생한 표현이 유리하다. 작가 이외수는 <글쓰기의 공중부양>에서 “그놈은 흉기로 자주 자해를 하는 습관이 있다”보다는 “그놈은 뻑하면 회칼로 자기 배를 그어대는 습관이 있다”가 훨씬 선명한 전달력을 가진다고 했다.
적극 동감한다. 그래서 “그녀의 얼굴은 예뻤다”보다는 “한가인과 김태희를 섞은 미녀”, “간이 없어졌다”보다는 구체적으로 “간이 잘려 1/4이 적출됐다”고 표현했다. 강균성의 김장훈 닭소리 합성도 유사한 예다.
특징6은 스토리(Story)다. 메시지는 이야기로 전달되는 것이 힘이 커진다. 미녀와 하룻밤을 보낸 뒤 콩팥이 없어졌다보다는 친구의 이야기로 구체적인 클럽 일화로 전달하는 것이 집중도가 높다. 홍콩 할매도 단순히 어린이를 잡아먹는다가 아니라 머리띠, 허리띠가 나오고 뭔가 극적 요소가 있어야 힘이 실린다.
내 생각으로 이상의 6가지 특징은 하나의 메시지에 모두 동시에 담겨있을 필요는 없다. 특정 요소가 극대화 되어도 스티커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어느 것이 되었든 활용하면 창의성 기법으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요소들이다.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여러 가지 창의성 기법을 쓴다. 이 6가지 요소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싱크탱커도 6가지 특징을 SUCCESs로 한때 외우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위대한 한글이 있다. 그래서 앞 글자만 따서 ‘신구의 단감’으로 외웠다. ‘스’의 스토리는 어차피 메시지가 이야기일 것이므로 5가지 특징인 ‘신구의 단감’만으로도 충분히 기억할 수 있었다.
<스틱>은 이 책 자체가 스티커 메시지가 되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 책은 내가 자주 활용하는 책이 될 정도로 머릿속에 끈적하게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앞으로 <창조의 재료탱크>는 이 스티커 메시지가 현실에서 발견되면 종종 창조탱크의 재료로써 포스팅을 하겠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또 한 번 반복한다. 배꼽 피어싱으로 낚아서 죄송하다.
싱크탱커 원래 낚시 글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다!
낚시로는 고기만 낚아야지 글 낚시로 사람을 낚으면 언젠가는 자신이 그 어떤 것에 의해 크게 낚이게 된다.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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