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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기법

경마는 왜 창의성 도구가 될 수 있나

 

(사진: Edit By <창조의 재료탱크>)

 

경마에서 이 두 가지만 지켜도 경마가 당신에게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그냥 도구가 아닌 창조적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를 다음 글에서 보여줄 것이다.

 

위의 지난 글 포스팅(2015/01/07 '겨자맛 아이스크림' 경마를 먹는 2가지 방법)에 이어...

 

경마가 창의성 도구가 된다?? 미쳤다고 할 수도 있겠다. 

 

경마를 대부분 어두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경마의 현실 속에서는 이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는 반응은 자연스럽다. 사실은 싱크탱커도 주저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과연 <창조의 재료탱크>를 만들면서 카테고리에 경마를 넣어야 할지 일정 부분 고민했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라면, 또 지향한다면 독창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근거 있는 소수설로 근거 없는 다수설이라면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 가운데 용기 없는 크리에이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마는 창의성 도구가 된다는 글을 작성하기로 했다. 충분히 가능하다. 많은 시간 경험했고 느껴왔다. 경마의 세계는 인간이 정복할 수 없는 세계지만, 그 세계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무수한 창의적 사고를 해낸다. 경마의 진정한 묘미다.

 

실제 경주 속으로 들어가 느껴보자. 314일 벌어졌던 토요경마 8경주를 예로 들어보겠다.

 

관계의 설정 [關係, Relation]

 

(사진: 한국마사회)

 

창조적 사고는 단독 개념보다 두 개 이상의 개념에서 더욱 쉽게 탄생한다. 두 개 이상의 개념은 관계론적 사고에서 시작한다. AB를 비교하고 대비하고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찾는다. 또는 또 다른 C에서 AB를 연계시킬 수도 있다.

 

경마가 그렇다. 경마는 보통 최대 14마리까지 한 경주에 출전한다. 14마리의 말은 14개의 개념이다. 어떤 개념이 최고 상위 개념인지를 찾는 것은 우승마를 찾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8일 출전한 1번마 새벽의 태양부터 12번마 엄지손가락까지는 모두 각각 그 말 자체가 갖는 개념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의 특징은 단독 개념으로는 의미가 없다. 다른 말 사이와의 관계를 설정해야만 경마로서 의미를 가진다.

 

수많은 조합의 관계 설정이 가능하다. 1번마와 2번마, 3번마와 9번마, 6번마와 11번마는 서로를 견주어 능력이 비교된다. 이 능력은 또 세부적인 관계 설정을 파생시킨다. 예를 들어 선행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동안 비슷한 선두능력을 보여준 2번마 스마트, 7번마 더블럭키, 10번마 사이렌스톰의 3자간 관계 설정이 발생한다.

 

이 말 이름들 대신에 당신이 평소에 접하는 3가지 개념들을 집어넣어보자. 그대로 적용됨을 실감할 것이다. 어떤 생각과 결론을 내기 위해서 우리는 매일 매시간 개념 간 상호 비교를 한다. 이 과정에서 창조적 사고가 발현될 수 있다. 나의 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관계론적 사고로 바라본 것(2015/02/26 앨런 튜링 <이미테이션 게임>, '관계'의 창의성 기법)도 이와 비슷한 과정에서 시작됐다. 경마는 이렇듯 출마표만으로도 관계 설정이라는 창조적 사고에 드라이브를 건다.

 

 

추리력 [推理, Inference

 

 

창조적 사고는 추리력을 포함한다. 불분명했던 개념은 추리를 통해 보다 선명해 질 수 있다. 추리력하면 셜록 홈즈다. 아서 코난 도일의 <보헤미안 스캔들>에 등장하는 홈즈는 자신이 밟고 올라온 계단 숫자가 17개인 것을 통해 범인의 움직임을 포착하거나, 편지지의 종이가 보헤미아 산이라는 사실에서 발송자가 독일인임을 추리한다.

 

경마도 마찬가지다. 관계 설정을 통한 경주마간 우열은 추리력을 통해 구체화 된다. 말의 불분명한 능력이나 트립이라 통칭되는 레이스 전개 역시 추리사고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경마는 머릿속에서 가상의 그림을 그리게 만든다.

 

어떤 선행마가 가장 먼저 나서서 앞선을 지배하고 2선에 어떤 선입마들이 붙고 후미에 추입을 노리는 말이 어떤 말인지 미리 이미지를 추리할 수 있게 한다. 스포츠 선수들이 자주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경마에서는 매경주 일어나는 셈이다. 이 그림은 거리마다 또 매번 다르다.  

