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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예능 블루칩' 강균성 성대모사와 창의성 코드

 

(사진: KBS)

 

[강균성이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음에 그를 봤을 때 웃었다.

 

두 번째 그를 봤을 때 조금 놀라웠다.

 

세 번째 그를 봤을 때 싱크탱커는 이 남자를 창의성 넘치는 확실한 크리에이터라고 확정 지었다.

 

강균성... 소찬휘의 Tears라는 노래 한 방으로 <창조의 재료탱크>와 나의 유튜브 채널 조회수 트래픽에 막대한 영향을 준 이 남자를 나는 그동안 두 차례 포스팅했다. 그리고 그때 감히 예상했다. 이 남자는 반드시 예능계의 떠오르는 샛별이 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적중했다. TV와 미디어에 요즘 강균성은 자주 노출된다. 방송에 나올때마다 주변 게스트들을 폭소의 도가니로 빠뜨린다. 어느 방송에서는 대문짝하게 강균성을 예능계의 블루칩이라 소개했다.

 

강균성은 일단 새롭다. 뭔가 기존에 보아오던 캐릭터가 아니다. 크리에이터가 정보를 만드는 주체가 되면 그 정보는 더욱 생명력이 실려, 이로 인해 평범한 정보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로 바뀔 수 있다. 강균성을 크리에이터라 부를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그의 독특한 성대모사다.

 

기존에 성대모사의 달인이라 불리던 사람들...최병서부터 시작해 김학도, 배칠수, 정성호, 안윤상 등에 비해 강균성의 모사력은 이들에 미치지 못한다. 성대모사의 기본은 정확한 모방이다. 싱크로율이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성대모사의 성공률이 판가름 난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보아온 성대모사 가운데 가장 놀라웠던 최병서의 이덕화나 소름마저 끼쳤던 정성호의 한석규 따라하기가 거의 싱크로율 100%인 대표적인 예시였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복제율이 떨어지는 강균성의 성대모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기존 달인들과 어떤 점이 차이가 날까. 창조는 결합이다. 강균성은 합성주의자다. 강균성의 성대모사에는 이 결합합성이라는 코드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기존 달인들과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는다.

 

강균성은 결합과 합성의 귀재다. 강균성의 히트작 소찬휘의 Tears는 남자가 이 노래를 원키로 불렀다는 사실 이면에 있는 하나의 곡 안에 김경호와 김장훈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 3개의 다른 음성으로 같은 곡을 불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방식의 노래부르기는 사실 강균성이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다. 과거 안윤상도 여러 차례 보여준적이 있다. 그러나 강균성은 선곡을 잘했다. 노래가 가장 어렵다는 Tears. 이 노래에 합성과 함께 또 가수로서(이점이 다른 성대모사자들과 또 다른 경쟁력이기도 하다)’ 완벽한 가창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합성 성대모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강균성은 김장훈과 닭소리, 화난 감정과 김경호라는 쉽게 붙기 힘든 요소들을 결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좀처럼 방송 소재로 꺼내기 쉽지 않은 방귀소리의 강약(이것을 강약으로 나누었다는 사실이 또 놀라운)에 따라 김종국의 얇은 목소리, 김경호의 순간적인 샤우팅 목소리를 대비시켰다. 지난 6일 방송된 <마녀사냥>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의 목소리에 박정현의 목소리를 입히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고 시도한 적 없는 기발한 성대 모사를 연출했다.

 

이런 합성 성대모사는 디테일 묘사력과 특징을 연결하는 정확한 유추 능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장훈의 음색을 닭이 아닌 다른 동물의 울음소리로 모사했다고 생각해보자. 매우 어색했을 것이다. 묘하게도 강균성이 합성시키는 두 개의 요소는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생각해보면 정말 김종국의 얇은 목소리는 약한 방귀소리가, 박정현의 음색은 아기 울음 소리가 어울린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김장훈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강균성이 닭을 떠올렸을 수도 있고, 닭을 생각하다 김장훈이 연결됐을 수도 있다. 어쨌든 AB의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A가 생각나서 B가 대비되고, B로 인해 A가 나타났건 AB가 결합되어 견강부회가 아니라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유추가 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사진: MBC)

 

뒷받침은 뛰어난 관찰력이다. 크리에이터의 역사에서 관찰 없는 창조자는 없었다. 성대모사의 기본도 특징을 잡아내는 관찰이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라디오 스타>에서 강균성이 묘사한 <박진영 에피소드>가 그의 디테일한 관찰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10년전 박진영의 에피소드를 10분전 화면처럼 생동감을 불어넣는 고난도 기술을 보여줬다. 박진영의 <난 여자가 있는데> 실수담을 타령+음이탈+당황+타잔 소리로 4등분하여 묘사했다. 세밀한 관찰력이었다.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일어난 상황을 4가지로 포착했는데 이걸 또 4가지 목소리로 결합시켰다. 가히 '결합 성대모사'의 결정판이었다. 박진영 에피소드를 강균성과 똑같이 목격했더라도 다른 사람이라면 이처럼 주목받는 정보로 탈바꿈 시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강균성은 사실 예능이 본업은 아니다. <노을>의 가수다. 그래서 아기울음소리 박정현 성대모사를 개발했다는 말을 듣고 새로운 성대모사에 대한 약간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결합능력과 창의력이라면 충분히 크리에이터가 가지게 되는 새로움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이후 새로운 성대모사가 없어도 강균성은 가수이지 성대모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요즘 이 남자를 보는 게 즐겁다.

 

그런데 강균성이 가진 새로움 중에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35세의 적지 않는 나이의 이 매력 넘치는 남자가 혼전 순결 주의자(!)라는 점이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