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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덩크 능력의 이면과 빅터 올라디포

 

(사진: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올라디포는 해롤드 마이너일까, 드웨인 웨이드일까]

 

살면서 꼭 해보고 싶지만,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덩크슛이다.

 

스프링보드를 이용한 덤블링 덩크슛은 무효다. 신발의 탄력만을 이용한 덩크슛, 이 진짜 덩크슛을 하고 싶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흑형들의 하체 근육을 갖지 않는 이상 나는 덩크 슛을 평생 할 수 없을 것이다.

 

덩크슛은 농구를 빛나게 한다. 농구를 역동적으로 만들어준다. 일순간 인간이 공중을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덩크슛에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오래된 원초적 욕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1993년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노래 <덩크슛>에서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얼마나 짜릿한 그 기분을 느낄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993년에 이승환이 덩크슛을 하기 위해 야발라바히기야라는 주문을 외우고, 덩크슛이라는 명칭의 노래가 국내 대중가요에서 인기를 모은 것은 1990년대 중반 NBA가 국내에 인기 있었던 이유가 컸다. 마침 같은해 덩크슛 역사에도 엄청난 괴물이 나타났다.

 

해롤드 마이너(전 마이애미 히트·196cm)였다. 그는 놀라운 덩크능력이 있었다. 공중에 솟구쳐 왼손으로 림을 찍어누르는 그의 덩크는 정말로 압권이었다.

 

1993년과 1995년 두 차례나 슬램덩크 챔피언이 됐다. 비슷한 키와 스킨 헤드의 외모까지 마이클 조던을 닮아 사람들은 그를 베이비 조던이라고 불렀다. 미래가 보장된 슈퍼스타의 출현이었다. 나이키는 그의 상업적 가치를 14백만 달러라고 발표하며 후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베이비 조던NBA선수 닉네임 중 가장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역대급 닉네임이 됐다. 그는 정말로 베이비로만 끝났다. 아기에서 전혀 성장을 하지 못했다. 이름의 발음처럼 메이저로 크지 못하고 마이너가 되어버렸다.

 

농구는 단순하지가 않다. 덩크는 공중을 지배하는 기술이지만, 농구는 역설적으로 공중을 지배하기 위해 땅을 먼저 지배해야 하는 스포츠다. 땅에서 이루어지는 수비와 패싱 게임, 각종 전술의 이해가 없이는 농구를 지배할 수 없다. 이게 먼저 되어야 공중에 올라 슛을 하고 덩크를 할 수 있다.

 

마이너는 덩크슛 이외에 이같은 땅위에서의 모든 플레이가 부족했다. 슛 셀렉션이 좋지 못했다. 외곽슛도 너무 약했다. 수비 역시 안 되는 선수였다. 사실 마이너는 USC 대학시절 슈퍼스타였다. 마이클 조던과 똑같은 23번은 USC로부터 영구결번 될 정도였다. 스스로도 조던이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NBA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무릎 부상도 원인이었지만 언급한 기본적인 능력이 NBA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마이너는 마지막 시즌 평균 3.2득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4시즌 만에 코트를 떠났다.

 

마이너는 덩크 챔피언에 올랐음에도 NBA에서 성공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가 됐다. 마이너 이외의 덩크 챔피언들은 어떻게 됐을까. 지금까지 NBA30차례의 슬램덩크 컨테스트에서 24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명단은 아래와 같다.

 

래리 낸스, 도미니크 윌킨스, 스퍼드 웹, 마이클 조던, 케니 워커, 디 브라운, 세드릭 세발로스, 해롤드 마이너, 브렌트 배리, 코비 브라이언트, 빈스 카터, 데스먼드 메이슨, 제이슨 리차드슨, 프레드 존스, 조시 스미스, 네이트 로빈슨, 제랄드 그린, 드와이트 하워드, 블레이크 그리핀, 제레미 에반스, 테렌스 로스, 존 월, 잭 라빈

 

이 명단을 보면 명확하게 3개의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던, 윌킨스, 코비, 카터, 그리핀, 하워드, 월의 스타 A그룹, 마이너, 프레드 존스의 하위 C그룹, 나머지 선수들로 구성된 평균적인 B그룹이다. (제레미 에반스도 현재까지의 모습은 C그룹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선수이다.)

 

이 명단에서도 C그룹의 명단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하지만 C그룹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덩크 능력이 선수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준다.

 

이 명단을 보다가 생각나는 선수가 올랜도 매직의 빅터 올라디포(23·193cm)였. 올라디포는 올해 NBA 슬램덩크 컨테스트에서 잭 라빈에 가려 아쉽게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Mr. 360피켓을 들어보이며 놀라운 체공능력과 덩크슛을 만드는 기술만큼은 싱크탱커를 가장 크게 사로잡았다.

 

2013년 드래프트에서 2번 픽으로 NBA에 입성한 올라디포의 플레이를 처음 보고 떠오른 선수는 사실 언급한 마이너였다.

 

올라디포의 확률 낮은 외곽슛, 잦은 턴오버, 무리한 돌파와 특별하지 않았던 수비력은 그대로 마이너와 오버랩이 됐었다.

 

하지만, 몇 경기를 더 보고 이런 나의 생각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매우 특별했다. 슈팅가드로서의 움직임은 초창기 드웨인 웨이드와 비슷하기도 하고, 크로스오버 드리블과 스피드를 앞세운 기막힌 인사이드 공격력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했던 포인트 가드 케빈 존슨의 절묘함도 순간 연상시켰다.

 

무엇보다 올라디포는 다재다능하다. 자신의 운동능력을 효과적으로 쓰고 있다. 지난해 루키임에도 필라델피아 76ers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52분을 소화하며 26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을 작성했다. 지난해 221일 뉴욕 닉스 전에서도 30득점, 14어시스트, 9리바운드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여줬다. 올시즌 피닉스 선스 전에서는 38득점을 퍼붓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코트에서의 자신감과 공중 플레이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 두려움이 없다. 때론 지나친 공격 독점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신인급 선수다운 패기가 느껴진다. 어느 누구와도 맞짱을 할 수 있다는 오기가 코트 위에서 강하게 풍긴다. 찰스 바클리의 향수를 생각나게 하는 선수다. 여기에 올라디포가 공중에 뜨면 다채로운 움직임이 가능해 어떤 플레이가 나올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올라디포의 플레이를 보다가 게임 속에서 그를 플레이 해봤다. NBA2K15는 올라디포의 덩크 능력을 정확히 반영했다.

 

무시무시한 덩크가 나왔다. 지금까지 NBA2K15에서 내가 경험한 덩크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

 

점프력이 곱빼기인 느낌, 선수 한 명을 넘어서는 듯한 공중기에 내가 성공해 놓고도 한 동안 멍했다. 게임 속 조던, 윌킨스, 클라이드 드렉슬러의 덩크보다도 더 대단했다. (라빈의 덩크도 좋았지만 막상 게임 속 경기 중에는 올라디포에 비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는 이제 NBA 2년 차로서 아직은 성장 중인 선수다. 부족하고 개선할 점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는 해롤드 마이너가 되기보다는 미래의 올스타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