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강승부와 약승부, 어떻게 할 것인가]
[단방 승부로서의 복연승 가치]
자, 여기 5개의 수학문제가 있다. 당신은 이 문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 5문제의 총점은 100점이다.
그런데 배점이 모두 다르다. 1점짜리도 있고 80점짜리도 있다. 80점짜리 문제를 맞히고, 1점짜리 문제를 틀리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배점이 다르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문제당 배점을 출제자가 아닌 응시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1번 문제가 쉬워 보여 극단적으로 95점을 스스로 배점하고 문제를 맞히고 95점을 가져간다. 그리고 나머지 2번부터 5번 문제까지는 1점씩 배점하고 모두 틀렸다. 그래도 좋다. 이 사람의 최종적인 수학점수는 어찌하건 95점이다.
이 수학 문제의 가정은 경마의 승부 경주 배분 논리와 똑같다. 경마의 묘미이기도 하다.
자신이 판단할 때 자신 있는 경주에 가장 많은 돈을 걸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수는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20점씩 동등 배분하는 것이다. 고수는 자신이 반드시 맞힐 수 있다고 판단한 특정 문제 하나에 100점을 배점하고 나머지 문제에 0점을 배점한다.
말은 쉬워 보인다. 그러나 자신 있는 경주, 쉽게 풀 수 있다고 생각하여 많은 배점을 한 그 경마수학문제를 틀리기 때문에 경마는 어렵다. 매번 자신 있는 경주를 판단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경마의 신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어렵다고 생각하여 1점을 배점했는데 그 문제를 맞히는 경우가 허망하다. “차라리 승부경주를 할 걸...” 후회가 밀려온다. 그리고 멘탈이 흔들리며 붙지 말아야 할 경주에 돈질을 하며 무너진다. 싱크탱커도 다르지 않다. 이런 경우 많았다. 그래서 경마의 승부경주 판단은 최대한 면밀하게 검토하되 과감함도 필요하다.
승부경주 배분의 운이 따른 날이 지난 6월 13일 토요경마였다. 친구와 나는 7경주 직전 오후에 도착했다.
7경주 출마표는 아래와 같았다.
이 경주는 전형적으로 승부경주를 해서는 안 되는 경주였다. 이유가 있었다. 신마를 포함한 5전 미만의 말이 14마리 가운데 무려 6마리나 출주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주는 원래 승부를 피하는 것을 우리는 원칙으로 삼고 있다. 마필 능력 판단의 데이터와 근거가 약하기 때문이다. 5전 미만의 말은 그 말이 설사 5번 연속 바닥을 쓸거나 꼴찌를 했더라도 6번째 경주에서 우승을 하는 사례가 있다. 반대로 다시 꼴찌를 하기도 있다. 마방에서 능력을 숨기거나 아끼는 경우도 있고, 말의 성장세나 조교에 따라 걸음이 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능력이 아직 완벽하게 드러나지 않았기에 승부할 수가 없다. 신마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신마나 5전 미만의 말에 대한 확실한 판단 근거가 없다면, 신마 출주가 많은 오전 경주는 절대로 승부경주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7경주 배당판을 보고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번 블러싱바우와 10번 컨맨더코가 최저배당으로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1번마 블러싱바우는 5전 미만에 출주주기가 11주였다.(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출주주기가 10주가 넘어가는 말은 2착 안에 올 확률이 10%미만이다.) 거기에 직전경주 주행 불량으로 출주정지 1개월을 받은 말이었다. 늦발의 위험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인기 1위로 팔렸다. 10번마 컨맨더코는 1전 밖에 없는 사실상의 검증 불가 신마였다. 모두 강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반면 13번마 올포글로리는 직전 경주 해당4군 1300m를 뺑돌며 2착을 한 말이었다. 특히 전전경주 꼴찌에서 갑자기 2착을 할 정도로 전력이 상승했다. (이렇게 급격하게 착순을 끌어올린 말을 눈 여겨 봐야 한다.)
14번마 대돌풍 역시 최근 2차례의 해당4군 단거리 경주에서 3착안에 들며 좋은 흐름이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7경주가 단거리 1200m 경주를 감안할 때, 앞 선에 붙어 레이스를 전개할 말이 이 두 마리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경마는 선행마 놀음이 주로 좌우한다.)
