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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이진아, 자작곡의 딜레마..'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사진: SBS)

 

[큰 위기 넘긴 이진아, 기성곡 리메이크의 어색함]

 

선곡을 보기 전부터 놀랐다. 자작곡이 아니었다.

 

이미 22일 생방송 전에 인터넷 뉴스를 통해 이진아가 유재하의 곡을 부른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싱크탱커가 열렬히 응원하는 크리에이터이진아가 자작곡을 안 부른다?

 

약간은 어색했다. 작곡만 잘한다는 것이 크리에이터의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그녀가 부르는 8번째의 자작곡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편곡도 잘하는 그녀이기에 기성음악에 어떤 색깔을 입힐 지를 지켜보기로 했다.

 

예측을 해봤다. 유재하의 1집 수록곡은 모두 명곡이라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다. 유재하가 남긴 9곡 가운데 연주곡 ‘Minuet’를 제외하고 부를 수 있는 곡은 8곡이다.

 

가리워진 길’, ‘그대 내품에’, ‘지난날K팝스타4 최근 공연에서 김동우, 박윤하, 지존(장미지·존추)이 각각 불렀기 때문에 아닐 것이다. ‘텅 빈 오늘 밤은 유재하 노래 중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고, 리메이크 빈도수도 약해 안부를 것이라 봤다. ‘우울한 편지는 제목과 곡 분위기가 생방송 경연 분위기에는 적합지 않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그럼 남은 곡은 우리들의 사랑’,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사랑하기 때문에’ 3곡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들의 사랑이 가장 이진아와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노래가 흥겹고 빠른 편이며, 다양한 악기적 구성도 녹일 수 있는 편곡의 여지가 있는 곡이라 나는 이곡을 불러주기를 희망했다.

 

나머지 2곡은 물론 좋은 곡이지만, 두 곡 모두 너무나 정직한 곡이고 멜로디 자체로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이미 완성된 노래이기에 이진아에게 불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이진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독특한 음색에 어울릴지 언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특히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장난기 어리게 무대에서 변화를 즐기는 김건모 조차도 어떠한 양념 없이 담백하게 부를 정도로 더하거나 더할 부분이 극도로 제한된 곡이다.

 

직접 이진아가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건드리면 이상해지는 곡이다. 그러나 이진아는 결국 최종적으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선택했고 살며시 건드렸다.

 

음색은 여전히 좋았다. 하지만 무대는 크게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5~6개 부분에서 살짝 원곡의 음과 다르게 부르고 2절에서 라라라후렴을 추가해 일부 변화를 주었지만, 유재하는 자신의 노래 가사 "이제 와서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처럼 이곡의 중심 멜로디 변형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미 다른 색 크레파스의 배색을 허용하지 않는 꽉 채워진 스케치북에는 이진아만의 색깔을 추가하기가 쉽지 않았다.

 

경연 순서도 첫 번째로 불리했고 전체적으로 심사위원들의 총점도 낮았다. 자칫 이진아가 탈락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큰 위기를 넘겼다. 막차로 TOP4 무대에 진출했다. 그동안 이진아가 쌓아온 이미지와 인기가 대중들에게 큰 부분이 된 것 같다.

 

오늘 처음 느낀 자작곡이 아닌 이진아의 이미지는 많이 어색했다. “떨어지더라도 자기 음악 하고 떨어지라는 과거 유희열의 지적처럼 그녀의 기성곡 선곡도 물론 자기 음악의 큰 범주에 드는 영역이다

 

하지만 이날 무대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동안 이진아가 보여준 총 7곡의 자작곡이 남긴 여운이 너무 커서 그럴까.

 

그동안 곡이 난해하다.”,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진아의 음악이다. 과연 대량으로 찍어서 음반 발매를 했을 때 얼마나 많이 팔릴까라는 염려는 경제 논리를 무시할 수 없는 3사의 기획사 사장들이 가지게 될 당연한 의문일 것이다.

 

이런 지적을 염두에 두고 이진아가 기성가수의 리메이크를 한번 쯤 시도해 본 것일 수도 있다. 이진아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진아의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들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곡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크리에이터가 극복해야 할 도전 지점인지도 모른다.

 

하나 더 있다. 일주일 만에 뚝딱 새로운 곡을 작곡하고, 또 좋은 곡이 나온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그녀가 자작곡의 딜레마를 이겨 내주었으면 좋겠다.

 

감히 미약한 인간 싱크탱커가 “K팝스타가 끝날때까지는 이진아의 기성가수 선곡은 피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것은 천재 소녀가 가지는 음악적 견해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무대까지 멜로디의 자유로운 파격과 창의성 넘치는 가사를 또 한 번 느끼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간절하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