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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예측 게임'에 실패한 이택근, 부진 벗어날까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이택근은 8회초 5번째 공을 보내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런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좋은 공이 들어왔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8회초 이택근에게 일어난 일]

 

이택근(35·넥센 히어로즈)KBO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컨택 히터다.

 

올 시즌까지 프로 13년 동안 통산 1,300게임에 나와 34(4,357타수 1,325안타)를 쳤다. 8시즌이나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2008KIA전에서는 6안타를 몰아친 적도 있다.

 

야구에서 10년 넘게 3할을 치고 컨택 히터가 되려면 투수와의 기본적인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투수와 타자의 수 싸움은 볼 배합의 예측 게임이다. 예측 게임을 더 단순화하면 홀짝 게임이다.

 

투수가 똑바로 들어가는 직구를 던질 때 타자는 직구를 빠른 타이밍에서 예측해야 하고, 휘어들어가는 변화구를 던질 때 다소 느리게 타이밍을 늦춰야 한다. 이것을 가장 잘하는 선수가 팀의 3번 타자이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은 그 팀의 가장 정확한 타자에게 이 막중한 타선의 임무를 맡긴다.

 

이택근은 넥센의 3번 타자다. 현재 넥센 히어로즈의 가장 정확한 타순에 배치돼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좋지 못하다. 1,2차전 8타수 1안타, 125리에 그치고 있으며 팀도 2연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처했다. 넥센으로서는 2차전을 패한 것이 크다. 특히 부진에 빠진 넥센의 중심타자 이택근의 예측 게임이 아쉽다.

 

지난 11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그의 네 번째 타석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넥센이 2-3으로 뒤진 8회초 12,3루 이택근이 타석에 등장했다. 승부처였다. 타구를 배트에 맞혀 굴리기만 해도 거의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베테랑 컨택 히터에게 염경엽 감독이 충분히 그릴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두산의 투수는 경험이 많지 않은 함덕주였다. 이미 내야 안타 1개를 맞고 흔들리고 있었다. 볼카운트 역시 이택근에게 초반 매우 유리하게 전개됐다. 함덕주는 0S 3B까지 몰렸다.

 

혹시 두산 벤치가 만루 작전을 통해 병살타를 노리고 자신을 거른다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다음 타자는 장타나 외야 희생타의 위험성이 큰 박병호였다. 그래서 두산 벤치와 함덕주는 4번째 공을 한가운데로 집어넣고 1S 3B을 만들었다. 이쯤 되면 이택근은 나와 승부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음공이 매우 중요해졌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5번째 함덕주의 빠른 공을 이택근은 기다렸다. 황금 같은 베팅 찬스에서 스트라이크로 선언 되는 공을 지켜보며 그냥 서있었다. 박재홍 해설위원의 지적처럼 이택근이 소극적인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공이었다. 함덕주가 던진 공의 로케이션이 너무 좋았다. 오른쪽 타자의 무릎 안쪽 깊숙하게 들어오는 공이었다. 제대로 스윙할 수가 없는 공이었고, 심판이 볼을 선언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TV 화면에는 스트라이크 존 살짝 바깥쪽으로 위치가 잡혔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이 공에 대해 차라리 (이택근이 배트를) 안대는 것이 나을 정도로 (함덕주가) 좋은 공을 던졌다고 해설했다. 이제 풀카운트가 됐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택근이 힐난받기에는 억울하다.

 

(사진 출처 및 권리= KBS, 이택근과 함덕주의 대결이 준플레이오프 2차전의 승부처였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택근의 타격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생각해보자. 풀카운트가 된 과정을 보자.

 

상대는 경험이 많지 않은 20살의 투수였다. 제구력은 초반부터 흔들렸다. 5개의 공을 던지며 2구째 공만 변화구를 던졌는데 원바운드 공이 나왔다. 나머지 4개의 직구도 130km 후반부터 140km 초반이 나왔는데 제구가 잘 안됐다. 그리고 볼카운트는 스리볼을 거쳐 1S 3B이 됐다. 볼넷은 무조건 막아야 할 상황이었다.

 

코너에 몰린 함덕주는 계속해서 직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택근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6구째 그의 스윙이 이상했다. 함덕주가 비교적 빠른 146km로 낮게 잘 던진 직구였다. 전혀 대처가 안됐다. 타이밍이 늦으면서 파울이 나왔다. 하지만 타이밍이 늦은 것이 공 스피드에 밀려 느리게 스윙이 나온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뒤쪽에 중심을 맞춘 한 템포 기다리다 나온 스윙이었기 때문이다. 이택근은 변화구를 예측한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야구는 虛則實(허즉실), 實則虛(실즉허)’이다. 상대가 을 예측할 때 을 내야 된다. 함덕주가 모두의 예상을 뒤로하고 6구로 직구가 아닌 변화구를 던진다고 두뇌 플레이에 능한 이택근이 충분히 예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정체절명의 풀카운트 위기에 처한 젊은 투수가 그런 배짱을 보여주기에 함덕주는 너무 몰려있었다. 타자로서 쉬운 판단은 직구 타이밍의 스윙이었다.

 

7구째 함덕주는 역시나 변화구가 아닌 직구를 선택했다. 142km의 높은 직구였다. 그런데 이택근의 스윙은 또 늦었다. 허리가 완전히 빠진 상태에서 팔로만 스윙했다. 전형적인 변화구 타이밍의 스윙이었다. 결과는 힘없는 유격수 플라이로 끝났다. 사실은 매우 위험한 높은 쪽의 실투였다. 빠른 공을 예측하고 평소의 컨택 능력대로 이택근이 스윙했다면 최소한 외야 플라이는 나올 수 있는 로케이션이었다.

 

함덕주는 매우 귀중한 아웃카운트를 그렇게 잡으며 미소를 머금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택근은 아웃되며 하늘을 바라 보고 탄식했다. 양 팀의 중요한 기 싸움이었다. 사실상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저명한 야구 칼럼니스트 레너드 코페트는 타자의 타격 행위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타자는 투수의 투구 패턴이 어떤 것인지를 간파하고 그것이 어떻게 변형될 것인지까지 따져 본 후 타석에서 현명한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택근이 네 번째 타석에서 예측해야 할 투구 패턴의 변형은 무엇이었을까. 변형은 없었던 직구, 계속 나에게 다가올 직구가 현명한 결론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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