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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손승연·박완규, 가상듀엣 '론리나잇(Lonely Night)'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손승연 수식어 '괴물 보컬'의 문제점]

['론리나잇' 손승연과 박완규 버전의 완벽한 일치]

 

KBS <불후의 명곡>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지만, 한 가지 불만이 있다.

 

많고 많은 좋은 말 가운데, 왜 제작진은 손승연이 나올 때 마다 괴물 보컬이라는 자막과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일까. 이제는 각종 미디어에서도 손승연에 대해 '괴물 보컬'을 쉽게 붙인다.

 

괴물 보컬이란 언어는 괴물이 뒷말 보컬을 수식한다. 괴물 같은 보컬이란 뜻이다. 이것이 손승연의 뛰어난 가창력을 지칭하는 표현인 것쯤은 모두가 안다. 방송에서 코믹하게 그려지는 면도 있다. 그러나 수식 언어를 다시 보자.

 

괴물이다. 굳이 사전적으로 더 풀어보면 괴상하게 생긴 물체나 괴상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적시돼 있다. 물론 괴물은 이상의 의미 이외에도 보통을 넘어선 초인적 능력, 엄청난 규모나 파워풀한 힘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2차적으로 은유되는 간접적 의미다. 1차적으로 인간은 괴물이란 언어를 듣는 순간, 외모가 아주 이상하게 생긴 생명체를 직접적으로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괴물이란 표현은 여성을 상대로 쓸 때 주의를 요한다. 아무리 그 능력이 대단한 능력일지라도 괴물이 여성의 특정 능력을 수식하면 능력보다는 자칫 여성의 외모나 이미지 자체를 괴물로 상징하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지난 627<불후의 명곡> 방송이 대표적이다. 이날 가수 바다는 손승연의 무대가 끝난 후 그 친구가 보컬 계의 바다 괴물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단순한 말 실수였다. 이에 놀란 MC 문희준은 무슨 소리냐. 괴물 보컬이다. 단어 차이가 엄청나다고 덧붙여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심각한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다. 가벼운 예능이었다. 하지만 이 짧은 순간 여성의 외모와 언어 괴물이 경우에 따라 어떻게 의미를 달리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가정을 해보자. 만약 어떤 신인 여가수가 손승연과 똑같은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노래를 하는데 외모가 걸그룹 같은 섹시 여가수의 외모를 가졌다고 해보자. 그때도 <불후의 명곡> PD와 제작진은 그 신인 여가수에 괴물 보컬이란 수식어를 쉽게 붙일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붙였다면 수식어 괴물 보컬은 그 섹시 여가수에 과연 어울린다고 사람들은 인식할까.

 

손승연은 목소리만으로도 어설픈 100명의 섹시 여가수의 가창력을 합친 것보다도 더 대단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수다. 그리고 이 세상 모두의 딸들이 그렇듯이, 어느 소중한 집안의 귀중한 딸일 것이다. 자신의 딸이 방송에서 괴물 보컬이라는 별칭을 들을 때 손승연 어머니의 심정은 어떨까.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17일 록그룹 <부활> 특집 방송에서도 손승연은 역시나 괴물 보컬꼬리표를 달고 론리나잇(Lonely Night)’을 불렀다.

 

부활의 베이시스트 서재혁이 부활에 여성 보컬리스트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요즘 기준이 손승연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녀는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부활의 5대 보컬 박완규가 부른 론리나잇은 남자들에게 노래방에서 도전 곡목으로 한 번쯤 불러봤을 법한 고난도 노래의 대명사다. 칼날 같은 고음을 자랑하던 전성기의 박완규를 위해 김태원이 의도적으로 고음을 다량 집어넣어 어렵게 부르도록 만든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손승연의 무대는 그 시절 여자 박완규를 보는 것처럼 힘과 여유가 넘쳤다. 고음의 안정성이 뛰어나 듣는 내내 편하게 느껴졌다. 여자가 부르는 론리나잇역시 무척 신선했다. 그래서 이번 가상듀엣은 손승연과 박완규의 론리나잇을 합성해 하나의 곡으로 편곡했다.

 

 

특히 2절을 편집하고 깜짝 놀랐다. 손승연과 박완규의 키와 노래 속도가 거의 완벽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김태원이 왜 손승연의 노래를 듣고 오리지널 론리나잇을 들었다고 말한 이유를 알았다. 그렇다. 이 노래는 남자 노래지만 높은 여성 키에 최적화된 노래였다. 새삼 박완규의 버전이 그 시절 얼마나 높은 음으로 노래를 불렀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2절은 따로 편집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까지 여러 가상듀엣을 올렸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두 명의 목소리가 거의 한 목소리로 들리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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