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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야신'을 웃게 만든 한화의 중요한 1점차 승

 

(사진: 야신이 웃었다. KBO, MBC Sports+)

 

 

[1점차 승리를 거둔 한화 야구의 세밀함]

 

프로야구 시즌을 치르다보면 1승이 정말 소중할 때가 있다.

 

1승 때문에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1승 때문에 정규시즌 우승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가 그랬다.

 

1승의 가치는 1점 차 승부에서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어떤 야구팀이 그날 경기에서 1점 차로 이겼다는 것은 야구의 작은 부분에서 상대에게 미세하게 우위를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1점 차 승부에 강한 팀이 결국 강팀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일반론이다. 작은 승리의 요소들이 모이고 쌓이면 그것이 승리가 되고, 이것이 더욱 축적되면 시즌 전체를 성공적으로 구성하는 팀의 전력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은 이 1점 차 승부에 강했다. 28차례1점 차 게임을 벌였고 이 가운데 15승을 챙겼다. 만약 삼성이 이 15차례의 1점 차 승리 가운데 몇 경기만 더 놓쳤어도 정규시즌 우승팀은 넥센 히어로즈가 됐을 것이다. ‘2위 삼성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어색한 그림이었다면 통합 4연패도 장담할 수도 없었다.

 

반면, 꼴찌 한화 이글스는 1점 차 승부에 약했다. 리드를 해도 중간 이후 미들맨과 마무리가 약하다보니 승부가 뒤집히거나 쫓아가다 힘이 부족한 게임이 많았다. 한화는 지난해 20차례의 1점 차 승부에서 12패를 당했다. 12패 가운데 5개의 1점차 패배만 줄였어도 최소한 4년 연속 꼴찌 팀이라는 오명은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한화는 뜻깊은 1승을 거뒀다. 5-4의 1점 차 짜릿한 승리였다. 야신이 웃었다. 김성근 감독이 그렇게 더그아웃에서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 그는 경기 내내 얼굴이 어두웠다. 70대 노감독이 3시간 넘게 일어서서 힘겹게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보기에 안쓰러웠다. 하지만 경기가 승리하는 순간 그에게서 모든 고민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웃음을 봤다.

 

한화의 이 1점 차 승리는 중요한 그림을 보여줬다. 지난 주말 삼성을 상대로 2승을 챙긴 상승세의 LG를 맞아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는 점도 컸지만, 요소요소 작은 부분에서 팀에 힘이 붙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한화가 조금씩 달라 보인다.

 

선발투수 유창식은 4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경기는 3점을 먼저 내주고 끌려가는 흐름이었다. 예전의 한화라면 여기서 그냥 주저앉았다. 경기 후반 점수 차가 더 벌어져 버리는 게임이 되는 것이 지난해 한화였다.

 

하지만 쫒아갔다. 포기하지 않고 따라갔고 역전했다. 동점을 허용했지만 기어코 점수를 다시 뽑아내며 이겼다. 이 과정에서 작은 부분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소중히 플레이 한다는 것이 보였다.

 

득점에는 연결이 되지 않았지만 2회말 12루에서 한화 송광민은 주자를 한 베이스라도 더 가게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밀어치는 팀 베팅을 했다. 그는 2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2루 주자 이시찬은 계획대로 3루로 갔다.

 

(사진: 한화 이글스, 김태균도 뛸 수 있다.)

 

6회말 2루 주자 김태균은 포수가 공을 놓치자 3루로 뛰었다. 뛰기에는 애매한 공이었다. 하지만 과감하게 결단했다. 경기 상황에 몰입했기에 느린 걸음에도 3루로 돌진해도 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김태균은 뛰지 않을 거라는 LG의 방심도 한몫했다. 결국 이 하나의 작은 베이스러닝 때문에 이시찬의 짧은 3루 땅볼이 나올 때 김태균은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요소요소 야신의 신들린 작전도 빛을 발했다. 트레이드 되어 팀에 합류한 이성열을 승부처에서 대타로 기용했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4회말 2루타, 6회말 역전 2점 홈런으로 화답했다.

