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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임태경·에디트 피아프·호세 카레라스, 가상트리오 '사랑의 찬가'

 

(사진= KBS, EDIT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Hymne A L’amour가 주는 음악의 감동]

 

몇 년 전 나의 어머니는 영화 <라비앙로즈>를 보고 눈물을 보이셨다.

 

집에서 보신 영화였다. 그럼에도 영화에 완전히 빠지신 것처럼 보였다. 영화의 주인공인 그녀의 삶을 여자로서 충분히 이해한다가 이유였다.

 

사실은 그 이전에 싱크탱커는 예전에 만났던 여자 친구와 극장에서 <라비앙로즈>를 본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 여자 친구도 어머니와 비슷한 말을 했다. “여자로서 많은 공감이 간다는 말은 거의 복사판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 영화가 조금은 지루했다. 스토리나 음악이 당시에는 그다지 눈과 귀를 사로잡지 못했다. 그런데 유달리 여자들은 <라비앙로즈>를 좋아하는 듯 했다. 무엇이 그녀들을 하나의 감정으로 묶은 것일까.

 

내가 내린 추측은 영화의 주인공 에디트 피아프의 삶이 여자들만이 갖는 모종의 동정심과 공감대에 자극을 주었다는 판단이었다.

 

알려진 대로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샹송가수 피아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2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그녀를 스쳐간 수많은 사랑과 실패, 술과 마약에 의지한 피아프의 인생은 그녀의 어떤 노래보다 더 애절했다.

 

하지만 삶은 진실했다. 그녀에게 노래는 삶의 이유였으며 삶의 이유는 영원한 사랑에 있었다. 피아프는 생전에 나에게 노래 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고 사랑이 없는 노래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여자의 인생은 사랑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노래로, 또 인생 전체로 표현한 거의 유일한 여가수였다.

 

그러나 냉정하게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목소리의 색깔이 뭔가 벽이 갈라지며 바퀴벌레가 나오는 듯 맑지 못한 소리가 남심을 움직이지 못했다. 단적으로 내가 원하는 가청 주파수가 아니었다.

 

(사진=KBS, 방송 자막이 잘못됐다. 직접 '작곡'이 아니라 직접 '작사'가 맞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내 자신에 속았다. 우연히 광고에서 흘러나오는 매우 독특한 여자의 목소리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는데 그 노래가 피아프의 라비앙로즈, 바로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이었던 것이다!

 

그때 피아프만이 가진 독보적인 목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녀의 목소리는 전 세계 누구도 복제가 불가능하다. 음색은 성대모사로 유사하게 흉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성대에 녹아있는 드라마틱했던 인생은 복제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녀의 대표곡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가 그런 곡이다. 이 곡은 영원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노래한다.

 

피아프의 연인이었던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이 1949년 그녀를 만나러 오던 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자 그 충격을 겪고 직접 가사를 쓴 노래다.

 

가사의 내용을 보면 완벽한 절대 사랑이다. “하늘이 무너져 버리고 땅이 꺼져 버린다 해도 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두려울 것 없으리까지는 비교적 평범하다. 그러나 그대가 원한다면 이 세상 끝까지 따라가겠어요. 하늘의 달이라도 눈부신 해라도 따다 바치겠어요라고 심상치 않은 시동을 걸더니, “그대가 원한다면 아끼던 나의 것 모두를 버리겠어요라며 자아를 버리고 사랑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최후의 절정에서는 운명의 신이 당신을 빼앗아 간다 해도 그대만 날 사랑한다면 영원에라도 가리라며 사랑 앞에 운명과 신을 한꺼번에 거스른다.

 

피아프의 가사도 뛰어났지만 작곡의 훌륭함이 없었다면 이런 세계적인 명곡은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랑의 찬가의 작곡가는 마르그리트 모노(Marguerite Monnot). 국내에는 그다지 잘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프랑스에서는 국민 가수피아프와 더불어 국민 작곡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노는 어려서부터 음악적 천재성을 드러냈다. 오르간을 연주하는 아버지에 영향을 받아 3살 때부터 이미 피아노로 쇼팽과 모차르트를 연주했다. 젊은 시절은 연주자의 삶을 살았다. 이색적인 것은 30대 초반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곡가로 전향했다는 점이다. 그 시기에 모노는 피아프와 만나 평생의 우정을 나눴다.

