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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경마 승부경주 패턴, 추입마가 인기1위인 경주

 

 

 

출마표를 보고 프로그램을 분석하다 친구와 나는 동시에 직감했다.

 

이게 웬 떡이냐!”

 

경마팬들이 각자 생각하는 승부 경주의 패턴은 여러 가지다. 싱크탱커 역시 몇 가지 패턴이 이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패턴이 추입마가 인기1위인 경주다.

 

이유는 간명하다. 추입마는 힘든 경주 전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입마가 뭔가. 힘을 아꼈다가 뒤에서 올라오는 말이다. 어떤 경주마가 100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선행마는 초반에 80의 힘을 쓰고 20을 나중에 쓴다. 추입마는 초반에 20으로 따라가다 80을 마지막에 한꺼번에 써야한다.

 

하지만 추입마가 마지막 80의 힘을 정확히 쓰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 선행마가 남은 힘의 20을 쓴다는 개념은 사실은 버틴다라는 의미가 강하다. 페이스를 어느 정도 조절하면 남은 거리는 버티면서 들어오면 된다.

 

하지만 추입마는 다르다. 남은 거리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80을 쏟아내기가 어렵다. 빨리 쓰면 힘이 모자라 오버페이스가 되고, 늦게 쓰면 힘이 남아 늦추입이 된다.

 

경주 전개는 더욱 가시밭길이다. 앞에 가는 말을 뚫고 주로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말끼리 부딪히는 일도 일어난다. 게다가 외곽으로 넘어서야 하는 일이 많아 게이트 안쪽에 바짝 붙어 경제적으로 뛰는 선행마보다 3-4마신 손해를 본다. 강하게 추진해줘야 하는 기수의 역량도 변수다.

 

이런 추입마가 인기 1위라면, 또 언급한 추입마들의 핸디캡들이 실제로 경주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때 경마에서 이변이 발생한다.

 

그래서 한국경마는 선행마 놀음이다. 선행마가 강해서라기보다는 추입마가 불리하기 때문에 선행마 놀음이다. 경마팬들에게 대표적인 추입마로 기억되는 명마 청파조차 늦추입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물며 청파보다 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추입마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경주는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런 패턴의 경주를 승부경주로 하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328일 토요 7경주가 바로 그런 경주였다.

 

(사진: 한국마사회)

 

이 경주는 전형적인 승부경주 가운데 하나의 패턴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추입마인 11번마 아큘러스가 인기 1위였기 때문이다.

 

아큘러스의 단승 배당은 2.5. 아주 강력하진 않았지만 인기를 상당 부분 모으고 있었다. 나머지 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경주는 아큘러스를 포함해 눈에 드러나는 5파전이었다. 11번 아큘러스, 3번 가속불패, 4번 선이스트, 1번 대건이, 5번 에스비러브가 인기도 순으로 팔렸다. 복승식 최저배당은 11번 아큘러스-3번 가속불패의 4.2배였다.

 

하지만 이 경주는 단거리인 1400미터. 앞 선에 가는 말이 유리한 경주였다. 물론, 1400미터가 반드시 선행마에 유리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경주는 유리해보였다. 앞에 붙어 갈 수 있는 말이 3번 가속불패, 5번 에스비러브 두 마리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모두 추입마였다.

 

(사진: 에스비러브, 한국마사회)

 

그런데 상대적으로 인기 5위로 덜 팔리는 5번마 에스비러브를 우리는 주목했다. 이 말은 절대로 약해보이지 않았다. 에스비러브가 이 편성에서 인기 5위인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단 2연속 입상 중인 상승세 말이었고, 그것도 모두 해당군인 국5등급에서 거둔 입상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146283착을 하고 이후 무려 7개월을 쉬고 나온 201514일 경주에서 입상을 한 부분이었다.

 

경주마의 출주주기는 한 달에서 두 달이다. 그래서 출주주기가 10주가 넘어가는 말은 우선적으로 제외하는 것을 우리는 원칙으로 삼고 있다. 통계적으로 입상 확률이 10%가 안 되기 때문이다. 웬만한 명마거나 기습 선행력을 숨기고 있는 말이 아니면 출주주기가 깨지면 입상이 어렵다. 그런데 에스비러브는 28주 만에 나와 2착을 한 말이다. 능력 없는 말은 이런 짓 못한다.

