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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조수미·김종서, 가상듀엣 '챔피언(The Champions)'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Edit By ThinkTanker)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 'One Moment In Time'이 떠오른 이유]

[로커의 관록 보여준 김종서의 무대]

 

음악은 때론 시간을 규정하기도 한다.

 

음악이 만든 시간 속에 있었던 사람은 세월이 지나도 그 음악을 쉽게 잊지 못한다. 특히 음악이 스포츠와 연결되면 시간의 의미는 더욱 짙어진다.

 

아래의 사진이 대표적이다.

 

 

이 사진은 1997US 오픈 테니스 대회의 전용 경기장으로 쓰이는 아서 애시 스타디움 개장 기념으로 고인이 된 휘트니 휴스턴이 생전에 초대 가수로 등장해 노래를 불렀던 장면이다.

 

물론 싱크탱커가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사진이 내게 특별했던 이유는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노래 때문이다. 그녀가 현장에서 부른 원 모먼트 인타임 (One Moment In Time)’은 평소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했던 곡이었다.

 

이 노래는 인간의 진실된 노력을 노래한다. 멜로디 역시 가슴을 움직인다.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인 휘트니 휴스턴이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이 영상을 보게 됐다.

 

감동이었다. 테니스 코트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지미 코너스, 보리스 베커 등 테니스의 전설들이 우승했던 순간을 영상으로 흐르는 것을 감회에 젖어 지켜봤다. 영상을 통해 나는 당시 테니스 코트에 있었던 사람들은 절대로 휴스턴의 노래와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원래 원 모먼트 인타임은 태생적으로 스포츠와 잘 어울리게 제작된 음악이다. 1988년 미국NBC TV서울 올림픽경기 방송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했던 곡이다. 10여년이 흐른 뒤 이 곡은 테니스에 쓰였다. 하지만 종목은 중요하지 않았다. 스포츠 선수들이 흘린 땀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노력의 결정체가 될 수 있었다. 음악은 그렇게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우리에게도 그런 음악이 있다. 2002KBS의 월드컵 캠페인 송으로 쓰였던 더 챔피언스(The Champions)’이다. 아직도 이 음악을 들으면 2002년 월드컵이 주었던 환희가 떠오른다. 서서히 심장의 온도를 고조시키는 멜로디와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가사가 푸른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목소리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조수미의 음성은 간혹 듣기만 해도 사람을 거의 강제 감동으로 몰아넣는 마력이 있다.

 

3KBS <불후의 명곡>은 조수미 특집으로 꾸며졌고 이 곡은 김종서가 불렀다. 무대가 어떻게 표현될지 매우 궁금했다. 김종서는 방송을 통해 곡은 듣기에 거룩하고 좋지만 부르기에는 매우 힘든 곡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나 김종서는 국가대표 로커였다. 여자가 불렀던 더 챔피언스의 높은 음정이 남자가 소화하기에 힘들 것이라 예상됐지만 그는 전혀 어려움 없이 멋지게 노래 안에 강한 남성미를 입혔다.

 

김종서는 과거 방송을 통해 초창기 시나위의 보컬 자리를 임재범에게 밀렸을 때 한강 다리 밑에서 피를 토하며 목을 단련했다는 일화를 말한 적이 있다. 세월이 만든 로커의 관록과 자존심이 돋보인 무대였다. 90년대 중반 라이브로 수천 명 관중을 휘어잡았던 전성기를 연상케 했다.

 

이 뛰어난 음악에 노랫말을 만든 작사가는 차주영과 노래를 한 조수미였다. 조수미는 월드컵의 성공을 비는 간절한 마음으로 악보를 보자마자 자신이 노래를 부르겠다고 요청했다고 했다.

 

더 챔피언스의 작곡가는 에릭 레비였다. 내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천재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어 자료를 찾아보니 그동안 쌓아온 음악적 내공이 대단했다. 1977년 락밴드 쉐이킨 스트리트(Shakin' Street)를 결성해 유럽과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1992년에는 프로젝트 그룹인 이어러(Era)을 결성해 다양한 음악을 제작하고 있다.

 

레비의 음악은 뉴에이지, 클래식, 오페라, 성가, OST 등 여러 스타일의 곡을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개한 링크(http://era.artiste.universalmusic.fr/)를 클릭하면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아리엘 돔바슬(Arielle Dombasle)이 부른 기묘한 분위기의 아베마리아를 들을 수 있는데 레비의 남다른 역량을 느낄 수 있다.

 

 

이번 가상듀엣은 조수미와 김종서가 함께 부르는 더 챔피언스를 제작했다. 불후의 명곡에서 김종서가 부른 곡은 다소 길어 시간을 약간 줄였으며, 조수미와 키가 맞지 않아 합성되는 부분은 최소화했다. 하지만 조수미의 높은 소프라노 목소리와 김종서의 강렬한 록 사운드가 생각보다는 잘 어울린다.

 

오랜만에 더 챔피언스를 다시 듣고 월드컵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나를 이루었던 여러 순간들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찍히듯 기억났다. 그렇다. 음악은 때론 시간을 규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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