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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타협으로 하는 결혼은 절대 성공 못한다

 

 

[타협의 언어적 의미에서 찾은 결혼과 마음의 문제]

 

이 글의 제목은 어느 책에서 따왔다.

 

위대한 어머니이자 세계적인 석학인 전혜성 박사가 2010년 펴낸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에 나오는 문장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당시 베스트셀러였다. 문장은 쉽고 내용은 매우 진솔했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빛낸 시대를 앞서간 학자답게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의 시각이 돋보였다.

 

나를 가장 사로잡은 내용은 93페이지에 있었다. 결혼과 관련한 저자의 시각이었다. 참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문장이었다.

 

아래의 내용이었다.

 

타협으로 하는 결혼은 결코 행복한 결말을 가져오지 못한다. 불같이 사랑하던 사람과 결혼을 해도 그 사랑이 식고 나면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과연 이 사람이었나 하는 의심도 들고, 콩깍지가 씌였구나 후회하기도 한다.

 

하물며 서로 나누고 본받을 만한 점도 없고, 인생의 목표나 생각도 다른 사람과 단지 몇 가지 조건 때문에 타협해서 한 결혼이 유지될 리 없다. 사랑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이 사람을 얼마나 존중하고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에 결혼이란 요소를 집어넣은 것은 의미가 있었다.

 

결혼은 자신의 인생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평생을 같이 살 동반자를 선택하는 문제다. 하룻밤 같이 지낼 상대가 아니다. 결혼 이후 자신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테마다. 그래서 동반자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는 인생의 성격이 어떻게 규정될지, 자기 삶의 맥락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중차대한 요소가 된다.

 

의미가 조금 무겁다면 배우자를 선택하는 문제를 야구의 선구안과 비교할 수도 있다. 타자가 안타나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자기에게 맞는 공을 골라야 한다. 직구를 기다릴 때 직구를 쳐야 좋은 타구가 나온다. 슬라이더나 커브에 속아 좋은 공인 줄 알고 큰 스윙을 하게 되면 기다리는 것은 삼진이다.

 

여기서 직구나 슬라이더, 커브 대신에 배우자라는 말을 집어넣어도 의미는 유사하다. 다만 결혼의 배우자가 투수가 던진 공과 차이가 나는 것은, 배우자에 대한 깊은 사랑이 타자가 야구공을 사랑한다는 어색한 의미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데 있다.

 

저자는 이 결혼에 녹아있는 사랑타협이라는 단어를 끌어왔다. 사랑타협이라는 관계 설정을 보자마자 뭔가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면 당신은 조금이나마 전혜성 박사의 문장에 공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사랑은 타협이 아니다. 만약 사랑이 타협이라면 이 세상 모든 가치는 타협으로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타협만으로 흘러가는 이 세상 가치란 없다. ‘타협(妥協)’이라는 단어의 원뜻은 어떤 일을 서로 양보하여 협의한다는 뜻이다. 사회생활 할 때는 물론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타협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본심을 숨기거나, 변형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의 타협은 자신기만이자 자기검열이다. 사랑하지 않는 상대를 사랑하게끔 스스로와 상대를 만들고 감정을 조절하는 행위다. ‘사랑타협은 만나서는 안 될 사이다. 겉궁합과 속궁합 모두 맞지 않는다. 사랑의 타협은 자신을 속이고 상대를 속이는 언어로 변질된다.

 

 

사랑의 타협에서 말하는 서로 양보하는 대상의 어떤 일이란 주로 결혼의 조건이다. 이 조건의 틀에 인간을 끼워 박는 것이 사랑의 타협이다. 타협의 한자 ()’는 온당할 가 쓰였는데 역설적으로, 또 마음의 문제에서 사랑의 타협은 온당하지 못하다.

 

온당할 에는 사전적으로 편안함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타협은 불편했기 때문에편안함을 찾기 위해 양보하고 협의하는 것인데, 처음에 자리 잡았던 감정의 불편함, 사랑의 불편함이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타협의 결과로 사라진다고, 사라졌다고 믿고 살게 된다.

 

그러나 결국은 불편하다.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하는데 불편했던 본래의 솔직한 마음이 문제를 일으킨다. 결혼 당시 양보하고 협의했다고 생각한 문제가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양보하지 않고 협의되지 않는 무수하고 복잡한 싸움거리를 쏟아낸다.

 

그래서 이런 결혼은 성공하지 못하게 되는 주요한 이유가 되며, 사랑은 타협이 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증명하는 마음의 증거가 된다.

 

지인 가운데에서도 이런 커플들을 종종 본다. 결혼 당시에 유달리 배우자의 조건에 집착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었고 조건에 부합하는 상대였다. 조건에 억지로 맞춘 사람이었고, 조건에 억지로 맞춰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이혼했다. 그들은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혼 3쌍 중에 1쌍이 이혼하는 시대다. 이혼은 요즘 시대에 흠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혼의 이유는 누구도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부 당사자만이 아는 문제라고도 했다.

 

그런데 최소한 내가 아는 진실 가운데 하나는, 이혼의 주요한 이유에는 그 흔한 성격 차이보다는 사랑의 타협이 있었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