 

9회말 11루에서도 김성근은 번트 작전을 했다. 처음에는 슬래시를 시도했지만 볼카운트에 따라 상황이 바뀌자 다시 번트작전으로 선회했다. 끝내기 1점을 뽑기 위한 강한 압박이었고, 신인 주현상은 충실히 번트를 성공했다. (신인이 이런 상황에서 번트 대는 것 쉽지 않다. 번트는 야구에서 매우 작은 플레이 가운데 하나다.)

 

2루에 도착한 강경학은 번트 수비 때문에 3루 베이스를 휑하니 비어놓은 LG 수비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3루로 쇄도했고 당황한 LG 수비의 악송구를 유발했다. 2루로 뛰면서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강경학의 시야가 있었기에 3루의 빈틈을 노릴 수 있었다. 결국 끝내기 실책을 이끈 결승 득점이 나왔다. 강경학의 빛나는 주루 센스는 91사후에도 번트 작전을 지시한 야신의 판단이 뒷받침 됐다.

 

투수진도 다르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 등판한 김민우는 위기를 넘기며 1이닝을 잘 버텨줬다. 중반 이후 승부가 가능하도록 만든 피칭이었다. 이후 안영명과 박정진도 실점하지 않았다.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에도 잘생긴 마무리 투수가 있다.)

 

마무리 투수 윤규진은 어려움을 겪었다. 블론 세이브를 했다. 하지만 패전 투수가 되지는 않았다. 7일 경기에서 윤규진은 9회초 3-3, 2사 만루 볼카운트 3-0까지 몰린 최악의 위기에서 연속 3개의 스트라이크로 김용의를 삼진 잡으며 위기를 탈출했다.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9회초 4-4 동점에서 12·3, 2사 만루 볼카운트 2-0까지 몰렸다. 하지만 이 모든 위기를 넘겼고 팀의 9회말을 만들었다.

 

포크볼은 잘 던지면 마구가 되지만 잘 못 던지면 폭투로 이어지는 위험한 공이기도 하다. 마무리 투수가 언제나 좋을 수는 없다. 연이은 연투에, 체력이 떨어졌을 때, 또 여러 가지 좋지 않을 때 위기를 넘어가고 팀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도 클로저의 능력이다.

 

윤규진이 그랬다. 7일과 9일 경기에서 그는 막다른 상황까지 갔다. 그러나 모두 이겨냈다. 한 개의 투구는 매우 작은 부분이지만, 그는 이 작은 투구의 공 하나가 경기 후반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마운드에서 체감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체감했다. 그에게 이 두 경기는 마무리 투수로서 시즌을 치르는 중요한 전기가 됐을 것이다.

 

(사진: 한화 이글스, 야신은 한화에 세밀함을 입히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화는 LG와 접전을 펼쳤다. 한화의 20차례 1점 차 승부 가운데 7차례가 LG전이었다. 한화는 이 LG와의 1점 차 경기에서 34패를 기록했다.

 

7일부터 펼쳐진 LG와의 3연전도 모두 1점 차 승리였다. 이번에는 2번을 먼저 웃었다. 한 번 진 것도 내용은 좋았다. LG의 마무리 봉중근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으며,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다. 운이 따르지 않은 직선타 병살타만 아니었다면 3경기를 모두 1점 차로 스윕할 수도 있었다.

 

한화에 조금씩 김성근 감독의 색깔이 드러난다. 작은 플레이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야신답게 선수들도 몰라보게 세밀해졌다.

 

허술한 야구를 하는 팀은 질 수 밖에 없다. 역으로 정밀한 야구를 하다보면 야구는 이긴다. 야신은 그렇게 우승을 했다.

 

By ThinkTanker

 

 

<PS>  

9일 프로야구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같은 날 노히트게임(두산·유니에스키 마야)과 사이클링 히트(NC·에릭 테임즈)가 동시에 나왔다. 두 개의 대기록 모두 2,3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기록이다. 한국 프로야구 33년 역사에 이런 날은 없었다. 야구팬 평생에 다시 오지 않을 이색적인 날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