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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기법

MLB 더쇼15의 오프닝 영상에 감동한 이유

   

 

[정중동(靜中動)의 야구를 집약적으로 표현한 시각 예술]

 

시간이 길다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명작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2, 120초면 충분하다.

 

20세기의 위대한 팝송 비틀즈(Beatles)‘Yesterday’는 긴 노래가 아니다. 2분 길이의 이 노래는 팝의 역사를 바꿨다.

 

그래서 2분이라는 시간은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시간이다.

 

MLB 더쇼(The Show)15의 오프닝 영상이 그랬다. 이 영상을 다 보는데 정확히 2분이 걸렸다

 

영상 속에 펼쳐진 야구는 역동적이었다. 그리고 가슴을 움직였다.

 

게임의 모델 LA다저스의 간판 타자 야시엘 푸이그는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상 초반 팀 로고와 헬멧, 자신의 몸과 등번호만 어둠속에 파랗게 조명이 된다.

 

이어 야구의 가장 기본적인 전쟁 가운데 하나인 타자와 투수와의 대결을 극도로 느리게 클로즈업한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그리고 그 공이 바람을 가르며 다가오는 순간 타자 푸이그는 머릿속에 앞으로 그려질, 또 그려온 자신의 플레이를 상상한다.

 

야구는 정중동(靜中動)의 스포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신체를 소모시키는 스포츠가 아니다. 다양한 수싸움이 긴장이 흐르는 첨예한 정적 속에 고요하게 일어나지만, 공이 배트에 맞고 그 공이 그라운드를 가르면 고요함은 갑작스럽게 파장을 일으킨다.

 

주자는 도루나 주루 플레이를 위해 빠르게 뛰어다니며, 그 주자를 막기 위한 수비수들의 움직임과 송구도 속도를 높인다. 주자는 홈에서 간발의 차이로 포수의 태그를 피했고, 심판은 양팔을 활짝 벌리며 크게 세이프 모션을 했다.

 

푸이그가 머릿속에 그린 영상 속 야구가 그랬다.

 

투수도 모든 힘을 공에 담아 뿌렸다. 영상은 섬세했다. 투수가 피칭하기 전 포수 마스크를 조명하며 배터리도 멋지게 묘사했다. 마침내 공은 타자의 눈앞에 크게 확대됐다. 타자 푸이그는 크게 스윙을 했고 공이 배트에 닿는 찰나 다시 한번 공은 유리창처럼 산산조각 났다.

 

이 영상이 멋진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다음의 클라이맥스다.

 

다시 영상은 1초간 암흑으로 변하며 음악까지 정지된다. 그리고 매우 느리게 재차 투수가 던진 공을 빨갛게 보여주고 타자의 스윙을 스윙 자체로만 단순화한다.

 

날아간 타구는 홈런이었다. 플래시처럼 반짝이는 관중석의 배경이 홈런의 순간을 환호한다. 이어진 장면은 야구 영화 <내추럴>의 기법을 차용했다. 영화 주인공 로버트 래드포트가 친 홈런 타구가 야구장 조명을 깨뜨리며 축포로 터지는 극적인 장면을 푸이그의 홈런 장면에 오버랩 시켰다.

 

음악 역시 훌륭했다. 분위기를 천천히 고조시키며, 중간의 침묵으로 주위를 환기시키다 영화 음악가 존 윌리암스의 웅장함을 떠올리게 하는 홈런 장면에서는 사람의 맥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게임은 다양한 인간들의 창의성이 녹아있다. 이 영상은 창조의 재료이면서 종합 예술이었다. 극단적으로 더쇼15의 오프닝 영상 200개를 시간의 순서를 역전시켜 수백 개의 텔레비전에 이식하면, 충분히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다다익선속의 영상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예술적이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야구가 어떤 스포츠인지, 왜 야구가 멋진 스포츠인지 2분 안에 집약적으로 표현했다. 인간의 심장을 조종했다. 나는 기묘한 감동을 느꼈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