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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지존(장미지·존추), 나혼자...탈락 부른 치명적 선곡

 

(사진: SBS)

 

[지존 역대 무대 가상 메들리 포함]

 

생방송은 아니었지만, TV속으로 들어가 노래를 말리고 싶었다.

 

기존의 올드한 선곡을 벗기 위한 착상은 좋았다. 그런데 왜 이 중요한 순간에! 하필이면 그 노래가 씨스타의 나혼자가 됐어야 했을까. 지존(장미지·존추)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건 아니었다. 지존이 좋아서 유재하와의 지난날가상듀엣 곡(지존(장미지, 존추)·유재하, 가상듀엣 '지난날')까지 만들었던 싱크탱커가 오늘은 그들의 탈락에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연주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노래를 잘못 불렀다는 것도 아니다. 화음이 이상했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세 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는 아쉬운 평가를 들었지만 나는 최고로 잘 들었다. 지존의 합작무대 가운데 가장 수준이 높았고, 연주·노래·화음 모두 너무나 좋은 무대였다.

 

아쉬운 이유는 곡 제목과 관계된 선곡이다. 도대체 생방송 무대를 코앞에 두고 고른 노래가 나...가 뭔가. 사랑하는 연인끼리는 노래방에서 절대로 이별노래를 불러서는 안 된다는 유명한 불문율이 있다. 실제로 이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요계에는 가수도 곡 제목대로 가수 인생이 흘러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실제로 음반 제작자들은 앨범 타이틀곡 제목에 매우 신경을 쓰기도 한다. 왜 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역경을 딛고 성공한다는 노래를 자주 부를까.

 

물론 가사처럼 된다는 것은 미신이며 비과학적 추론이다. 그리고 장미지와 존추 사이를 확인은 못했지만 연인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가수는 감정을 노래하는 사람이다. 비록 노래가 허구라도 노래안에 담긴 감정의 진실은 중요한 요소로 들리게 된다. 그래서 미신이지만 노래 제목과 그 노래가 담고 있는 정서는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지존이 그동안 보여준 성공은 음악을 떠나, 22살 동갑내기 친구의 남자와 여자라는 절묘한 결합이 보여준 이미지(현재 국내 가요계에 남녀 2인조 그룹이 없다는 독창성까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K팝스타는 오디오 프로그램이 아니다. 비디오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은 귀로 들으면서 또 눈으로 그들의 이미지를 본다. 매개체는 가사다. 약간은 을 타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서 풋풋함 속에 내재된 놀라운 음악성과 뛰어난 악기 연주, 유니크한 화음이 선곡의 가사와 함께 결합의 효과를 극대화 했었다.

 

지존의 이전 선곡들이 보여준다. 조규찬의 <Baby Baby>언제나 걷던 그 길로 그대 와주면 되요.” 김건모의 <넌 친구 난 연인>에 등장한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사랑이라 난 믿고 있지만, 우린 어디까지 친구일 뿐이라고.” 조금은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이 얼마나 지존의 정체성을 귀엽게 보여주는 선곡과 가사들인가.

 

김현철의 <왜그래>에서는 장미지가 노래 중간에 내가 머리가 짧아서 그런가. 아니면 치마를 입지 않아서 그래?”, 존추는 내 이름이 해서 그런가봐로 위트 있게 가사를 개사하여 양현석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방송 자막에 나온 것처럼 두 사람이 직접 남녀 각각의 입장을 새로 써넣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관성은 유지가 됐어야 하지 않았을까.

 

(사진: SBS, Edit By ThinkTanker)

 

그런데 갑자기 나혼자는 뭔가. 물론 씨스타의 나혼자가사는 이별의 아픔을 통해 더욱 그리움을 표현한 곡이긴 하다. 하지만 노래 자체가 일단 남녀의 헤어짐을 전제로 하는 노래다. 이런 노래는 지존의 은퇴 무대나 솔로 선언 이후 불러야 하는 노래가 되어야 한다. 노래 속에는 나혼자라는 단어가 무려 15번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차라리 만나지 말걸 그랬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이토록 쉽게 우린 끝인가요.” 그리고 계속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본다.

 

너무나 열심히 둘 다 노래를 잘했다. 그런데 장미지와 존추가 그 열심히 부르는 가사가 차라리 만나지 말걸 그랬어나혼자.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몰입을 완전히 방해하면서 팀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무너뜨렸다.

 

지존은 혼자가 아니라 듀오다. 경연 내내 만나야 되는 그룹이고 이토록 쉽게 끝나선 안 되는 참가자들이다. 하지만 무서운 우연으로 포장된 운명처럼 그들은 정말로 노래 가사처럼 현실에서 탈락하듯이 무대에서도 우린 끝인가요가 되어버렸다. 노래 가사의 운명만으로 이들의 탈락을 논하는 것은 넌센스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다소 어이없는 선곡이었다.

 

한 가지 추가적인 부분은 K팝스타는 버나드 박처럼 노래를 잘하거나 악동 뮤지션처럼 완전히 파격을 줄 수 있는 가수를 뽑는 무대이지, 연주를 잘하는 뮤지션을 뽑는 무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점에서 지존은 불리했다. 장미지와 존추는 훌륭한 음악성을 가진 음악인으로서, 두 명의 화음으로 서로의 부족한 가창력을 보완했지만 결정적인 무대에서는 K팝스타 무대가 가지는 성격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박진영이 말한 지존의 무대에서 뭔가 미치고 싶은데 미쳐지지가 않는다는 평가도 충분히 동감한다. 나 역시 지존의 이 좋은 화음을 한 번 더 폭발력 있게 증폭시키는 힘이 노래에서 필요하다고 봤는데 항상 그 직전에 노래가 너무 착하게끝나서 아쉬웠다.

 

오늘의 탈락이 장미지와 존추에게 좋은 약이 됐으면 좋겠다. 그동안 지존은 지유민, 이진아와 함께 가장 창의성이 돋보였던 팀으로 응원했었다. 이들이 나중에 각자 활동을 하든, 다시 듀오를 만들든 소중한 개인적 역량을 결코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박수를 보내며 빛났던 지존의 하이라이트 영상, 역대 무대의 가상 메들리를 만들었다. 영상을 보고 이들이 보여준 음악성에 다시 한 번 놀랐다. 8분 짜리 영상은 앞으로 두고두고 볼 것 같다. 화음과 악기의 하모니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