 

(사진: 에스비러브의 수상한 전력, 한국마사회)

 

에스비러브가 확신을 준 부분은 또 있었다. 위 사진처럼 20146283착을 한 경주에서 1착한 말과 0.3초차인 1.5마신 차가 났는데 당시 1착한 말이 펠리시티였다는 사실이다.

 

펠리시티를 찾아보니 이 말은 현재 3등급마로 최근 혼합 3군에서도 우승을 했던 말이었다. 328일 토요 7경주는 5등급 경주였다펠리시티와 이런 착차를 보였다는 것은 충분히 현재 5등급 경주에서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왔다. 즉, 에스비러브는 5등급에서 놀 말이 아니라는 유추가 가능했다.

 

경주전개 측면에서도 능력이 되는 선행마 두 마리가 있는데, 비슷한 능력의 추입마 2마리가 뒤에서 한꺼번에 올라와 선행마 두 마리를 모두 제치고 3착안에 추입마 2마리가 들어오는 그림은 도무지 그려지지 않았다. 이것은 상대적 인기마인 추입마 4번 선이스트를 약하게 본 판단으로 작용했다.

 

한편, 인기1위 아큘러스의 능력은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설사 아큘러스가 3착안에 들어와도, 3번 가속불패와 5번 에스비러브는 능력과 전개상 두 마리 모두 결코 3착 밖으로 벗어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3번 가속불패 5번 에스비러브 복연승식에 25,000원 승부를 걸기로 했다. 나머지는 운을 기대하며 3-5 복승식 4000, 5-3 쌍승식에도 1000원을 갔다. 우리가 가진 자금5할인 총 3만원의 승부경주였다. (우리는 1인당 3만원, 6경주 이후 오후 경주에만 총 6만원의 자금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원칙이 깨진 적은 10년 넘게 단 한 차례도 없다.)

 

게이트가 열렸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3번 가속불패와 5번 에스비러브만 앞으로 튀어나갔다. 이거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경주 전개대로 강하게 왔다. 따라 잡을 말이 없었다.

 

(사진: 예상대로 앞으로 튀어나가는 가속불패와 에스비러브, 한국마사회)

 

직선주로까지 두 마리만 질주했다. 결승선 300미터를 앞두고 5번 에스비러브가 3번 가속불패를 넘어설 듯 해 또 한 번 단방으로 쌍승, 복승, 복연승을 모두 적중하는 퍼펙트가 이뤄질 것 같았다.

 

하지만 경마의 신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11번 아큘러스가 마지막 순간 극적으로 추입하며 우승했고, 2착은 5번 에스비러브, 3착은 3번 가속불패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4착한 말이 거의 따라붙어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운이 따라줬다.

 

<자료: 한국마사회, 본 자료의 저작권은 한국마사회에 있으며 무단 활용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당은 너무나 좋았다. 5번 에스비러브-3번 가속불패의 복연승 배당이 5.0배였다! 25,000원이 125,000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한 5번 에스비러브의 선전이 이런 황금 배당을 만들었다.

 

(사진: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 본 인증샷은 적중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과정을 설명하기 위함이며 향후 실패사진도 수록할 예정이다.)

 

11번마 아큘러스는 예상과 달리 우승을 했다. 추입마였지만 우승을 할 만큼 능력이 있는 말이었다. 우리는 이 말의 전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추입을 못할 것이라 봤지만 추입을 하며 우승을 했다. 이것이 경마다.

 

하지만 언급한대로 이런 가능성도 예상을 했었다. 그래서 주력을 앞 선을 지배할 수 있는 2마리의 복연승으로 갔고, 우리는 아큘러스의 우승과 상관없이 이 승부 경주를 통쾌하게 승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또 경마다.

 

우리는 이후 아주 편한 마음으로 8경주부터 13경주까지 100원, 1000원 짜리로 장난을 치며 지키는 경마를 하다가 마지막 14경주에서 2번 일기당천-8번 퍼펙트샤인의 복연승식 8.8배 승부경주를 운 좋게 또 적중하며 이날 대승을 거뒀다.

 

토요 7경주 같은 경주만 있다면 좋겠지만, 경마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7경주 같은 편성이 또 오더라도 이날 7경주 같은 결과가 똑같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경마는 그래서 정복할 수 없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