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사진 출처 및 권리: MBC SPORTS+, KBO)
[한화·롯데, 벤치 클리어링에 숨은 '예민 베이스볼']
빈볼에는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다?
매우 흔한 이야기다. 그런데 조금 더 따지자면 빈볼에 물증이 존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빈볼 던지라고 감독이나 선참이 쪽지 주는 것 아니다. 그럼 벤치의 빈볼 사인을 통해? 그런 사인 아니었다고 감독이 잡아떼면 그만이다. 사인은 실체가 불분명한 몸의 동작일 뿐이다.
그렇다고 “빈볼 던져”라는 육성이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CCTV가 더그아웃에 설치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야구경기를 통해 빈볼의 물증을 발견했다는 보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 야구에서도 들어 본적도 목격한 적도 없다. 이런 물증 발견한 기자에게는 퓰리처상 줘야 한다.
그래서 빈볼은 당사자가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심증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심증만 가지고도 특정 장면에 대해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스포츠, 이것이 또 다른 야구의 재미이기도 하다.
12일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황재균과 이동걸의 빈볼 시비를 놓고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여러 가지 보도와 이야기가 나온다. 싱크탱커가 주목한 보도내용은 한화 김성근 감독이 미디어를 통해 언급한 딱 한 줄이었다.
“이 경기만이 아니고, 부산에서 3연전을 치르는 내내 예민하고 껄끄러운 면이 있었다.”
이 한 줄은 중요하다. 야신은 쟁점을 가리고 싶어 했지만, 이 한 줄 때문에 오히려 쟁점이 보였다. 먼저 이 경기만이 아니라고 했다. 스토리가 1차전부터 시작됐음을 김성근 감독이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리고 그 스토리가 예민하고 껄끄럽다고 했다. 도대체 무엇이 예민한 장면이었을까? 어떤 부분이 껄끄러울까. 나는 이 스토리의 핵심은 3차전이 아니라 1차전으로 보고 있다.
<창조의 재료탱크>는 그 예민한 쟁점 7가지를 정리해봤다. 야신이 왜 껄끄럽게 여기는지도 글 후미에 추측해봤다.
먼저 독자들에게는 주의를 요한다. 빈볼은 심증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래의 글은 팩트와 가설, 가능한 시각들이 섞여있다. 구분해서 판단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참고로 싱크탱커는 최근에 한화에 관심을 갖고 몇 차례 글을 썼지만 한화와 롯데 그 어느 구단의 팬도 아니다. 지구상에 완벽한 객관성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최대한 객관적 이려고 노력했다. 한화와 롯데 어느 쪽에서 서서 판단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1. 황재균 vs 김태균...실책 vs 웃음 (2015년 4월 10일 1차전)
(사진 출처 및 권리: MBC SPORTS+, KBO)
FACT
스토리의 시작이다. 주인공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한화의 2회초 무사 1,3루에서 이시찬은 3루 땅볼을 쳤다. 3루 주자는 걸음이 느린 김태균이었다. 롯데의 3루수 황재균은 이 타구를 잡고 병살타가 어렵다고 판단해 홈으로 송구했다. 쉬운 타구였고 문제없는 포구였다. 홈베이스에서 2,3걸음이 모자란 김태균은 완벽한 아웃타이밍이었다. 심지어 그는 슬라이딩도 안했다.
그런데 송구가 원바운드였다. 강민호는 공을 놓쳤고 김태균은 홈에서 생각지도 못한 선취 득점을 했다. KBO 기록원은 포구 실책이 아닌 황재균의 송구 실책으로 기록했다. 화면에 비친 황재균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씹던 껌이 입술 밖으로 튀어나왔다. 마침 중계화면에 한화 더그아웃이 잡혔다. 김태균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황재균의 가능한 시각
“실책한 것도 가슴 쓰린데, 꼭 그렇게 벤치에서 웃어야 돼?”
