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및 권리: MBC)
['라디오스타' 옥주현의 '레베카'가 특별했던 이유]
뮤지컬 넘버가 일반 가요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소리가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가요와 뮤지컬 넘버는 모두 노래 안에 감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가령 6월 현재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빅뱅의 ‘BANG BANG BANG’에는 “난 불을 질러, 심장을 태워, 널 미치게 하고 싶어”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런데 심장을 태우는 감정의 시점은 24시간이며 범용적이다. 이 노래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비슷한 감정에 녹아들 수 있는 특정 시점의 불특정인이다. 가요가 담을 수 있는 노래의 스토리 역시 뮤직 비디오로 만들어도 10분을 넘기기 힘들다. 스토리의 여백은 시간을 두고 청자가 채워 넣는다.
반면 뮤지컬 넘버는 감정의 시점이 1초다. 거의 모든 대사를 노래로 이끌어가는 뮤지컬 <렌트>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뮤지컬은 감정의 극적 표현이나 폭발의 시점이 대사를 잠시 멈추고 노래가 나오는 시점과 동일하다.
그때의 노래가 스토리라는 맥락을 통해 3차원 무대 위의 배우가 직접 연기를 하면서 표현한다. 뮤지컬을 보는 ‘특정된’ 관객은 그 노래를 20m 전방에서 2시간이 넘게 스토리의 여백 없이 배우와 직접적으로 소통한다. 그래서 뮤지컬 넘버는 뮤지컬의 무대만큼 입체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뮤지컬 배우들의 창법은 뮤지컬의 무대와 소리에 맞게 입체적으로 특화돼있다. 얼마나 더 노래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지에 따라 좋은 뮤지컬 배우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뮤지컬 배우가 옥주현이다.
옥주현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가수다. 몇 년 전 그녀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다고 결정했을 당시 기사에는 많은 악플과 불호의 시선이 있었다. 아이돌 출신 가수가 그 시기 인기가 매우 높았던 나가수 라인업에 드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노래로써 충분히 증명했다. 그때 옥주현이 불렀던 이승환의 ‘천일동안’이나 조장혁의 ‘러브’는 음악만 지금 들어도 매우 좋은 음악이다. 이제는 뮤지컬 시장 티켓 파워 1위로 증명될 만큼 그녀의 실력은 많은 대중들에게 수년째 믿고 보고 듣는 배우가 됐다.
사실 옥주현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온 가수는 아니다. 핑클이 결성되고 1집의 <내 남자친구에게>를 그녀가 처음 부른 것이 1998년이다. 이 아이돌 걸그룹 1세대 메인 보컬은 일반 대중가요의 다양한 무대 경험과 뮤지컬의 장점을 두루 거치며 17년이라는 내공의 시간을 쌓아왔다.
그녀의 많은 장점과 내공을 느낀 것이 지난 10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였다. 옥주현은 이날 뮤지컬 <레베카>의 ACT2를 불렀다.
뮤지컬 <엘리자베스>와 <모차르트>를 만든 미하일 쿤체와 실버스타 르메이 콤비의 작품 뮤지컬 ‘레베카’는 1940년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레베카>를 모태로 한 스릴러 뮤지컬이다. 옥주현이 방송에서 부른 노래는 뮤지컬에서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 댄버스 부인 역을 맡아 죽은 레베카를 떠올리며 주인공인 ‘나’에게 독백과 절규를 동반해 외치는 감정의 맥락이 있는 노래다.
돋보이는 가창력이었다. 강균성이 라디오스타에서 소찬휘의 ‘Tears’를 부른 이후 다시 느낀 역대급 무대였다. 라디오스타 무대는 풀사운드 무대가 아니다. MR을 통해 아주 작은 세트에서 패널들과 웃고 즐기고 녹화하다 갑자기 노래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옥주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갖추어지지 않은 무대임에도 뮤지컬 배우처럼 부르는 것과 똑같이 보기 드문 열창을 선보였다. 잠깐의 그 무대에도 실제 뮤지컬 속의 감정을 노래 안에 녹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고 눈 앞의 뮤지컬을 보는 착각을 들게 했다.
이 노래가 쉽지 않은 이유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에 있다. 마지막에 소리치는 3번의 "레베카"가 자동으로 3단 고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2번의 레베카로 힘을 모았다가 마지막 3번째 레베카로 폭발적으로 분출하며 노래가 마무리 될때 방송 자막에는 원곡보다 더한 감동이라고 입혀졌다.
그래서 원곡을 부른 Susan Rigvava-Dumas의 독일어 버전을 합성하여 주요 부분을 비교해 들을 수 있는 옥주현 레베카 뮤직 콜라주를 만들었다.
음악을 듣고 새삼 느꼈다. 라디오스타 방송 자막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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