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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인간 딜레마, 유용한 백과사전 텍스트의 향연

 

(사진: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인간이란 무엇인가.

 

너무나 어려운 형이상학적 질문이다.

학자들 역시 이에 대한 답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임마누엘 칸트는 이 질문 자체가 인간의 근본문제라고 했다. 칸트 사전을 집필한 바바 요시유키는 칸트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 이 네 번째 물음이 앞의 3가지 문제를 모두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파괴란 무엇인가>에서 조금 더 각칙으로 들어와 구체적으로 인간 행위의 미스터리를 지적했다.

 

인간은 살인자라는 점에서 동물과 다르다. 인간은 자기 종족인 동료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이고 괴롭히며 또 그렇게 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는 유일한 영장류인 것이다.”

 

싱크탱커는 인간은 무엇인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인간이 가진 고민과 인간이 인생에서 내리는 선택의 성격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이 <인간 딜레마>(이용범, 생각의 나무).

 

책 제목과 소재만큼이나 대단한 책이다. 인간을 통한 딜레마를 이야기한다. 딜레마란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말한다.

 

그래서 딜레마는 인간은 무엇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황을 만든다. 선택의 과정을 두고 수많은 이론과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창의성과 창조적 사고를 일으키는 착상이 파생된다.

 

<인간 딜레마>는 이런 내용만을 모아 55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에 담았다. 굉장히 인상적인 책이었고, 활용가치 역시 상당한 책이다.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책을 선택하고 읽었을 때의 기쁨은 함량 미달의 베스트셀러를 읽고 느끼는 허탈감을 배로 상쇄시킨다.

 

출근길의 딜레마, 매트리스의 딜레마, 파우스트의 딜레마부터 시작해 마지막 이혼의 딜레마까지 수백 개의 딜레마가 책 속의 향연처럼 펼쳐진다. 또한 딜레마에 빠진 인간이 어떤 기준에서 진화하고 생존하며 판단하는지를 다채로운 학설, 실험과 관찰,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저자 자신의 목소리는 약한 편이다. 하지만 흠이 되기에는 약하다. 책 자체가 딜레마를 집대성한 유용한 백과사전 텍스트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에 저자의 주장이 들어가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이런 책은 수시로 꺼내보고 활용하는 아이디어 탱크의 재료가 된다.

 

통념을 뒤집는 섬세한 내용들도 눈길을 끈다. 군대에서 바르는 위장 크림이 대표적이다. 군인들은 위장크림을 왜 바를까. 가장 쉬운 대답은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야간 매복 시 피부에 반사되는 빛을 차단하여 은폐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위장 크림의 진짜 목적은 익명성의 확보다. 익명성이 확보될 때 군인들은 더 잔혹해진다. 얼굴 위장은 적 사살 등에서 느끼게 될 양심의 가책을 엄폐하는 심리적 방어벽을 만든다. 범죄자들이 복면을 쓰거나, 멀쩡하던 사람이 예비군 훈련에서 가서 군복만 입으면 괜히 거칠어지는 것은 집단 속 익명성이 가져다주는 과감성 때문인 것과 유사하다.

 

<정자에서 온 남자, 난자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조 쿼트의 말을 인용해 사랑의 딜레마와 여성의 번식 전략을 소개한 내용은 흥미로우면서도 도발적이다. “부적절한 연인과 외도를 하는 여자들은 남편과 관계할 때보다 3배나 많은 정액을 빨아들인다. 남편이 있는 여성이 외도 할 때는 더 많은 성적 쾌감을 경험한다.”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인간은 가장 지독한 맹수이지만 또 유일하게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을 인식하고 반성할 줄 아는 존재라며 책 말미에 균형을 맞췄다.

 

(사진: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책 겉표지에 소개된 저자의 약력을 보니, 전문적인 인류학자는 아니다. 대학 재학 중 문단에 등단한 뒤 잡지사에 근무하다 20년 전부터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럼에도 이런 뛰어난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방대한 독서량과 지식의 편집 능력, 글쓰기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창조의 재료탱크> <Book> 카테고리에 소개하는 책은 대부분 추천하는 책이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매우 특별하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