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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기법

LG U+ 광고에 숨은 남녀의 원초적 본능 코드

 

(사진: LG U+)

 

 

[황정민과 김윤진의 대화를 주목하는 이유]

[광고 속에 녹아있는 크리에이터의 기법]

 

남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이 명제는 거의 참이다.

 

거의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예쁜 여자, 돈 많은 남자이라는 보조사는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당부분 일반론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명제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인류의 역사가 그랬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원시시대부터 수십억 년을 이어온 인간의 역사를 통해 이 명제가 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원시인 부부는 원초적 삶을 살았다. 남자는 밖에서 사냥을 해서 먹을 것을 구해 와야 했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면 사냥에 유리하다. 여자들은 이때부터 키 큰 남자들을 선호했다. 나를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보호하고 외부의 침입에도 살려줄 수 있는 하드웨어가 우수한 남자를 믿음직스러워했다.

 

먹어야 산다. 그런데 체격이 좋고 힘 좋은 남자들은 고기를 잘 가져다줬다. 원시시대의 고기는 현대의 Money가 됐다. 고기를 잘 구해오는 남자는 돈을 많이 벌어다주는 남자와 똑같다. 속물이라 평가 절하할 수는 없다. 조금은 냉정한 얘기지만 이는 여자에게 역사적으로 생존에 관계된 중차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사진: Edit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그래서 싱크탱커는 과거 방송에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성령이 말한 남편과 결혼한 이유는 수표로만 꽉 채워진 지갑 때문이었다는 발언이 매우 솔직하고 한편으로는 나보다 훨씬 연상이지만 여자로서 귀엽게 느껴졌다. 이 발언 때문에 김성령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여자의 본능은 그렇다.

 

반면 원시시대 남자들의 중요 가치는 종족 번식이었다. 사냥은 힘들었다. 맹수를 만나 죽을 수도 있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살아생전에 나의 자취를 후세에 전하고 싶어졌다. 그러다보니 나의 정자를 잘 수태할 수 있는 여자에게 눈길이 갔다.

 

임신 가능성은 여자가 젊을수록 높았다. 그런데 젊을수록 또 예뻤다. 물론 늙어도 예쁠 수는 있다. 하지만 늙고 예쁜 여자가 되는 것보다는 젊고 예쁜 여자가 되는 것이 확률적으로 유리하다. 그래서 남자에게 임신 가능성이 높은 여자는 현대에 와서도 젊고 예쁜 여자가 됐다.

 

수식어는 더욱 간단해졌다. 예쁘면 거의 젊기 때문이다. ‘젊음이라는 말은 부차적이 됐다. 완성됐다. 남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유명잡지 P사의 사장 휴 헤프너는 왜 같은 또래의 80대 할머니와 재혼하지 않고 60살 연하의 젊고 예쁜 여자와 결혼했을까.

 

만약 당신이 헤프너인데 당신을 따르는 수많은 S라인의 미녀들을 뒤로한 채 동갑인 88세의 할머니와 재혼하겠다고 한다면, 싱크탱커는 당신의 남성성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거나 예수님으로 인정하겠다!

 

미녀들에 늘 둘러싸인 특별한 할아버지 헤프너 뿐만 아니다. P사와 전혀 관계없는 고고한 철학자이자 시니컬한 남자인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조차 여자를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 최상위 요건, 우리의 마음을 가장 많이 움직이는 요인은 바로 여자의 나이라고 말했다. 남자의 본능은 그렇다.

 

 

그런데 수많은 역사의 시간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생체에 형성된 이 강력한 DNA는 광고인들에게 좋은 소재가 됐다.

 

광고인들은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의 기질이 있어야 한다. ‘새로움으로 새로운 상품이 팔리도록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움을 대중들에게 거부감 없이 새롭지 않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더욱 높은 차원의 기법이다.

 

그 기법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미모경제력으로 대표되는 남녀의 원초적 코드다. 이 코드는 구질구질한 설명이 필요 없다.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스티커 메시지'로 머릿속에 찰싹 달라붙어있다. 코드 자체로 인간의 정신을 슬며시 지배한다. 광고 비평가 바바라 리퍼트가 말한 광고는 말과 이미지를 사용하여 사람들의 무의식속으로 파고 들어가 물건을 소비하도록 자극한다는 바로 그 무의식을 이용한 방식이다.

 

싱크탱커는 국내에서 이 기법을 활용한 광고를 최근에 자주 접했다. LG U 플러스 광고가 그랬다. 이 광고는 영화 <국제시장>에서 부부로 열연한 황정민(덕수)과 김윤진(영자)을 등장시켜 완벽하고 멋지게 남녀의 원초적 코드를 이용했다.