김태균의 가능한 시각
“이게 웬 떡이냐! 좋으면 웃을 수도 있지. 웃는 것도 너한테 허락 맡아야 돼?”
2. 황재균 vs 김성근...보크 항의? (2015년 4월 10일)
(사진 출처 및 권리: MBC SPORTS+, KBO)
FACT
롯데가 3-2로 리드한 5회말 무사 2루에 황재균이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1-0에서 한화 선발투수 배영수는 2루에 견제구를 던지기 위해 투수판에서 발을 급히 풀었다. 세트 포지션에서 포수 쪽으로 공을 던지기 위해 키킹이 살짝 이루어진 상태에서 몸을 급히 2루 쪽으로 틀어 견제 동작을 취했다. 황재균은 투수 배영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심판에게 무슨 말을 했다.
황재균의 가능한 시각
“저것 보크 아닌가요?”
(FACT: 심판은 황재균을 바라보고 몇 마디 하더니 어떠한 판정도 내리지 않았다.)
김성근의 가능한 시각
째려보기...“내가 좋아하는 나의 별명은 야신보다는 잠자리 눈깔이다. 나는 더그아웃에서 다 본다. 그게 가당키나 한 항의인가. 설마 배영수 흔들기 하는 거냐?”
3. ‘저기압’ 황재균, 문제의 6회말...김성근 vs 이종운 (2015년 4월 10일)
(사진 출처 및 권리: MBC SPORTS+, KBO)
FACT
가장 큰 논란의 이닝이다. 황재균의 도루 이전에 하준호의 번트를 먼저 봐야 한다. 2회초 실책 이후 화면에 비친 황재균의 표정은 계속 어두웠다. 5회까지 3타석에 들어서 2번이나 삼진을 당했다. 삼진 이후 돌아서는 황재균의 안색은 저기압 구름이었다. 6회말 마침내 4번째 타석에서 좌측 2루타로 출루했다. 롯데는 8-2로 6점 리드하고 있었다.
무사 2루에서 후속타자 하준호는 한화 송창식의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고 파울이 됐다. 중계진이 다소 놀라기 시작했다. MBC SPORTS+ 한명재 캐스터 “자칫 저런 동작이 잘못 오해가 되면 바로 몸 쪽으로 공 날아오지 않나요?” 해설자 김선우 “그렇죠.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사인을 잘 못 본거 같아요.”
그런데 2구째에도 하준호는 번트를 시도했다. 한명재 캐스터 “아, 6점차...글쎄요. 이렇다면 우리가 조금 고민을 해봐야 되는데요.” 해설자 이종범 “8-2 상황에서 이종운 감독이 번트를 댔다? 이 6점 차도 믿지 못한다면 어떠한 점수가 더 필요하지 궁금하네요.”
3구째에도 또 하준호는 번트 자세가 나왔다. 한명재 “3개의 공에 모두 번트 자세가 나왔다는 것은 이것은 벤치 쪽에서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요.” 이종범 “뭔가 이종운 감독은 (번트)사인을 냈는데 (하준호가)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불쾌한 모습도 보였고...” 이후 하준호는 번트에 성공하지 못하고 삼진을 당했다. 이후 손아섭도 삼진으로 2사 2루가 됐다. 중계화면은 이종운·김성근 양 감독을 번갈아 화면에 비추었다.
다음 타자 최준석의 타석 볼카운트 1-1에서 2루 주자 황재균은 3루로 도루를 시도했고 세이프 됐다. 이종범 “세이프는 됐지만 지금 2아웃인데 굳이 무리해서 뛸 필요는 없습니다.”
