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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기법

이어령 <생각>, 하이퍼텍스트를 만드는 창의성 마인드맵

 

 

 

[이어령, 김태희, 서건창은 어떤 상호 연관성이 있을까]

 

 

싱크탱커는 <창조의 재료탱크> 블로그 개설 이후 이어령빠임을 줄곧 밝혀왔다.

 

이어령 창조기법 중 하나를 ‘3각 기법이라 스스로 명칭하고 블로그 오른쪽 상단에 배너로 영구 고정시킬 정도였다. 그런데 너무나 죄송스럽게도 지난주에도 나는 이어령 선생을 참 많이도 우려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도 선생의 단 한 권의 책 <생각> (5년 전 출간!)을 재료탱크로 삼았다.

 

제목도 참 단순하다. 생각, 그것이 뭐 어떻단 말인가. 그런데 내용으로 들어가면 제목의 단순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속살이 드러난다. 그 깊이와 규모가 놀랍게 펼쳐진다. 이어령 선생의 생각의 길이 머릿속 수십만 개의 회로처럼 갈라졌다 만나고를 반복하며 무수한 사고의 연관 관계를 파생시킨다.

 

그럼에도 참 쉽게 쓰여졌다. 300페이지도 안 되는 부담 없는 분량이 마음먹고 읽으면 한 시간 내에도 독파가 가능한 책이다. “문학(文學)이 아닌 문악(文樂)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자신 있게 보여준다.

 

자신이 책에서 찾아낼 수 아이디어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그 책은 성공이라 말해왔다. 이 책은 내게 확실하게 3개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시작은 책에 수록된 당나귀 우화였다. 우물에 빠진 당나귀우화를 이용해 당나귀의 믿음...인내라는 글을 쓸 수 있었다. 하나의 우화로는 약간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또 다른 당나귀 우화 아버지와 아들과 당나귀를 찾았고 이것을 믿음과 인내라는 키워드와 결합해 포스팅(2015/01/28 당나귀의 변신, 믿음... 그리고 인내)을 완성했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미키마우스가 지구상 최고의 창의적 아이콘이 됐다는 책의 일화에서 블로그의 크리에이션 아이콘을 미키마우스로 결정하게 해줬다. 그러다보니 크리에이톨로지(역시나 이어령 선생을 좋아하는 김정운 박사의 연초 강의영상이 떠올랐고 갑자기 그의 책 에디톨로지에서 이 명칭을 만들 수 있었다.)라는 배너 아이콘도 연이어 생각하게 했고, 비슷한 창의적 기법을 떠올리다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기법이 연상됐다.

 

워홀의 실크 스크린 기법의 대표적 모델은 마릴린 먼로다. 나는 워홀처럼 내가 좋아하는 배우 이태임을 오렌지 마릴린 먼로에 적용했고 어울리지 않자 김태희가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돼 김태희와 이태임의 차이라는 포스팅 (2015/01/29 김태희와 이태임의 차이...그리고 앤디 워홀)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영화 쇼생크탈출의 리타 헤이워드를 워홀이 모델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글의 기법으로 녹일 수 있었다.

 

세 번째 아이디어는 거북선과 관계론적 사고에서 파생됐다. 거북선을 하나의 단일 개념인 실체론이 아니라 관계론적 사고로 바라보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거북선과 상대한 일본의 적선 아다케를 주목하게 되고, 이를 통해 거북선의 진실에 더 가깝게 다가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의 상대자 개념은 야구의 투수와 타자의 대결로 연결할 수 있다. 지난해 201안타를 치며 가장 (Hot)’ 했던 타자 서건창이 200안타 기록을 만들었던 순간의 상대투수가 채병용이라는 사실을 찾았고, 둘의 맞대결을 조사해보니 채병용이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서건창에게 몸쪽공 승부를 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결국 서건창의 200안타와 관계론적 사고 (2015/01/30) 라는 주제로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상의 3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한 <생각>이라는 한 권의 책은 아래와 같은 마인드맵을 만들게 해줬다.

 

(사진: 이어령 저서<생각>에서 파생된 마인드맵, Edit By ThinkTanker)

 

그런데 엄밀하게 따진다면 사실 이어령 선생이 책에서 제공한 아이디어는 이어령 선생이 개념을 직접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완벽한 창조는 아니다. 당나귀 우화는 이어령 선생이 직접 만든 우화가 아니다. 작자 미상의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미키마우스라는 아이콘 역시 제작자는 월트 디즈니지 이어령 선생이 아니다. 거북선 또한 창조자는 이순신이다. 

 

그러나 이 개념에서 탄생하는 각종 아이디어의 새로운 사슬이 책 제목처럼 이어령 선생의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창조적이라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이어령의 <생각>=‘이어령이라는 키워드가 갖는 하이퍼텍스트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어령당나귀믿음고난의 극복. 이어령미키마우스창의성 아이콘크리에이톨로지리타 헤이워드앤디 워홀마릴린 먼로이태임김태희. 이어령거북선관계론적 사고아다케서건창채병용대기록의 숨겨진 이유.

 

이어령, 당나귀, 미키마우스, 앤디 워홀, 김태희, 거북선, 서건창의 공통점은?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제 정신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끔은 제 정신이 아닌 말이 누군가에게는 하이퍼텍스트가 될 수 있다.

 

싱크탱커가 언급한 이상의 내용은 하나의 미약한 예시에 불과하다.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와는 다른 멋진 창조의 파생효과가 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도무지 이 좋은 책을 읽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 훌륭한 책을 출간한 생각의 나무출판사는 몇 년 전 부도처리 됐다고 한다. 너무나 안타깝다. 서점에 이 책이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이어령 선생은 이 책에서 우리말 국물도 없다는 말에서 한국인이 국물문화를 중요시 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야말로 내가 이 책을 국물까지 우려먹었다. 그럼에도 더욱 놀라운 것은 아직도 이 책에서 우려낼 수 있는 글의 아이디어가 더 있다는 것, 국물을 넘어 이 책은 사골까지 제공하는 아낌없이 주는 소가 돼주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 <생각>의 뒤 겉표지에 쓰여 있는 이상향에 100% 공감하며 그대로 그 문장을 인용한다.

 

가끔, 시원한 소낙비처럼 창조적 생각이 쏟아진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경이로울까

 

 

 

By ThinkTanker

 

 

2015/01/09 - [창조적 기법] - 이어령 '창조적 3각 기법'...<유쾌한 창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