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및 권리: MBC)
['거짓말의 날' 만우절에 떠올리는 이태임과 예원 사건...동영상 사태의 이면]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녀가 왜 욕을 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떠한 전략적 선택이 승자로 만들 수 있음을.
싱크탱커는 그동안 몇 차례 이태임의 팬이라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달 3일 촬영현장에서 이태임이 예원에게 욕을 했다. 여론은 최악이었다. 안타까웠다. 동시에 참으로 궁금했다. 이태임이 ‘느닷없이’ 욕을 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이 ‘느닷없이’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미디어는 없었다. 모두 추측이었다. 그래서 나도 지난글(2015/03/04 - 이태임 '욕설 논란', '무엇이' 그녀를 욕하게 했을까)에서 FBI 심리학까지 동원해 ‘느닷없이’의 이유를 추측해봤다.
FBI에서 25년 동안 첩보수사관으로 활동했던 조 내버로가 그의 저서 <FBI 행동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핵심은 ‘부정적 단서’였다. “인간이 화를 낼 때는 뇌가 어떤 부정적 정서를 처리하는데, 이 정서가 시간을 두고 머릿속에서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주요 골자였다.
이태임의 뇌에 형성된 ‘부정적 단서’가 어떠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해보였다. 당시 촬영 현장에서 사람들이 이태임이 ‘느닷없이’ 화를 냈다고 느낀 것이라면 이태임만이 아는 어떤 분노가 내버로의 지적처럼 시간을 두고 뇌 속에 축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지난 주말 화제가 된 영상을 접하고 나는 이태임에게 형성된 부정적 단서를 촉발시킨 것은 예원의 반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이태임 vs 예원 사건을 돌아보면, 이 사건은 극적인 시나리오적 구성을 갖춘 완벽한 반전 드라마였다. 이태임은 초반 여론의 역풍을 맞고 어려움에 처했지만, 사건의 실체가 공개되면서 여론의 역풍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난 예원에게 돌아섰다. 사건의 본질은 '욕설과 반말'에서 '욕설과 거짓말'로 이동됐다.
이제는 각종 패러디물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언니~ 저맘에 안들죠?”는 2015년 최고의 유행어라는 댓글에 무려 5만명이 넘는 사람이 공감했다. 어느 미디어는 그동안 이태임이 ‘독박썼다’고 까지 제목을 달았다. 결국 예원의 소속사 스타제국은 31일 이태임에게 공식적으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드라마에는 보통 주인공과 그 구성원들의 선택이 모여 극이 전개된다. 이 선택은 갈등을 일으키고 봉합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의 주제가 노출된다.
어디 드라마 뿐일까. 인생도 선택의 연속이다. 쉽게 선택하는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어려운 상황 속 선택의 유형은 단계별로 크게 ‘최선-차선-차악-최악’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태임 vs 예원 드라마는 픽션이 아니다. 논픽션 드라마였다.
1. 최선(最善) : 가장 좋고 훌륭함. 또는 그런 일
(사진: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 포스터(왼쪽), 영화 <황제를 위하여> 공식스틸컷)
이태임은 영화 <황제를 위하여> 촬영 이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영화에서 벗었기 때문이다. 특정 신체부위 언급 기사, 각종 악플로 가족을 비롯한 친인척까지 조롱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이태임의 소속사는 이에 “이태임이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렸고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 난조로 인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힐 정도로 좋지 않았다.
디스패치 보도를 통해서도 일부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잘나가던 디스패치는 최근 스타일을 완전히 구겼다.
[D피셜] "제주도, 욕바람, 인증샷"…해녀가 목격한 그 날, 둘
제주도 해녀들을 인터뷰하여 구성했던 말초적 제목의 이태임 보도가 진실과 상당부분 거리가 멀었다. 싱크탱커는 지난 포스팅에서 디스패치가 그동안 보여준 특종의 창조적 전략을 칭찬했었다. 하지만 <창조의 재료탱크>는 창의성 기법이나 노력에는 박수를 치지만 거짓말에는 박수를 칠 수가 없다.
디스패치는 이태임 기사에서도 창조적이었다. 그러나 팩트를 창조했다. 완벽한 소설이었다. 인증샷은 가짜였다. 그동안 각종 열애설 보도에 성공적이었던 디스패치의 인증 사진은 팩트를 시각적으로 보이고 믿게 만든 증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달랐다. 시각만으로 인증할 수 없었다. 청각까지 필요했다. 디스패치는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청각을 놓쳤다. 그래서 확인하지 못한 청각을 무리하게 3자의 발언만으로 카톡 이미지를 이용해 시각화했다. 그래서 역대급 오보가 됐다. 미디어로서 최악의 치명타가 됐다.