김성근의 가능한 시각
“6회말 6점차에 보내기 번트라...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번트 댈 수는 있다고 인정하겠다. 그런데 2사에 최준석 타석에 2루 주자가 도루까지 시도한다?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종운의 가능한 시각
“그렇다 번트 사인 낸 것 맞다. 6회말에 6점차 리드는 아직 모른다. 이번 이닝에 무조건 점수를 더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황재균의 도루도 마찬가지다. 2사에도 주자가 3루에 있다면 폭투 등으로 득점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야구는 기 싸움도 중요하다. 그래서 3루에서 황재균이 아웃됐어도 도루 시도자체가 팀 사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황재균의 가능한 시각
“내가 뛸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제야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4. 최원호와 송은범의 오버랩...야신의 쓰라린 투수 교체 (2015년 4월 10일)
(사진 출처 및 권리: MBC SPORTS+, KBO)
FACT
경기는 드라마였다. 9회초까지 3-8로 끌려가던 한화는 9회에만 5득점을 하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1회초에는 김태균의 솔로 홈런으로 마침내 9-8 역전을 했다. 11회말 수비에도 2사까지 잡았다. 그러나 롯데 장성우가 한화의 바뀐 투수 송은범을 상대로 초구에 역전 2점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롯데의 10-9 승리였다.
Hypothesis (가설 假說)
이런 패배 당하면 감독은 정말 속이 쓰리다. 힘은 있는 대로 다 쓰고 패색이 짙던 경기를 대역전하여 승리를 눈앞에 두었는데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팀이 끝내기 패배를 당하는 순간, 감독의 가슴은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블랙’이 된다. 찬물 마셔야 한다.
한화의 미들맨 권혁은 이날 51개의 투구를 했다. 권혁이 11회말 최준석을 삼진 잡고 2아웃을 만들었을 때 김성근 감독은 손가락을 흔들며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그런데 이것이 공교롭게 끝내기 홈런 투수 교체가 됐다.
그가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 LG 감독 시절, 삼성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은 최원호의 투수 교체가 오버랩 됐다. 접전의 경기 분위기도 비슷했고, 올라오자마자 끝내기 홈런을 맞은 투수의 상황도 유사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한화에게 이 패배는 너무나 뼈아팠다. 이겼다면 이런 경기는 엄청난 팀의 상승세를 가져올 경기였다. 특히 미묘하고 예민한 감독간의 기 싸움이 눈에 너무 보이는 경기였다. 그런데 승리 한 발 앞에서 그 기 싸움한 감독에게 졌다. 감독이 교체한 투수의 딱 하나의 공, 그것이 원인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오래전부터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지론으로 삼고 있다.
5. 최준석 vs 김태균...설마 사인 훔쳐보기? (2015년 4월 10일)
(사진 출처 및 권리: MBC SPORTS+, KBO)
FACT
롯데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고 경기가 끝난 상황임에도 롯데 최준석과 한화 김태균이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무언가 설전을 벌이는 듯 한 장면이 방송에 포착됐다. 김태균의 첫 마디에 최준석은 손가락으로 2루쪽, 내지는 전광판 정면을 가리켰다. 몇 초간 대화가 이어졌고 롯데 심수창이 다가가 둘을 말렸다.
Hypothesis (가설 假說)
끝내기 홈런이 나온 1차전 8-9로 뒤진 롯데의 11회말에는 묘한 장면 2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1사 2루 최준석의 타석이다. 최준석은 권혁과 볼카운트 3-2까지 승부했다. 이어 권혁은 6구째 바깥쪽 직구를 던졌다. 최준석은 거의 완벽한 타이밍에 스윙했고 우측으로 매우 날카로운 타구가 나왔다. 동점 안타가 나올 수도 있는 타구였지만 많이 빗나간 파울이었다.
이때 한화 벤치에 있던 김태균의 표정이 화면에 잡혔다. 그는 이 장면을 보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며 매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7구째 몸 쪽 높은 쪽 직구에 최준석은 풀스윙을 했고 삼진으로 물러났다. 최준석의 4구째부터 롯데의 주자 강동석은 2루에 있었다.