 

피아프는 다정하게 모노에게 “guite”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별명에는 피아프와는 정반대의 뜻이 녹아있었다.

 

피아프는 모노에 대해 그녀는 언제나 부드럽고 조용하며,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명예를 늘 거부하고 항상 자신의 재능에 대해 알리기를 꺼려하죠. 그녀는 비밀의 정원에서 그림자처럼 아름답게 침묵하는 소리를 만듭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 1KBS <불후의 명곡>에서 임태경은 이 곡을 불렀다. 사실 임태경이 이 곡을 <불후의 명곡>에서 처음 부른 것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각종 방송과 공연에서 여러 차례 사랑의 찬가에 대한 경험을 쌓아왔다.

 

경험이 숙성돼 업그레이드된 최신 버전이 역시 좋았다. 남자가 봐도 멋졌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이 다소 길었지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원곡이 여자 노래인데 이렇게 남자가 불러도 훌륭하게 표현된다.

 

(사진= KBS, EDIT by <창조의 재료탱크>)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남자임태경만이 사랑의 찬가를 노래하지는 않았다. 곡의 훌륭함에 세계 3대 테너라는 호세 카레라스도 이 노래를 불렀다. 역시나 명불허전. 너무나 여유 있게 노래를 끌고 간다.

 

그래서 이번 뮤직 콜라주는 임태경, 에디트 피아프에 호세 카레라스를 추가시켜 3명의 목소리를 사랑의 찬가로 묶어 가상트리오로 꾸며봤다.

 

원래는 원곡자인 피아프의 목소리를 위주로 편집하려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유일신! 홀로 있을 때 돋보이고 워낙 튀는 음색이라 듀엣이나 트리오로 섞이면 그다지 좋게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최소한으로 줄였고 남자들의 음색이 더 중점적으로 들리게 구성했다.

 

KBS <불후의 명곡>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가 좋았다. ‘사랑의 찬가의 가사를 친절하게 한글로 풀어서 방송 자막으로 내보냈다. 편곡의 늘어난 길이를 감안해 원곡 가사도 추가로 살짝 늘리고 새로운 내용도 약간 집어넣었는데 문장의 표현이 아름다워 가사 전문을 아래에 수록했다.

 

 

 

 

<사랑의 찬가>

 

푸른 하늘이 우리들 위로 무너진다 해도

모든 대지가 허물어진다 해도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신다면

난 아무 상관없어요

 

사랑이 나의 아침을 가득 채우고

당신의 두 손안에 떨리는 내 몸이 있는 한

어떠한 문제도 난 상관없어요

나의 사랑 그대가 나를 사랑하기에

 

난 세상 끝까지라도 가겠어요

금발로 머리를 물들이기라도 하겠어요

 

만약 그대가 원하신다면

난 하늘의 달을 따러가겠어요

보물도 훔치러 갈 수 있어요

 

만약 그대가 원하신다면

내 조국도 버릴 수 있어요

친구도 버릴 수 있어요

만약 그대가 원하신다면

 

사람들이 날 비웃는다 해도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아요

 

만약 그대가 원하신다면

 

만약 어느 날 인생이 나에게서 당신을 빼앗아 가더라도

그대가 죽어서 나에게서 멀어진다 해도

난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해준다면

나 또한 죽을 테니까요

 

내 사랑

 

우리는 우리를 위한 영원함을 가지는 거예요

우리의 끝없는 푸름 속에서

하늘에선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내 사랑, 당신은 우리가 사랑하는 걸 믿나요?

신은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게 해줘요

 

그러다 만약 운명의 신이

당신을 뺏어 간다 해도

 

그대만 나를 사랑한다면

난 영원에라도 가리라

내게 영원한 그대

그대만 나를 사랑한다면

 

영원히 그댈 위해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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