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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강원도 피라니아 소동...공포 그리고 분노

 

 

 

[결코 가볍지 않은 사태, 피라니아의 국내 출현]

 

놈들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몇 년 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였다. 유리벽 안에 수십마리가 떼를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여름이었지만 수족관 주변은 이상하게 서늘했다.

 

영화에서 만들어진 포악한 이미지가 선입견으로 작용했음을 차치하더라도, 놈들의 첫인상은 가히 비호감 종합선물세트였다.

 

우선 눈매부터 기분 나빴다. 초점을 가늠키 힘든 검붉은 시선은 무슨 마약을 한 모금 들이킨 정신착란환자의 눈동자였다. 사람의 코처럼 보이는 얼굴 한가운데의 이상한 기관은 깊게 함몰됐는데,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코 수술에 실패하고 후유증을 겪는 히스테리 성형괴물을 연상시켰다. 입도 늘 턱없는 괴상한 외양으로 거만하게 벌리고 있었다. 그들이 내뱉는 물 모금은 온갖 악행이 배어있는 저주의 호흡이었다.

 

검회색의 공포...그들은 피라니아(piranha)였다.

 

지난 주말 YTN이 단독 보도한 피라니아의 강원도 저수지 출현 뉴스는 그래서 충격이었다. 이런 놈들과 같은 땅에서 숨을 쉬는 것은 생활의 공포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에 있어야 할 피라니아가 왜 평화로운 한국의 작은 저수지에 나타났느냔 말이다.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나는 피라니아 사태가 메르스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결코 작은 문제로 보이지 않았다.

 

상상해보자. 만약 피라니아가 한국에 토착화돼 모든 강과 저수지에 붕어처럼 흔하게 발견되는 물고기가 됐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의 어린 아들 딸, 귀여운 아가들이 물놀이 갔다가 발을 담그는 순간, 피라니아가 포악한 이빨로 물어뜯어 발가락이 피로 번지며 잘리는 사태가 일어난다고 그림을 그려보자. 당신의 연인과 강가로 놀라가서 밤에 은밀한 둘만의 수영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피라니아가 사랑스런 애인을 물고 뜯어 강을 피로 물들이는 장면을 그려보자.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생활의 공포는 그래서 무섭다. 그때 대한민국에는 더 이상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란 없다.

 

1970년대 브라질에서는 수학여행을 가던 버스가 실수로 아마존강에 빠졌는데, 물속 버스에서 몸부림치다 상처가 난 학생들의 피 냄새를 맡고 피라니아떼가 달려들어 버스 안에서 30여명이 그대로 몰살당하는 참변이 있었다. 유명한 실화였으며, 아직도 비극으로 남아있다.

 

 

피라니아가 한국에 토착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현재 미디어를 통해 나온 진단은 피라니아가 섭씨 10도씨 수온 이하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계절이 추워지면 자연적으로 소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생물의 환경적응이란 아무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

 

7YTN에 보도된 부산아쿠아리움 김문진 관장의 인터뷰 내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론상으로는 생존하기가 불가능하겠지만 지금 붉은귀거북이나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같은 종들은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이론상 생태계의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 역대로 계속 서식하고 잘 살아왔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렇다. 이론상 생태계의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면 뉴트리아나 황소개구리는 한국에 없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 녀석들은 환경이론을 비웃으며 여전히 우리 강토를 교란하고 더럽히고 있다. 피라니아가 한국의 4계절에 적응해 황소개구리처럼 되지 않으란 법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놈들이 산란하기 좋은 기후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산란환경과 매우 흡사해 많게는 한 번에 천 개씩 알을 낳는다고 한다.

 

천적이 있긴 했다. 돌고래였다. 바다의 돌고래는 아마존 강가로 거슬러 올라와 피라니아 떼를 초토화시키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강과 저수지에 희귀한 돌고래를 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혹시나 잡아먹을 수는 없을까. 비관적이다. 미디어에 보도된 요리 전문가들과 실제로 먹어본 사람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스프나 구이로 먹을 수는 있지만 비린내가 심하고 맛이 너무 없었다였다. 그야말로 어디에도 쓸 수 없고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 놈들이다.

 

자료를 찾아봤다. 2013OBS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심연의 악마들>에 피라니아에 관한 내용들이 있었다.

 

조금은 의외였다. 피라니아는 원래 살아있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60여종 가운데 단 몇 종만이 공격성이 포악해, 실제로 인간이 피라니아에 공격 당할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 증거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영국의 생물학자 제레미 웨이드는 아래 사진과 같은 충격적인 장면을 스스로 연출했다. 피라니아가 들끓는 아마존강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그래도 절대로 따라해서는 안 된다. 사진 출처 및 권리= OBS)

 

결과는 놀랍게도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수영장에 가득 모인 피라니아는 물속에 옷을 벗고 앉아있는 웨이드를 물어뜯지 않았다.

 

그러나 브라질 연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피라니아 사고와 역대 사례를 통해 피라니아가 피를 흘리는 먹이가 있거나, 산란을 방해하는 등 보금자리를 해칠 경우 포악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런던동물원 전문가 브라이언 짐머만을 통해 거론했다. 여전히 피라니아가 위험하지 않다는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태는 다행히 외관상 진정되는 것 같다. 7일 강원도 횡성 마옥 저수지 물을 완전히 뺐다. 촌극이었다. 평범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들여 5일 동안 물빼기 작업을 했다. 양수기를 이용해 3t이 넘는 저수지 물을 모두 하류로 흘려보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YTN)

 

그리고 분노감이 들었다.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싱크탱커 뿐만 아니다. 7SNS에서는 한 사람 때문에 다른 많은 사람이 고생한다면서 육식어종 방류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지금 강원도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더구나 마옥 저수지 물은 농민들의 소중한 농업용수로 쓰인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의 행동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자초된 것이다. 멀리서 찾을 필요 없다. 이런 것이 정력낭비, 국력낭비다.

 

무심코그 작자가 방류했다는 증거도 없다. 국내 생태계를 망가뜨리기 위해 의도를 가지고 피라니아를 풀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속단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잡아서 확실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더욱 통탄할 노릇은 관련 법규가 없어서 처벌도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물을 빼고 그물을 3겹으로 설치했음에도 피라니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엔딩크레딧이 흐르고 다시 공포가 이어지는 공포영화 속편을 암시하는 것 같아 찜찜하다. 만약 강으로 이미 빠져나갔다면 정말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산아쿠아리움 김문진 관장은 만약 강에서 발견됐다면 굉장히 큰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다. 저수지는 가두어진 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컨트롤이 가능하다. (하지만 강은 다르다.) 블루길, 배스 역시 그랬다. 지금 황소개구리가 갯벌을 뛰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나를 분노케 한 것은 아래의 사진 때문이었다. 묘한 동정심이 일었다.

 

(이 아이는 피라니아가 아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YTN)

 

도대체 이 아이는 무슨 죄란 말인가. 아닌 밤중에 떡볶이도 아니고, 영문도 모른 채 난데없이 물이 빠져나가 숨도 못 쉬고 저수지 바닥에서 헐떡거리고 있다. 물이 없어 불쌍한 생명을 다했을 것이다.

 

피라니아 사태는 절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유관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관련 법규의 정비가 있어야 한다.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나는 1회성 소동으로 그친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유사한 범죄가 또 일어나면 그때마다 저수지 물을 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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