 

한국경마는 선행마 놀음이지만 특히나 1200미터는 선행마가 유리하다. 그래서 출발 이후 직선 구간이 짧아 3코너에서 큰 원을 그리며 더욱 많은 구간을 달려야 하는 외곽 게이트 말은 일반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인코스 말들의 선행력이 약하거나 능력이 떨어지면 외곽게이트 말들도 입상이 가능하다.

 

또한 선행마가 여러 말이면 대체적으로 가장 선행력이 좋은 한 마리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1200미터는 추입마가 불리하기 때문에 앞 선에서 두 마리가 사이좋게 손 붙잡고 들어오기도 한다. 8경주는 국 4등급 1200미터 경주다. 해당 군, 해당 거리에서 입상할 수 있는 능력과 언급한 추리 포인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1, 2, 4, 8, 10, 12번마는 능력 열세가 확연하게 드러나므로 지울 수 있다. 이런 말들에게는 단돈 100원도 베팅해서는 안 된다.

 

5번마 택티컬레이는 전전 경주에서 해당 군 1300미터에서 2착마와 거의 착차 없이 3착을 해서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직전 경주에서 매우 부진했고, 기수가 최근 상대적 열세인 김석봉으로 교체됐다. 최근 4차례의 200미터 스타트 타임도 14초 중반대로 선두권을 압박하기는 어려웠다. 1200미터에서도 그동안 4번 뛰어 1182라는 평균기록으로 입상권 기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삭제할 수 있다.

 

3번마 발원지와 9번마 최고사랑은 직전 경주에서 11번마 팍스레이와 최선 승부로 같이 뛰어서 참패를 했다. 각각 0.7초와 0.8차로 차이로 졌다. 경마에서 0.7초면 대략 4.5마신이다. 기량차가 드러났기에 이 두 마리도 제외 가능하다. 이러한 추리과정을 통해 이제 6번 카페블루, 7번 더블럭키 11번 팍스레이만 남았다.

 

기억력 [記憶力, Memory Power]

 

(사진: 한국마사회, Edit By <창조의 재료탱크>ThinkTanker)

 

경마는 상당부분 기억력이 중요하다. 마방에 있는 1400여두의 말과 이 말들의 모든 경주를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이 과거 특정 경주에서 받은 느낌, 해당 경주마에 대한 능력에 대한 인상은 시간이 흘러 어떤 경주에서 그 말을 다시 만났을 때 결정적 단서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상대적 인기마인 7번 더블럭키 11번 팍스라이 말고도 6번마 카페블루는 삭제하지 않았다. 카페블루는 최근에 매우 부진했다. 직전 경주 12착을 했고 4월 달에는 폐출혈이 있었다. 이 기간 10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 내가 가진 이 말의 기억은 단거리에서 잘 뛰는 말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문세영이 이 말을 타고 직전 3,4경주에서 두 번 타고 모두 졸전 했지만 당시 인기 1위를 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던 말이다. 1200미터 평균기록도 1159로 좋았고 두 번 나와 두 번 모두 우승했었다.

 

하지만 최근 모습으로는 베팅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혹시나 좋아 졌을까? 예전 모습이 나올까? 이것은 경마팬으로서 확인하기 힘든 사항이다. 말 상태만으로는 확실한 판독이 어렵다. 이때 기수를 보니, 전설의 박태종이었다. 조교사 최봉주는 그 사이 말을 만들고 승부 기수로 박태종을 태운 것이라 추측했다.

 

조교사들은 실제로 출마등록을 마치고 우리집 말이 될 수 있다, 아니다를 판단한다. 조교사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최봉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추리사고다. 내가 최봉주라면 이 정도 편성과 약한 구미라면 만들어진 카페블루에 절친한 박태종을 태워 승부할 것이다. 타이밍이라 봤다. 이 말에 걸어도 좋다는 사인으로 추리했다. 마침 인기 3위로 급부상 할 정도로 배당판에 바람도 불고 있었다. 역풍이 아닌 순풍 같았다.

 

결합사고 [結合, Combination]

 

<창조의 재료탱크>에서 가장 많이 창조적 사고의 요소로 언급한 것이 결합사고다. 창조는 결합이다. 경마의 분석과정은 결합 사고의 결정판이다. 말 능력의 우열은 관계설정추리력결합사고로 완성된다. 말의 무수한 능력 요소를 하나로 결합하여 종합적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결합사고는 말의 선택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승식의 문제에서도 발생한다. 하버드의 세계적 경마 평론가 앤드류 베이어는 어떤 말에게와 어떻게의 중요성은 똑같다는 명언을 남겼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말을 잘 골라도 베팅 잘못하면 아무것도 안된다.

