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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걷기...그리고 발기, 또 신기한 일들

 

 

석은 남자가 봐도 참 잘생긴 얼굴이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그 후배의 느낌은 그랬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잘 생기다가 만 얼굴이다. (여자도 예쁘다가 만 얼굴이 있다~)

 

얼굴살이 너무 많다는 점이 참 아쉬웠다. 175cm의 키에 88kg의 몸무게는 통통과 비만 사이의 묘한 경계에 있는 애매한 체형이었다. 항상 뭐든 잘 먹었다. 밥은 언제나 두 공기에 반찬은 ALL Clear였다. 운동은 제로였다.

 

그러던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점심시간에 선언을 했다.

 

오늘부터 살 뺍니다!”

 

사귀던 여자 친구로부터 돼지라고 놀림을 받았는데 이게 뭔가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그러더니 밥을 한 공기로 줄였다. 그리고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그러려니 했다. 얼마나 가나 했는데, 의외로 꾸준했다. 밥 두 공기는 한 공기에서 점차 3/4공기로 줄었다. 퇴근 이후 운동도 빠지지 않는 듯 했다.

 

시간이 흐르고 후배는 달라졌다. 얼굴살의 기름살이 다 날아갔다. 턱선이 보이니까 인물이 살아났다. 밥을 줄인 이유도 있었지만, 헬스클럽에서 엄청난 러닝을 한 듯 보였다. 그래서 물어봤다.

 

그 사이 엄청 뛰고 했나 보다?”

 

후배는 대답했다. “아니요. 전혀 뛰지 않고 20분간 매일 약간 빠르게 걷기만 했어요.”

걷기만? 정말 걷기만 했는데 몸이 이렇게 변할 수 있나? 사실이었다. 재차 물어보았음에도 후배는 전혀 빠른 러닝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헬스 기구 역시 건드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걷기뿐이었다.

 

그때 걷기라는 단어는 내게 처음으로 특별하게 다가왔다. 군대시절 걷기보다 이때 후배의 걷기가 더 강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다시 잊혀졌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내 몸도 약간씩 살이 찌는 것 같았다. 뭔가 스스로 느낄 때 내 몸이 산뜻하지 않았다. 후배의 예전 걷기가 생각났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저녁에 30~50분씩 걸었다. 3~4주 정도 꾸준히 걸으니 확실히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가벼워진 몸은 시작에 불과했다. 걷기 이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아침마다 엄청난 발기가 일어난 것이었다!!

 

(사진: nachan)

 

프란츠 카프카는 소설 <변신>에서 어느 날 아침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신했음을 알게 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변신의 범위는 달랐지만 걷기 이후 나는 아침마다 내 사타구니가 거대한 벌레로 변신해 있음을 알게 됐다!! 그것도 껍질이 단단한 딱정벌레로!

 

오해는 말자. 아직은 발기부전을 걱정할 나이는 아니고 상태도 아니다. 그래도 0.5초안에 반응을 보이는 남자 발기의 전성기라는 고3때만큼은 아니다. 그런데 걷기 이후 나의 아침에는 난데없는 고등학교 3학년이 찾아온 것이다. 아침뿐만이 아니었다. 느닷없는고등학교 3학년은 아침에 등교해 야간 자율학습까지 느닷없이돌출행동을 했다.

 

그 사이 특별한 식이 요법을 한 것도 아니었다. 후배처럼 나 역시 전혀 빠른 러닝을 하지도 않았다. Only Walking 뿐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 발기는......더 자세하고 생생한 묘사를 하고 싶지만, 미성년자도 볼 수 있으니 이럴 때 가장 좋은 표현 남자한테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로 대신하겠다.

 

궁금했다. 정말 걷기와 발기는 연관이 있을까.

 

사실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온통 유산소운동, 걷기, 발기, 파워워킹, 등산, 발기부전, 천연 비아그라 등 걷기와 발기는 다양한 하이퍼텍스트를 토해내고 있었다.

 

(사진: Harvard Medical School, Edit By ThinkTanker)

 

전문가들의 자료를 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국내외 전 세계 비뇨기과 의사들은 걷기가 발기에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었다.

 

2009년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연구팀은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뒤로 걷기 운동 이후 발기 능력을 테스트한 결과 허벅지 안쪽 근육 강화 등으로 발기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발기부전센터도 1주일에 3차례 하루 4km씩 걷기 운동으로 발기부전 환자의 67%가 개선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비아그라를 복용하던 환자들은 걷기운동 결과 더 이상 비아그라가 필요 없어졌다.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결론도 다르지 않았다. 연구팀이 발기부전(Erectile Dysfunction)을 막는 5가지 천연비법 중에 가장 첫 번째로 꼽는 것이 걷기였다. 하루 단 30분만 걸어도 발기부전 위험성은 41% 감소했다.

 

발기는 음경의 혈액이 빠져나가지 않아야 하는데, 걷기는 허벅지 안쪽 근육과 음경혈관을 감싸는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 음경에서 혈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완화시킨다는 것이 의학적 설명이었다.

 

신기하다는 생각에 몇 명의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테스트를 해본 친구들의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이후 결론을 내렸다. “걷기는 발기의 진리다!”

 

이후 걷기에 빠져들었고 걷기의 신비가 발기에 그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좋아하던 이시형 박사가 쓴 <행복한 독종>(리더스북)이라는 책이 불을 지폈다.

 

이 책은 내용도 좋았지만 싱크탱커가 특별히 인상적으로 느낀 내용은 이시형 박사가 주장한 하루 5분만 걸어도 우리 몸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문장이었다. 이시형 박사는 이제 정신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걷기 운동 전도사로 통한다. 핵심은 "걷기로 인해 행복물질 세로토닌이 분비되면서 신체에 활력이 생긴다"였다.

 

정말로 그랬다. 걷기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줬다. 워킹 중에는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걷기가 끝난 이후에는 무언가 몸과 마음이 최적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걷기는 머리도 변화시켰다. 요즘에도 실감한다. 일이나 기타 여러 가지 상황에서 생각의 돌파구가 막히는 일이 생긴다. 그럴 때 걷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특정 생각 자체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니면 사고의 회로가 닫혀있었는데 갑자기 8차선 도로로 뚫어주기도 한다. 심지어 <창조의 재료탱크>안에 들어갈 블로그 재료를 제공할 때도 있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불행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걷기를 통해 인간이 행복해지는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다면 이 좋은 것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어쩌면 걷기는 인간에 내재된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인류의 진화과정 1단계에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처음으로 직립보행(直立步行)을 시작했고 인간은 이를 통해 고도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걷기는 이처럼 발전의 초석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발전하려면 걸어야 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처음으로 인류사에서 행복감도 느낀 존재였다.

 

이 행복은 혹시 걷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