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및 권리= 예정화 인스타그램)
[예정화의 몸매는 왜 주목을 받을까]
[사회가 선호하는 아름다운 몸매의 기준과 WHR]
주목받는 어떤 사회 현상 안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은 창의성의 관점에서도 유의미한 재료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 싱크탱커가 주목하는 사회 현상은 예정화이다. 요즘 이 여자, 방송과 미디어를 통해 아주 잘 나온다.
얼굴 때문일까. 물론 그녀는 의심의 여지없는 미녀다. 그러나 대중들의 초점이 얼굴은 아닌 것 같다. 진짜 이유는 ‘몸매’ 때문이다.
위의 사진을 다시 보자. 건강한 남자라면 저 사진을 어떤 관심도 없이 쉽게 지나치는 종교화 그림으로 여기기 힘들다. 이건 완전히 무슨 만화에나 나오는 전지전능한 미녀 여주인공의 비현실적인 몸매다.
여자의 몸은 오래전부터 이미 예술이나 미학의 대상이었다. 클림트는 일생을 여성의 몸과 정신, 황홀경을 화폭에 구현하는 데 바쳤다. 르네 마그리트는 텅 빈 실내에 있는 여체를 부각해 유화로 그렸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어느 미술가는 “여성의 신체 라인에는 극대화된 예술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정말로 사진 속 예정화의 라인에는 초월적 예술마저 녹아있었다.
그녀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시작도 몸매의 아름다움이 부각된 사진이었다. 지난 6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예정화는 ‘사격장 뒤태녀’라는 아래의 유명한 사진 한 장으로 미식축구 국가대표 스트렝스 코치라는 닉네임 이상의 ‘몸매 종결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사진은 무보정이라고 했다. 그녀는 “얼굴만 (포토샵으로) 만지고 몸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밝혀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사진= 예정화 인스타그램)
여성의 몸매가 남성의 시선을 끄는 이유를 저급한 동물적 욕망의 시선만으로 하대할 수는 없다. 수 억 년 전 원시시대부터 남자의 DNA에 박힌 본능이기 때문이다. 인류학자들은 추위와 사냥의 위험 때문에 남자가 종족보존의 본능을 이어가기 위해 출산 가능성이 높은 여성을 선호했고, 그래서 몸매가 좋은 여성이 아기를 상대적으로 더 잘 낳는다는 오래된 믿음이 현대에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본능은 그렇다고 치자. 그럼 구체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몸매를 더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감정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진 월렌스타인은 자신의 저서 <쾌감본능(The Pleasure Instinct)>에서 “인간은 비례와 대칭을 본능적으로 선호한다”고 말하면서 그 하나의 예시로써 엉덩이 대비 허리비율인 ‘WHR(waist-to-hip ratio)’을 거론했다.
물론 순수한 수학적 원리에 기초해 모든 사람이 아름답다고 동의할 만한 이상적인 미의 황금비율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이며 상식적으로도 그렇다. 통일된 미의 비율은 언어 자체가 잘못됐다. 아름다움을 획일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월렌스타인은 "매우 다양한 문화권에서 여성을 보고 잠재적 배우자로 생각하거나 아름답다고 느끼는 신체적 특징은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언급한 WHR이었고 그 값은 0.7이었다.
현대에 와서 WHR은 이제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아름다움뿐 만 아니라 건강한 몸매의 안전 비율로도 쓰이는 등 활용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의외로 역사가 매우 오래된 개념이다.
(사진= 드벤드라 싱의 논문)
22년 전인 1993년 처음으로 WHR을 주장한 사람은 텍사스 대학의 심리학과 디벤드라 싱 교수이다. 그는 자신의 논문 <Adaptive significance of female physical attractiveness: role of waist-to-hip ratio>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65(2), Aug 1993, 293-307)을 통해 “남성들은 WHR 0.7인 여성을 가장 매력적으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자가 여자를 바라볼 때도 WHR 0.7은 매력적 지표가 됐다. 싱은 사람들이 여성의 WHR 0.7을 좋아하는 이유를 “당사자의 생활 건강과 생산력에 대한 기본 정보를 드러내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거는 다양했다. 고전적 미인으로 평가받는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헵번은 신체 사이즈가 36(가슴)-24(허리)-34(엉덩이)와 31.5-22-31로 매우 다른 형이었지만 WHR은 0.7로 동일했다. 또한 폐경기 이전의 건강한 여성들은 WHR이 대개 0.67에서 0.80이었다. 체지방 분포가 여성의 성호르몬 상태, 생식 능력, 질병 위험과 깊이 관련되어 있어, WHR은 여성의 전반적인 생식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했다.