 

경마를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유연한 사고다. 하나의 승식에 고정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승식을 다채롭게 배합해 최적 결과를 도출한다. 6번마 카페블루는 7번 더블럭키와 11번 팍스라이보다 능력이 다소 떨어져 보였다.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카드였다.

 

그때 필요한 것이 3착까지 입상을 인정하는 복연승식이다. 더블럭키와 팍스라이가 앞서 있다면, 그런데 또 확실히 카페블루도 3착 안에 올 것 같다면 복연승식이나 삼복승식을 다른 승식과 결합할 수 있다. 설사 복승식이 실패하더라도 카페블루 복연승식을 통해 위험의 분산이 가능하다.

 

결단력 [決斷力, Determination]

 

(사진: 팍스라이, 한국마사회)

 

크리에이터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용기는 결단력의 다른 표현이다. 결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경마 승리자도 베팅의 순간이 오면 과감한 선택과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배당판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결정에 후회 없이 밀어붙이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이날 인기 1위는 압도적으로 7번 더블럭키로 팔렸다. 단승 배당이 1.8배 였다. 인기 211번 팍스라이는 2.9배였다. 그러나 나와 친구는 이상의 종합적 사고를 해도 두 마리의 우열을 좀처럼 가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안전하게 복승식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최근 3연속 입상중인 상승세의 팍스라이가 과천의 황태자 문세영을 만났다면 우승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봤다. 스피드지수 역시 더블럭키는 101-103-96, 팍스라이는 101-99-101로 이 정도 호각세라면 직선주로에서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기수의 역량을 믿고 쌍승식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11팍스라이-7더블럭키의 복승식은 2.2, 11-7의 쌍승식은 4.5배로 2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메리트가 강했다.

 

승부경주로 정하고 11팍스라이-7더블럭키 쌍승식에 17,000, 11팍스라이-6카페블루 복연승식에 3,000원을 갔다. 설사 복연승식 4.4배만 적중하고 손해가 나도 경마에서는 Nothing보다는 일정 부분 환수를 하는 것이 다음 경주를 위해서도 좋다.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사진: KRA, 해당 경주장면 자료의 저작권은 한국마사회에 있으며 무단 활용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역시 황태자문세영이었다.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문세영이 기승한 11번 팍스라이(사진속 인코스마)는 7번 더블럭키를 차로 제치면서 우승을 했다. 스피드지수로 예측한 접전 속 승리였다. 짜릿한 순간이었다.

 

특히 기분이 좋았던 것은 예상대로 6번마 카페블루(연두색 모자)까지 박태종의 멋진 추입으로 3착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2개의 마권 쌍승식과 복연승식이 모두 적중됐다. 그야말로 10원 하나 손실 없었던 퍼펙트 마권이었다.

 

(사진: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퍼펙트 마권의 실체. 본 인증샷은 적중을 자랑하기 위해 올린 것이 아니다.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며, 향후 적중 마권 뿐만 아니라 실패 마권도 수록할 예정이다.)

 

하루에 마권을 구매하는 사람은 본장과 지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대략 20만 명이다. 이 가운데 본전에 플러스 100원이라도 이기는 사람들은 8,000명 내외다. 192천명을 제외한 8,000명은 남다른 사고와 결단력으로 그날만큼은 승리하는 사람들이다. 나와 친구는 이날 이 8,000명 안에 거뜬하게 포함되는 <경마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날 창의적으로 생각했다. 관계를 설정했고, 추리를 하며, 기억을 떠올렸고, 생각을 결합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과감했다.

 

창조적·창의성 사고는 고차원의 고상함이나 특별함이 절대 아니다. 생활 속에서 언제든지 발견하고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경마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주말이 지나고 평상을 맞았다.

 

새로운 문서들이 나에게 찾아왔다. 문서안의 개념은 늘 그렇듯 새로움을 요구하고 있었다. 문득 토요일 8경주가 생각났다.

 

나는 문서 속 개념들 간에 관계를 설정했고, 추리를 하며, 기억을 떠올렸고, 생각을 결합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과감한 기획을 했다. 매우 성공적이었다.

 

경마는 내게 이렇게 창의성 도구가 될 수 있었다.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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