두 번째는 끝내기 홈런을 친 장성우의 타석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때 투수를 송은범으로 교체했다. 야구에서 바뀐 투수의 초구를 쳐야 한다는 격언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날 경기 상황은 엄청난 접전이었다. 타자 장성우로서는 프레셔가 큰 타석이었다. 그는 지난해까지 프로 6년차에 1군에서 212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타자이다. 통산 홈런은 3개다. 경험이 많은 타자는 아니다.
그런데 송은범의 초구 바깥쪽 직구에 거의 완벽한 풀스윙이 나왔다. 송은범의 공은 약간 가운데로 몰렸지만 포수가 한발 빠져 앉을 정도로 가운데에서 살짝 바깥쪽에 치우친 공이었다. 나쁜 공은 아니었다. 그런데 장성우는 이 초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도 밀어서 우측 펜스를 넘겨버렸다. 이때도 롯데의 주자는 2루에 있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MBC SPORTS+, KBO)
김태균의 가능한 시각
“솔직히 말해. 너희들 아까 11회말에 사인 훔쳤지? 너도 그렇고 초구 끝내기 홈런도 그렇고, 어떻게 그렇게 공을 미리 알았다는 듯이 기다렸다가 완벽하게 스윙할 수가 있냐?”
최준석의 가능한 시각
“그게 말이 되냐? (2루쪽을 가리키며) 2루에서 어떻게 사인을 알려 주냐. 되는 소리를 좀 해라.”
Hypothesis (가설 假說)
이 설전 이후 이 둘이 명확하게 어떠한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미디어를 통해 나오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가 김태균에게 물어봤더니 특별한 대화가 없었고 아무 말도 안했다가 전부다. 이건 넌센스다. 중계화면에 잡힌 거구 두 명의 입은 크게 벌어졌고 입술은 수시로 위아래로 왔다 갔다 했다. 아무 말도 안했다면 김태균과 최준석은 복화술을 쓴 것인가.
한 가지는 분명하다. 롯데의 사인 훔치기라는 한 개인의 터무니없는 가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 문제 자체가 공론화 되면 한국시리즈라면 모를까, 시즌 초반에는 선수단에게 매우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양쪽 벤치에도 굉장히 피곤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아무 말도 안했다고 하는 것이 제일 편하다. 둘은 분명히 사인 훔치기가 아니어도, 정확히 밝혀져서는 안 되는 어떤 소재로 대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6. 승부는 원점 (2015년 4월 11일 2차전)
FACT
2차전은 한화가 4-1로 승리했다. 3연전 시리즈는 하필이면 1승 1패로 균형을 이뤘다는 사실 자체가 쟁점이다. 시리즈가 더욱 가열됐다.
양 감독의 가능한 시각
“내일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위닝시리즈를 가져가야 한다.”
7. 롯데 15-3 한화 (2015년 4월 12일 3차전)
FACT
무조건 이겨야 할 사람은 2명 이었지만 이긴 사람은 1명 뿐이었다. 승부는 일찍 갈렸다. 한화의 처참한 3-15 대패였다. 위닝시리즈의 주인공은 롯데였다. 롯데는 1회말에만 7점을 냈다. 타자 일순하여 다시 타석에 선 황재균은 안타로 출루했고 7-0에서 2루 도루를 했다. 4회말과 5회말 황재균은 연이어 한화 투수의 공에 몸을 맞았다. 결국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3차전은 1차전부터 이어온 양 팀의 신경전이 마침내 폭발한 결말이 됐다.
김성근의 가능한 시각
1차전 역전패가 아쉽다. 그 경기를 잡았다면 위닝시리즈였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7-0에서 상대가 도루를 한다? 1차전에도 그러더니 또 그러네. 이런 식으로 상대를 자극하겠다? 팀이 대패를 하고 있고 분위기가 죽어있다. 이럴 때 나는 어떤 식으로든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이종운의 가능한 시각
7-0에서 도루? 1차전 보지 못했나? 야구는 9회에도 5점이 나는 경기다. 1회 7점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크게 지고 있다고 빈볼을 던지는 식으로 나오겠다? 빈볼이 아니라면 왜 김태균을 뺐나. 이것은 빈볼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니겠나.