싱이 논문에서 밝힌 데이터를 보면 더욱 WHR 0.7은 설득력이 더해진다. 아래의 그래프가 대표적이다. 왼쪽 그래프는 세계적인 성인잡지 P사의 커버 모델, 오른쪽 그래프는 미스 아메리카의 WHR이다. 지난 80년간 미국 사회를 주름 잡았던 수많은 미녀들의 WHR이 0.7에 수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Adaptive significance of female physical attractiveness: role of waist-to-hip ratio)
추가적으로 논문에서 밝힌 아래의 그림은 WHR 0.7에서 1.0이 어떤 몸매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WHR 0.8은 나쁜 몸매는 아니지만 뭔가 미녀의 몸매로 보기에는 2% 부족하다. 0.9는 여성이 스스로 생각할 때는 통통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자가 볼 때는 뚱뚱해 보일 수 있는 그 유명한 몸매다. 1.0은 허리가 없다. 절구통 몸매다. 시각적으로 봐도 0.7이 일반적으로 미디어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몸매로 쉽게 받아들여진다.
(사진= Adaptive significance of female physical attractiveness: role of waist-to-hip ratio)
그럼 한국적 현실에서도 WHR 0.7은 유효할까. 예정화의 몸매도 WHR 0.7일까. 여성들에게는 애석한 일이지만 한국 사회는 미녀의 기준으로 WHR 0.7보다도 더 가혹한 수치를 원하고 있었다.
예정화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신체 사이즈가 과거 35-23-37이라고 했다. WHR이 무려 0.621이다. 그녀가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긴 했지만 0.7보다는 낮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예정화의 라이벌이라는 유승옥도 35-23.5-38, WHR 0.618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미스코리아들은 어땠을까. 미스코리아의 본격적인 연예계 진출을 알린 80년대의 대표 미스코리아 김성령의 자료를 찾아보고 놀랐다. 그녀가 1988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힐 당시 신체사이즈는 88(cm)-61-90으로 WHR은 0.7보다 낮은 0.677이었다.
김성령 이후 염정아(1991년) 이승연(1992년) 설수진(1996년) 같은 미스코리아가 배출됐다. 하지만 1990년대에도 WHR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98년 미스코리아 참가자들을 소개한 기사(동아일보)에 따르면 미스코리아 후보들의 신체 평균 사이즈는 35.4-23.6-35.4로 평균 WHR은 0.666이었다.
2000년대의 대표적인 미스코리아 이하늬(2006년, 34-24-36) 역시 WHR이 0.666이었으며, 2010년대에도 미스코리아 정소라(2010년, 33-24-36)와 이민지(2015년, 34-25-36)의 WHR은 각각 0.666, 0.694으로 이어졌다. (* 신체 수치는 언론과 미스코리아 프로필에 소개된 자료 인용)
왜 한국 사회는 이처럼 보다 가혹한 WHR 0.6대 수치를 더 아름답게 여길까.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여성의 체형도 요소가 되겠지만 더 날씬하고, 더 예뻐지기 위한 여성의 강한 욕망과 그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의 영향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을까. 한국의 성형수술이 성행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아름다움은 애석하게도 절대적 개념이 아니다. 상대적이다. 예쁜 누군가가 나오면 더 예쁘고 몸매가 좋은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또 그 자리는 몸매가, 그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을 했을 또 다른 누군가가 대신한다.
우리 사회의 미녀는 WHR 0.7로는 부족할까. 0.6대 여야만 몸매 종결자가 될까.
하지만 여성들이여, 희망을 갖자. 기본적으로 WHR은 2D 개념이다. WHR이 말하는 허리와 엉덩이 둘레는 ‘둘레’를 통해 산출된 2차원 평면의 수식만으로 미를 재단한다. 그러나 어찌 아름다움이 평면만일까. 21세기는 입체의 시대다. 그리고 남자들은 2D는 물론 3D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3D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희망은 하나 더 있다. 예정화나 미스코리아처럼 WHR 0.6 초반은 여성들에게 로망이겠지만, 사실은 0.7도 오래전 싱이 각종 연구를 통해 설명한 것처럼 남자들에게는 매우 감지덕지한 스탯이다. 감지덕지(感之德之)의 뜻은 ‘분에 넘치는 듯 싶어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사진 출처=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
증거를 대겠다. ‘영원한 딴따라’ JYP 박진영이 노래했다. 그는 자신의 자작곡을 통해 “허리 24인치, 힙 34인치의 여성을 향해 널 어쩌면 좋니, 눈을 떼질 못하게 하는 몸매”라며 “어머님이 누구니?”라고 노래했다. 싱크탱커를 포함해 많은 남자들은 박진영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노래에도 WHR이 나온다. 허리 24인치, 힙 34인치?... WHR 0.705다.
아름다움이란 이처럼 미묘하고 어렵다. 물론 그 이전에 아름다워지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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