 

3초간 이어진 광고 첫 장면에서 부부 황정민과 김윤진은 눈 내리는 어느날 손을 잡고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본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 김윤진의 돌발 질문이 나온다. (여자는 가끔 이렇게 기습적으로 남자들의 허를 찌른다!)

 

당신은 내랑 왜 결혼했어요?”

 

이런류의 질문에 남자들 답변 잘 해야 살아남는다. 논설이 길어지면 구차해진다. 여자는 단독 직입적이다. 나랑 왜 결혼했는지를 직설적으로 묻고 있다. 눈은 웃고 있지만 의미심장할 수 있다.

 

남자들의 호프 황정민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쉽게 대답한다.

 

이쁘니까~”

 

이게 남자다. 이토록 원시적이다. 예쁘니까 결혼했단다. 광고 속 황정민은 솔직했다. 매우 단순하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필요 없다. 예뻐서 너랑 결혼한 것이다. 원시인 사냥꾼에게는 여자의 사상이니 철학이니 이런 거 모두 부질없다. 남자의 원초적 코드다.

 

그런데 속내를 드러낸 황정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역공의 질문을 곧바로 여자에게 던진다.

 

그럼 니는 내하고 왜 결혼했는데?”

 

하지만 이런 수준 낮은 역질문에 여자들은 답변을 잘 할 수 밖에 없다. 본능적으로 대응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폴 블룸의 저서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에는 남자와 여자가 추구하는 상이한 전략이 나온다.

 

여자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까다로운 기준으로 고른다. 여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가정에 충실할 것 같은 남자를 찾는다. 남자가 여자를 속이도록 진화해왔다면 여자는 남자의 속임수를 간파하는 능력을 타고났다.” 그래서 황정민의 역습 질문은 그다지 위력이 없었다. 되돌아온 건 차디찬 현실이었다.

 

그렇게 황정민의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또 향후 모종의 압력을 남자에게 불어넣듯이 아내 김윤진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아래와 같은 한 마디를 툭 던진다.

 

(사진: LG U+)

 

당신이...(LG)U 플러스니까요

 

이게 뭔가. 남자처럼 예쁘니까가 아니다. 당신이 잘 생겨서 결혼한 게 아니란다. 여자가 결혼한 이유는 남자의 인터넷 서비스 때문이었다! 돈 없는 남자는 인터넷 서비스 가입 못한다. 남자가 경제력 없고 신용불량자 되면 인터넷 서비스 끊긴다.

 

김윤진은 명료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필요 없다. 인터넷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준 돈 있는 너랑 결혼한 것이다. 원시인 여자에게는 남자의 사상이니 철학이니 이런 거 모두 부질없다. 차디찬 겨울에 인터넷이 없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은 동굴에서 남자가 사냥해온 고기를 먹지 못하는 배고픈 원시인 여자와 다름이 없다. 여자의 원초적 코드다.

 

이어진 부부의 대화에서 황정민이 LG U 플러스 멤버인 것은 국내 유일 가족 무한 사랑클럽의 결정적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황정민은 의기양양하게 김윤진을 향해 니 인제 데이터도 마음대로 썼부려라며 여자에게 자신감을 보인다.

 

그때서야 여자는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어주며 30초짜리 광고는 마무리 된다.

 

이 광고는 돋보였다. 누가 착상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탁월한 크리에이터다. 미디어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한 명이 하루에 접하는 광고의 수는 3,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이 수치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한국도 상당량의 광고가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하지만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이 광고를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광고 노출수가 1순위는 아니었다. 남녀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힌 원초적 본능 코드를 광고 안에 활용한 창의성 기법이 1순위였다.

 

(사진: LG U+)

 

<미국의 광고문화>의 저자 제임스 트위첼은 나만을 위한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했다.

 

LG U+ 국제시장 광고는 어떤 여자와 남자들에게 이 광고가 나만을 위한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남녀가 각각 서로 윈윈(Win-Win)했다. 여자는 예뻐서 결혼했다는 미모 인정의 원하는 대답을 남자로부터 들었다. 남자는 경제력 있는 멋진 남자여서 결혼했다는 원하는 대답을 여자로부터 들었다.

 

경제력 있는 멋진 남자LG U+인터넷 서비스 멤버십을 갖춘 남자라는 광고 언어로 바꿨다. 가족을 무한하게도 사랑하는 남자라면 반드시 LG U+에 가입하여 멋진 남자라는 것을 여자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여자가 팔짱 끼워준다. 당신이 결혼한 당위를 설명해 줄 수도 있다.

 

광고인들은 기업들의 광고 전략은 종교를 전파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 종교는 내세에서의 행복을 약속하지만 광고는 현세에서의 행복을 약속한다.

 

부부를 이룬 남녀가 서로가 윈윈(Win-Win)하면, 부부가 이루어가는 현세의 행복도 약속될 수 있다.

 

LG U+ 광고는 현세에서의 행복을 그렇게 약속했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