시비 후(是非 後)...전쟁을 거는 감독 vs 전쟁을 거부하는 감독
(사진 출처 및 권리: MBC SPORTS+, KBO)
야구는 전쟁인가? 반은 틀리고 반은 맞다. 야구에 총과 탱크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야구를 포함한 스포츠의 승부를 집단이나 국가 차원으로 의미를 무겁게 확대하는 내셔널리즘은 사실 이제는 낡은 이론이 됐다. 스포츠는 스포츠로만 봐야한다. 이점에서 야구는 전쟁이 아니다.
그러나 야구가 뭔가. 많은 야구인들이 야구는 자신의 인생이라고 한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는 표현도 식상한 언어다. 인생에 전쟁 요소가 없다는 말도 너무나 착한 소리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요소요소의 작은 승부로 구성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싸움이 일어난다. 전쟁의 성격이 당연히 녹아있다. 그래서 야구는 전쟁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한화와 롯데의 벤치클리어링 논란은 누가 먼저 전쟁을 걸었는지 확실하게 결론 내릴 수 없다. 한화 입장에서 보면 전술한 가설을 통해 롯데가 먼저 도발한 것이 될 수도 있고, 빈볼 피해자인 롯데 입장에서는 그 역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롯데 이종운 감독이 미디어를 통해 “남의 팀에 피해를 주면 자신의 팀에도 피해가 간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김성근 감독에게 먼저 전쟁을 건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전쟁의 시작이 누구였든, 이종운 감독 입장에서는 한화로부터 먼저 전쟁을 받았기에 전쟁으로써 그대로 돌려준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만큼 매우 이례적이고 특별했다. 보통 야구 감독들끼리는 상대 벤치에 대해 최대한 언어를 아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종운 감독은 지금까지 내가 본 야구 감독 중에 상대 벤치를 향해 가장 호전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김태균을 왜 뺐나. 오늘 경기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인가. 한화전은 앞으로 10경기나 넘게 남아있다”고 했다. 이건 거의 경고였다.
이에 대해 한화 김성근 감독은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는 “야구는 전쟁이 아니라 매너의 스포츠다”라고 했다.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만약 그가 “이종운 감독의 말에 동감한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면 얼마나 코미디가 됐을까.
두 감독의 네임밸류를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게임이 안 된다. 야신과 초보감독이다. 팀 전력을 떠나 야신이 초보감독에게 12점 차로 대패를 당하고 앞으로의 경기에서 한화가 롯데에게 자꾸 지면 상처를 입는 사람은 김성근 감독이다. 이종운 감독은 김성근 감독에게 감독간 승부에 패해도 초보감독으로서 명성 면에서 잃을게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원래 무명인이 유명해지기 위해서 유명인에게 싸움을 거는 것은 오래된 역사의 전략이다.
이런 대결 구도를 부담스러워할 사람은 김성근 감독이다. 미디어에서 자꾸 이종운 감독과의 기 싸움이나 한화와 롯데의 맞대결을 부각시키는 상황은 그에게 그다지 유쾌한 그림이 아니다. 껄끄럽다. 그래서 야신에게 야구는 전쟁이 아니라 매너의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이번 3연전을 통해 대결 구도가 잡혔다.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너무나 흥미롭다. 싱크탱커 같은 야구팬은 이런 맞대결을 기다린다. 아직 이종운 감독의 색깔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3연전을 통해 보니 기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가 돋보인다.
야신과 초보 신임감독이라...
아주 재밌게 됐다.
향후 한화와 롯데의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는 행운이다. 시청률 상승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다음 양 팀의 맞대결, 한화 김태균의 타석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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