결국 디스패치도 이태임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 보도는 결국 오보가 됐지만 예원과의 충돌 장면이 아닌 물밖을 벗어난 상황에서 내가 주목하는 이태임이 겪는 고통에 대한 진실도 일부 있었다고 믿고 있다.
디스패치가 인터뷰한 제주도 해녀는 이태임을 매우 여리고 딸같은 여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기사에서 이태임은 해녀에게 “10년 동안 성공한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며 괴롭게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설마 이것도 오보라면 할 말이 없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싱크탱커는 이태임이 겪은 이러한 어려움은 노출 여배우가 이겨나가야 할 숙명과도 같은 어려움이라고 표현했다. (2015/03/05 - 이태임, 노출의 숙명 그리고 여배우) 노출 여배우의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정선경의 사례를 언급했었다. 정선경은 이 영화 촬영 이후 10년 넘게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한 번도 다시 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노출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시간이 답이다. 노출 장면을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영원히 삭제시킬 수는 없다. 그 시간 동안 열심히 일에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정선경이 그랬다. 그녀는 이후 다양한 작품 활동에서 충실한 연기를 선보이며 파격적 노출 이미지를 벗고 연기자로 훌륭하게 롱런했다.
이태임의 최선도 정선경의 최선과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황제를 위하여> 촬영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폭을 넓혔다. 유희열과 맥주를 놓고 싸우기도 하고, 코스타리카 오지 속으로 뛰어들었다. 여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밖에 나가 잘 씻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는 불편하고 힘들다.
제주도 촬영 역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날씨는 춥고 바다는 차가웠다. 하지만 물속에 들어가야 했다. “아니, 아니”라며 물속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누군가도 있었다. 영화 속 노출 장면의 후유증을 이겨내고 연기자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일에 충실하고, 쌀쌀했던 3월 초순 바닷물에 몸을 적시는 것은 어쩌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2. 차선(次善) : 최선의 다음
(사진: 윈스턴 처칠(왼쪽)과 타임지 표지모델이 됐던 메이저리그 감독 레오 듀로서)
윈스턴 처칠은 “전시에는 진실이란 것이 아주 귀중한 법이어서 항상 거짓말이라는 경호원을 대동하게 마련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전시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평시에도 적용된다. 직장생활에도 쓰인다. 직장생활도 진실과 거짓이 공존하는 세계이다. 그래서 싸움도 벌어진다. 직장생활이 삶의 전쟁터라는 표현은 이제는 상투적이 됐다.
감정 싸움과 주도권 쟁탈도 수시로 일어난다. 직장내의 헤게모니 싸움은 동물의 왕국과 비견되기도 한다. 하이에나는 수시로 사자를 건드린다. 약한 사자라고 판단되면 공격한다. 이때 사자가 자신의 존재감을 하이에나에 보여주지 못하면 초원에서 무시당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직장생활에도 하이에나 같은 유형의 사람이 있다. 야금야금 내게 잽을 날린다. 툭툭 건드리며 전력을 파악하려고 한다. 세종대왕이 만든 위대한 한글은 하이에나의 이 행동을 ‘깐죽거리다’ 또는 ‘엉기다’와 유사하게 쓴다. 군대에서나 학교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종종 쓰는 표현이 이 ‘엉기다’이다.
“너 나한테 자꾸 엉기지 마라” 이 말, 선배의 경고다. 엉기다는 사전적으로 점성이 있는 액체나 가루 따위가 한 덩어리가 되면서 굳어진다는 뜻이다. 엉기다의 형태는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반말이다. 또는 반말과 존댓말의 합성이다. 선배가 후배의 반말에 기분이 나쁘려고 할만하면 또 다시 후배는 살짝 존댓말을 섞어 쓴다. 그리고 시간 지나면 또 반말한다. 이게 엉기다의 한 유형이다.
선배가 이런 후배의 엉김을 자꾸 허락하면 선배는 후배와 한 덩어리가 되면서 같은 레벨로 격하된다. ‘권위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직장과 학교, 군대 어디든 선배는 일정 부분 권위가 있어야 선배로서 존재감이 살아난다. 그래야 전반적인 조직의 위계가 선다.
잽을 자주 맞고 엉김을 자꾸 당하면 그때 사자는 하이에나에게 무시 받는 힘없는 맹수가 된다. 심성이 착한 것과 한없이 무작정 착한 것은 개념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사회생활에서 후자는 바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능력의 우열이 심하게 가치의 척도가 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감독 레오 듀로서(Leo Durocher)는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회에서도 매우 자주 쓰이는 말이다.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도 내야한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 타석에라도 등장할 수 있다. 잽을 자주 맞으면 다운 당한다. 카운터 어퍼컷이 필요하다. 그냥 바보같이 착한 사람으로 남아있으면 듀로서의 말처럼 그 사람의 피니시 라인은 보통 라스트가 되기 때문이다.
