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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감각의 박물학>, 모든 창의성 폭발의 레이더

 

(사진 출처 및 권리= <창조의 재료탱크>)

 

 

[오감은 왜 창의성 발현에 중요할까]

 

개인적으로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이다. 어설프게 쓰인 책 100권을 한 트럭으로 줘도 이 책 한 권과는 바꾸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사연이 있다. 오래전부터 인간의 감각, 오감(五感, five senses)이 모든 창조 작업의 시작을 알리는 첫 걸음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련 서적을 찾아봤는데 마음에 드는 책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08년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 초판 발행일이 2004년이었으니 4년 동안 찾지 못했던 것이다. 책의 제목은 <감각의 박물학>(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옮김, 작가정신)이다.

 

기다렸던 단어 감각을 책 제목의 서두에 놓은 것도 마음에 드는 데, 다양한 학문을 총칭하는 박물학까지 포함했다. 그렇다면 감각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는 뜻일까. 이 책을 다 읽으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목차만 보고 <감각의 박물학>을 구매하는 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의 기본 오감에 공감각까지. 어떠한 군더더기 없이 감각의 이야기만으로 6개의 목차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간혹 서점에서 보이는 독자들을 낚기 위해 목차와 내용이 따로 노는 함량 미달의 책과는 거리가 멀다.

 

책의 서두 세상은 얼마나 황홀하고 감각적인가부터 <감각의 박물학>은 앞으로의 논의에 대해 역설적인 첫 문장을 배치했다. 오감의 중요성을 복선으로 깔았다. “세상은 얼마나 황홀하고 감각적인가는 오감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암울하고 무감각한가로 뒤바뀐다. 인간은 누구라도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

 

동시에 인간은 누구나 혀가 있고 코가 있으며, 한 쌍의 눈과 귀도 있다. 손가락도 붙어있다. 이렇듯 우리가 숨 쉬고, 밥을 먹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픔을 겪는 모든 것들에는 감각이 스며있다. 감각은 감정을 일으키고 감정과 유사하게 쓰이는 감성, 느낌, 필링, 각종 유레카는 모든 창조 작업과 창의성의 도화선이 된다.

 

크리에이션의 도화선에 불이 붙기 위해서는 불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데, 그때 오감은 불의 발화점을 찾는 레이더와 촉수가 된다. 역사상 많은 창조 작업과 세상을 바꾼 위대한 발견에는 언제나 오감이 있었다. 사물과 현상을 남다르게 느끼는 감각이 1,000개인 사람과 1개인 사람은 창의성 게임에서 상대가 안 된다. 오감을 가지고 놀 수 있다면 언어의 마술사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감은 창의성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감각의 박물학>이 명시적으로 오감을 창의성에 써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용은 오감의 감각을 다루다보니 모두 창의성에 직, 간접적으로 대부분 관계가 있다.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머리말에서 이 책은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탐구하며 감각이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지, 그 범위와 평가는 또 어떤지, 감각과 관련된 민속과 과학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감각 관련 언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머리말대로 매우 착실하게 쓰인 책이다. 감각에 관한 내용 자체가 많은 호기심을 일으키며 여러 가지 저술이나 문서에 다양하게 적용돼 활용도가 높다.

 

가령 인간은 매일 약 23,040회 호흡하고 12입방미터의 공기를 마셨다가 내뱉는다. 한 번의 호흡에는 약 5초가 걸리고 그때 냄새 분자들이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내용은 후각 관련 팩트를 서술하는데 도움을 주는 과학적인 내용이다.

 

청각과 연계해 무언가 좋은 문장을 가져오고 싶을 때는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말한 신이 인간에게 2개의 귀와 하나의 입을 주신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많이 하라고 강조하기 위해서다라는 내용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이미 싱크탱커는 지난 7월 독립기념관의 똥냄새를 언급한 포스팅 (2015/07/30 - 독립기념관의 어이없는 똥냄새) 에서 헬렌 켈러가 말한 냄새는 우리를 수천 미터 떨어진 곳에 많은 시간을 건너뛰어 데려다 주는 힘센 마술사라는 감각적인 표현을 이 책을 통해 쓸 수 있었다.

 

개별 언어나 문장의 쓰임새뿐만 아니라,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어떻게 오감을 소중하게 다루며 창조물을 만들었는지도 많은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한마디로 버릴 문장이 없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감각의 박물학>의 후기에는 매우 인상적인 내용이 나온다. “인간 존재의 가장 큰 모순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맛보는 무수한 감각이 뇌에서 직접 자각되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계속 마음 안에 감각을 담기 위해 애커먼이 강조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가장 멋진 일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야 오감도 나에게로 다가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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