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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차우찬, 최고의 피칭 선보인 3가지 이유

 

(사진 출처 및 권리= 삼성 라이온즈)

 

[정규시즌 삼성 우승에 숨통 연 차우찬의 14K]

[하지만 NC의 전력에도 눈길이 간 이유]

 

제구가 잘 되는 차우찬은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차우찬이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2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4피안타 1볼넷)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차우찬의 호투에 힘입어 삼성은 NC2-0으로 꺾고 승차를 3.5경기 차로 벌렸다. 삼성으로서는 정규 시즌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타고투저 시대에 투수가 타자를 완전히 압도하는 보기 드문 경기였다. 차우찬이 상대한 NC22타자 가운데 8명을 제외한 무려 14명이 삼진을 당했다는 것은 공의 위력 말고는 다른 것으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투수가 이렇게 많은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 공격 팀은 작전의 운용 폭이 극도로 좁아진다. 공이 배트에 맞고 그라운드에 굴러가기라도 해야 실책도 나오고 불규칙 바운드 등의 변수라도 생긴다. 삼진은 이런 일말의 가능성자체를 말살시키는 투수의 최대 무기이다.

 

호투의 첫 번째 요인은 유리한 볼카운트이다. 차우찬이 경기 뒤 인터뷰에서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던졌다고 밝힌 것처럼 이날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71%였다. NC 타자들은 대부분 0B 2S, 1B 2S라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차우찬의 공을 컨택하는데 급급했다. 자기 스윙을 못하고 맞히는데 중심이 된 스윙에서 좋은 타구가 나올 리 없다.

 

이날 경기는 양 팀 모두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그러나 쫓기는 삼성보다는 쫓아가는 NC가 오히려 더 급해보였다. 원래는 반대로 돼야 정상이다. NC의 타자들은 평소와 다르게 이상할 만큼 차우찬이 던진 존을 벗어나는 안 좋은 공에 방망이가 급하게 딸려 나왔다.

 

상대적으로 마운드 위의 차우찬은 여유가 넘쳐보였다. 그는 중요한 경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정규 시즌 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무던한 소감을 남겼다. 멘탈 게임에서도 차우찬은 효과적인 경기 운용을 했다.

 

두 번째 요인은 제구력이었다. 차우찬은 전통적으로 공의 구위에 비해 불안정한 제구력이 약점이라는 지적을 자주 받아왔다. 이날은 달랐다. 총 투구수 116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80개로 높은 비율을 보여줬다. 최고 148km 직구의 제구력이 안정되자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도 힘을 얻었다.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이라는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차우찬은 NC타선을 농락했다.

 

세 번째 요인은 충분한 휴식이었다. 인터뷰에서 차우찬은 코칭스태프가 일주일간 충분한 휴식을 줘 이에 보답하고 싶었다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벤치의 충분한 휴식이 투수의 동기 부여에 큰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MBC Sports+ 이종범 해설위원도 차우찬의 이같은 인터뷰를 투수가 일주일을 쉬고 나오는 것은 이처럼 던지는데 큰 역할을 한다며 매우 인상적으로 받아들였다.

 

팀이 불꽃 튀는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데 나 혼자 일주일을 쉬면 미안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등판 때 보답하고자 반드시 잘 던져야 한다는 동기 부여는 일주일 휴식을 취한 싱싱한 몸 이상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반드시 팀 전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감독이 투수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기와 시즌 흐름은 이처럼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구단이 생각났다. 최근 그 팀은 투수의 혹사 문제로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우찬의 일주일 휴식과 이날 호투가 그 팀과 묘하게 오버랩이 됐다.

 

(이혜천과 임정호, 사진 출처 및 권리= NC 다이노스)

 

NC는 패했지만 여전히 삼성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재학은 차우찬의 호투에 가렸을 뿐, 뛰어난 공을 던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팁의 댑스로 대표되는 전체적인 힘과 구성이다. NC는 충분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 무너뜨릴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에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엔트리에 단 한 명의 좌완 불펜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삼성 타자들은 왼손 투수에도 강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전 세계의 모든 감독들이 야구의 역사에서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좌투수를 올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잘 때려도 좌타자에게 좌투수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삼성 타선에는 이름난 좌타자들이 즐비하다. NC의 마운드에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 좌투수 이혜천과 임정호가 있었다. 만약 한국시리즈 승부처에서 이들이 최형우나 채태인, 이승엽 등을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것은 우승의 향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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