영상을 통해 예원이 이태임에게 한 반말이 언급한 깐죽거림이나 엉기다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유사하게 느껴 기분이 상했을 한 사람은 확실하다. 이태임이다. 그녀의 감정 상태로서는 예원의 반말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해야 했다. 연기자에게 촬영 장소는 직장이다. 직장은 살가운 휴머니즘만 꽃피는 파라다이스가 아니다. 때론 전쟁터다. 여기서 선배가 반말하는 후배에게 아무런 대처도 없이 밀리면 힘없는 사자가 될 수 있다.
방법론으로 이태임은 욕을 선택했다. 이 경우 최선의 선택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명확한 정답을 거론하기는 힘들다. 분명한 것은 욕설은 잘못된 행동이다. 이미지가 중요한 미녀 연기자에게 욕설은 ‘최선’도 아니다. 하지만 한겨울 추운 바닷가에서 반말하는 예원에게 대응 할 수 있는 순간적 행동으로서 그녀에게는 ‘차선’이 됐다. 바닷가에서 공개적으로 노출된 상태에서 여자 둘이 머리끄덩이 잡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원의 반말과 이태임 욕설의 가치판단의 문제를 싱크탱커는 동영상 공개 직후 국내 포털에 걸려 가장 많은 반응이 있었던 한 네티즌의 의견과 대중들의 시선으로 대신하겠다.
“예원이 피해자가 아니구만ㅋㅋㄱㅋㅋ...... 선배가 추운날에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괜찮으세요 한마디도 못하고 애기 마냥 가만히 앉아서 아니 아니 이러면 누가 보기 좋겠냐”
이 네티즌의 의견에 공감은 45,555명, 비공감은 2,472명이었다. 물론, 다수를 택할지 소수를 택할지는 생각하는 자의 자유다.
3. 차악(次惡) : 최악(最惡)을 피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최악보다 나은 악
(사진: 영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프레디 vs 제이슨 공식 포스터)
4가지 전략적 선택에서 <차악 게임>은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차악 게임’은 불가피하게 안 좋은 어떤 것을 골라야 한다. 막다른 양 갈래 길의 끝에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있다. 프레디와 제이슨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태임의 선택은 두 가지였다. <욕설하지 않았다와 비난 화살을 예원에게 돌리는 것>이 첫 번째, <욕설했고 예원에게 미안하다>가 두 번째였다. 둘 다 좋지 않았다. 전자는 거짓말과 책임 회피라는 비난에서 매우 불리했다. 후자는 여배우의 욕설이라는 이미지의 훼손과 반말한 후배에게 먼저 사과한다는 자존심의 문제에서 선택하고 싶지 않은 옵션이었다.
그러나 이태임은 후자를 선택했다. 욕설을 솔직하게 인정했고, 반말을 한 예원에게 먼저 사과했다. 예원쪽에게 더이상 싸움을 걸지도 않았다. 이태임의 소속사 어니언매니지먼트그룹도 사건 이후 하루만에 빠르게 예원에게 한 욕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태임은 논란 이후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도 모두 하차했다. 차악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다. 보통의 차악은 시간이 지나면 최악으로 변한다. 그러나 진실이 공개되고 이태임의 차악은 최악을 피하는 단계를 넘어 최선으로 변했다.
진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예원 역시 ‘차악 게임’의 당사자였다. <반말하지 않았다와 비난 화살을 이태임에게 돌리는 것>이 첫 번째, <반말했고 이태임에게 미안하다>가 두 번째 였다. 둘 다 좋지 않았다. 전자는 거짓말이라는 비난에서 매우 불리했다. 후자는 방송 선배에게 반말하는 연예인이라는 이미지의 훼손과 사건 초기 자신에게 유리했던 여론을 굳이 돌리고 싶지 않다는 측면에서 선택하고 싶지 않은 옵션이었다.
예원은 전자를 선택했다. 명시적으로 이태임에게 책임을 돌리지는 않았지만 피해자 코스프레 전략을 취한 모양새가 됐다. 논란 이후에도 이태임과는 달리 방송 출연이 계속됐다. 예원의 소속사 스타제국은 진실이 드러났음에도 4일 동안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결국 31일 마이데일리 이승록 기자(이런 용기 있는 목소리를 가진 연예기자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의 “예원 소속사, 왜 아직도 사과하지 않는가?”라는 기사가 나가고 여론이 악화되자 그제서야 오후에 공식사과를 했다.
결국 상황은 반전됐다. 보통의 차악은 시간이 지나면 최악으로 변한다. 예원의 차악은 정말로 그렇게 됐다.
