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당나귀의 변신, 믿음... 그리고 인내

 

당나귀 하면 떠오르는 것이 사진처럼 뭔가 아둔한 이미지다.

 

한마디로 폼이 안 나는 녀석이다. 말과에 속하는 가축이라는데 우아하고 품격 높아 보이는 말과는 다르게 알 수 없는 싼 티가 전신에 주르륵 흐른다. 심지어 임금님 귀는 말귀가 아니라 당나귀 귀라고 해야 맛이 난다. 이야기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몸의 일부인 귀조차도 말한테 밀리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

 

당나귀는 사실 말보다 지능이 25배나 높다고 한다. 엄청난 수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당나귀는 체력이 강해 외부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하는 특성이 있으며, 소나 말처럼 많은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쓰여 있다.

 

크리에이터가 누군가의 이미지를 예단하고 고정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당나귀를 다시 생각해봤다. 당나귀가 혹시 다르게 상징될 수 있지 않을까. 유명한 우화 한 가지가 떠올랐다. 한 번쯤 들어봤을 <아버지와 아들과 당나귀>라는 이야기이다.

 

 

 

 

요약하자면 아버지와 아들이 장터로 가는데 아버지는 당나귀를 타고, 아들은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인정머리 없는 아버지라 비난하자 좌석을 교체한다.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고, 아버지가 걸어갔다. 그런데 다시 사람들은 버릇없는 아들이라 욕한다. 3번째로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당나귀를 탔는데 또 동물 학대라며 손가락질 한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당나귀의 다리를 묶어 어깨에 짊어지고 가다 매듭이 풀리며 당나귀는 멀리, 아주 멀리 도망갔다는 이야기.

 

역시 당나귀는 머리가 좋았다. 기회를 포착하고 잘 도망갔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핵심은 자신의 논리에 대해 믿음을 가져라일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을 믿지 못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자신의 유채색 스케치북을 무채색으로 스스로 덧칠해버린다. 자기검열에 빠진다. 자신을 믿는 것은 일이나 학업이나 연애나 삶의 어디에든 적용될 수 있다. 감히 미약한 인간 싱크탱커의 경험을 밝히자면, 자신감이 없어도 자신감 있게 행동하면 실제로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그 자신감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하게 된다. 결국 자신감 있는 인간이 된다. 묘한 심리학적 메커니즘이다.

 

이솝(정말 연구대상인 이 남자!)은 자신의 믿음을 말이 아닌 당나귀로 투영했다. 여기서의 당나귀는 절대로 아둔한 동물이 아니다. 믿음의 아이콘으로 살아 움직인다. 믿었다면 믿음이라는 당나귀를 타고 가면 된다. 사람들의 비난에 당나귀에서 내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당나귀에서 내리는 순간 당신의 믿음은 멀리, 아주 멀리 사라져버린다.

 

당나귀의 변신은 믿음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반전의 동물은 인내의 화신이자 창조적 전략가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국가대표 크리에이터이어령 선생은 자신의 저서 <생각>에서 또 다른 당나귀 우화(우물에 빠진 당나귀)를 통해 그것을 입증했다.

 

(사진: 이어령 <생각>)

 

결국 흙더미를 타고 당나귀는 무사히 그 우물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 우화는 사실 매우 순화되어 있다. 하지만 밑줄 친 부분이 중요하다. 농부는 당나귀를 단념했다. 즉 냉정하게 표현하면 농부와 사람들은 당나귀를 생매장 안락사 시키려고 했다. 당나귀는 죽음의 기로에 서 있던 것이다. 그러나 당나귀는 굴하지 않고 우물을 벗어나 완생을 맞는다.

 

여기서도 당나귀는 어리석은 동물이 아니다. 진흙을 이용한 창의성을 보여줬다. 불사조다. 만약 우물에 빠진 말이었다면 느낌이 살지 않았을 것이다. 약간 모자라 보이는 당나귀였기 때문에 이 역전의 스토리는 살아 숨쉰다.

 

 

우리는 모두 살면서 자신의 믿음을 지켜내기 힘들 정도로 누군가의 비방과 모함이 힘겨울 때가 있다. 자신에게 던져진 진흙은 당나귀에 향하는 죽음의 진흙처럼 절박할 때가 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꾼다면 시련의 진흙이 오히려 자신을 살린다. 자신이 더 성장하고 높아질 수 있는 전환의 발판으로 만든다. 그래서 어느 날 그 어둠의 우물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의 날을 맞게 된다.

 

이 이야기는 외국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한 미국 여성은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Life is going to shovel dirt on you, all kinds of dirt. The trick to getting out of the well, is to shake it off and take a step up. Each of our troubles is a stepping stone. We can get out of the deepest wells just by not stopping, never giving up! Shake it off and take a step upward!

 

그녀의 소감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은 Each of our troubles is a stepping stone.

우리의 어려움이 우리의 성장판이다이다. 어리석게 보였던 당나귀가 이미지 파괴를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깨달음을 줬다.

 

 

가끔씩 이 두 가지 당나귀 우화를 떠올릴 때가 있다.

믿음을 지키고 있는가. 그 믿음이 흔들리지는 않는가. 용기와 인내를 잃지는 않았는가.

 

그럴 때 위대한 동물당나귀를 떠올리자.

우리를 약하게 하는 진흙 덩어리가 우리를 구해주는 기적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

 

Shake it off. Take a step up!

 

자신에게 닥쳐오는 죽음과도 같은 어려움마저 계단으로 밟고 올라간다면

인생에서 이겨내지 못할 것은 없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