인기마 1번 블러싱바우는 기수와 게이트는 유리했지만 초반이 느리고 악벽이 있는 추입마, 10번마 커맨더코는 각질을 아직 확인할 수 없는 신예마였다. 전력이 모두 불분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13번, 14번마에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10번마에 대한 능력 판단이 어려워 2착안에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13번 올포글로리-14번 대돌풍 복연승에 승부 마권을 가져갔고 나머지 쌍조 승식은 400원씩 운수보기를 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창조의 재료탱크>, 본 적중 인증샷은 적중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과정을 설명하고, 포스팅 내용의 신뢰를 담보하기 위함이다.)
결과는 짜릿했다. 예측대로 13번 올포글로리가 2착, 14번 대돌풍이 3착을 하며 6.4배라는 복연승 황금배당을 적중했다. 인기 1위 1번 블러싱바우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졌고, 인기 2위 10번 컨맨더코가 우승했다. 하지만 복연승 승식을 샀기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복연승은 이럴 때 구매하면 효과가 크다. 그리고 복연승을 구매했을 때 복승이 아닌 복연승대로 들어올 때가 기분이 더 좋다.
배점이 큰 첫 번째 수학문제를 맞히자 하루의 레이스 운영이 매우 편해졌다. 나머지 문제를 풀지 않고 그냥 놀면서 가도 우리는 오늘 승리자가 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우리는 8경주, 9경주를 연속해서 몸을 낮췄다. 경마수학문제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주는 말이 없었다. 있어도 만족할 만한 베팅 조합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두 경주 모두 총 1,000원씩 약승부를 했다. 수학문제에 연속으로 1점을 배분한 셈이다. 예측은 주효했다. 두 경주 모두 변마가 한 마리씩 끼며 999가 터지거나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승부했으면 우리는 이긴 자금을 모두 토해냈을 것이다.
10경주 다시 찬스가 왔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완벽한 3파전 경주였다. 8번 대군황이라는 천하의 올머리가 있었고, 그 말과 접전을 벌였던 7번 뉴화이트삭스, 2군에서 입상이 검증된 일기당천 딱 3마리만 눈에 띄었다. 나머지 말들은 전력 열세였다.
그래서 삼복승식 단방도 고려했다. 또는 일기당천이 최근 더비에서 졸전한 뉴화이트삭스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 보여 과감하게 8번 대군황-5번 일기당천 복승 단방도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인기 2위 뉴화이트삭스의 기수가 문세영인 것이 무서워 안전한 새가슴 전략을 택했다. 다시 8번 대군황-5번 일기당천의 복연승 단방으로 최종 결정했다.
게이트가 열렸고 매우 편하게 봤다. 역시나 3파전 게임이었다. 3착마 일기당천과 4착마 불의전차는 4마신 차가 났다. 대군황이 2착을 하며 승부경주 복연승 2.0배를 아래와 같이 손쉽게 적중했다. 또 복연승을 샀는데 복연승 착순대로 들어와 줬다.
결과론적으로 이 경주 최상의 승식은 삼복승식 단방(8-7-5, 3.3배)이었다. 하지만 괜찮은 차선 승부 마권이었다. 최종적으로 두 번의 경마수학문제 배분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사진 출처 및 권리: <창조의 재료탱크>, 본 적중 인증샷은 적중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과정을 설명하고, 포스팅 내용의 신뢰를 담보하기 위함이다.)
마지막 11경주? 6번 콩코드Ⅱ가 좋아 보여 초강승부도 고려했다. 하지만 콩코드Ⅱ는 출주주기가 12주였다. 기수 박을운과 3번 호흡을 맞춰 입상에 모두 실패한 것도 꺼림직 했다. 승부할 수 없는 말이라 판단해 역시 1000원짜리 약승부를 했고 문세영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봤던 슈퍼갤럽으로 이변을 내며 최저배당이 무너졌다. 적중은 못했지만 1점짜리 문제라 전혀 대세에 지장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날 대승을 했다.
승부경주 판단의 핵심은 하루 레이스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모두 파악하고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아침 1경주부터 12경주까지 모두 붙는다면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지만.) 모든 경주에 대한 배점의 판단을 미리 내리고 있어야 한다. 9경주를 분석하고 있는데 10경주, 11경주에 대한 성격 규정을 내리고 있지 못하다면 그날은 승부경주를 피해야 한다.
어찌 경마의 승부경주 뿐일까. 앞날과 미래를 내다보면서 인생의 주요 타이밍마다 강약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그것이 힘들기 때문에 인생과 경마는 모두 어렵다. 이날 경마의 승리는 늘 그랬듯이 운이 좋았을 뿐이다. 분명히 나는 다음 경마수학문제에 1점을 배분하고 맞히고, 90점을 배분하고 틀리는 일을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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