4. 최악(最惡) : 가장 나쁨
(사진: 피노키오의 거짓말)
말 그대로다. 차악 게임의 패자는 최악, 가장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의 선택 전략은 최악을 다시 차악으로 바꾸는 것 뿐이다.
예원의 소속사 스타제국은 1.2년 된 신생 기획사가 아니다. 설립한지 올해 15년 차인 연예계의 베테랑 기획사다. 2006년에는 벤처기업으로도 등록했다. 허술한 조직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스타제국의 31일 공식 사과문을 보고 싱크탱커는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악이 아니라 최악 중의 최악을 골라 최악의 사과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래 내용은 스타제국의 사과문의 일부이다.
“이번 사태는 예원 씨 본인에게 정확한 사실 여부를 전해 듣지 못한 채, 현장관계자에게 전해들은 정황에만 의존하여 성급히 입장 표명을 한 저희 스타제국의 책임이 큽니다.”
<예원에게 소속사가 정확한 사실 여부를 전해 듣지 못했다>는 내용은 엄청난 문제가 있다. 이태임 사태는 사회 전반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이었다. 그런데 소속사가 해당 연예인의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전해 듣지 못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도 문제고 아니라도 문제다. 동시에 프레디와 제이슨을 만나는 격이다. 둘다 최악이다.
사실이라면 소속사의 연예인 관리나 위기 상황에서의 홍보 전략 취약점을 조직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베테랑 소속사가 당사자 예원이 아닌 현장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정황에 의존하여 입장을 표명한다? 이건 믿기 힘든 코미디다.
예원이 혹시나 소속사에 이태임에게 반말했다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반대로 혹시나 “예원이 너 이태임에게 반말했어? 안했어?” 이 정도 유사한 질문을 소속사가 예원에게 던지지는 않았을까? 사건 초기 당시 스타제국의 입장 표명은 예원의 어떠한 언급과 관계없이 전해들은 정황에만 의존하여 발표한 것이었다를 대중들에게 믿어라? 이건 넌센스다.
또한 만약 소속사가 해당 연예인인 예원의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전해 듣지 못했다가 사실이 아니라면 문제가 더욱 커진다. 예원이 반말 거짓말에 이어 소속사에게도 또 거짓말을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예원이 진실을 말했다면 이번에는 소속사가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어떤 쪽을 선택해도 예원이나 스타제국 모두 거짓말의 주체가 아니라는 패러독스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진다.
공식사과문은 그래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타제국은 베테랑 기획사 답지 않게 성급하고 허술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예원을 지켜주고 소속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자세는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또 한 번 거짓말 하는 예원으로 비추어질 수 있게 보이는 상처가 되는 사과문이 됐다.
(사진: 필패의 지름길은 확실하다. 거짓말이다.)
이번 사건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내게 분명히 말해주었다. 어렵더라도 ‘솔직함’이 최선, 최우선이다. 2015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최근 대중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명확하다. ‘거짓말’이다. 속된말로 “한 방에 훅 간다”에서 그 ‘한 방’이 요즘에는 거짓말이다. 실명을 거론하기 무의미할 정도로 이미 전례가 된 연예인들이 여러명이다.
연예인은 이미지가 생명이다. 이 이미지는 대중들의 신뢰가 바탕이다. 그런데 거짓말은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 둘은 양립 불가능한 개념이다. 그래서 거짓말하는 연예인들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기 힘들다.
이태임의 욕설을 차선으로 표현했지만 엄밀하게 욕설은 선(善)의 개념으로 포함될 언어는 아니다. 이태임도 상처를 입은 승자가 됐다. 그러나 ‘거짓말’과 ‘욕설’의 차악 게임에서 승자는 욕설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태임과 예원 모두 이미지 회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이번 사건 초기에 싱크탱커는 예원의 발언에 대해 주목을 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 예원 측에서는 “반말하지 않았다”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모호했다. 이외의 이태임에게 한 발언에 대해서 예원측은 대중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했었는데 이제 지난달 3일부터 거의 한 달간 이어진 사건이 예원 측의 공식사과로 일단락 되고, 그 이유를 오래전에 읽은 한 책에서 조금은 답을 얻게 됐다. 그 책에는 아래와 같은 의미심장한 내용이 나온다.
“조심하라. 만약 어떤 주장이 모호하다면 (상대가) 근거 있는 판단을 내리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가 틀림없이 있을테니까.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이해 당사자가 선택해주길 바라는 결정이 가지는 단점에 관한 정보를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말은 무엇에 관한 내용이었을까.
예일대학교 출신 과학 및 교육 전문가 셰리 시세일러가 쓴 이 책의 제목은...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이다.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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