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선수의 기본은 슈팅이다. 그런데 3점슛도 없다. 심지어 미들슛도 거의 없다.
자유투는 낙제 수준이다. 그런데 최고다. 세계에서 가장 농구를 잘한다는 선수들만 모여 있다는 NBA에서 슈팅 없는 포인트 가드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라존 론도(28, 185cm)는 퍼리미터 슈팅 이외 여집합을 잘한다.
자신의 특화된 장점으로 슈팅이라는 단점을 상쇄하고 강력한 플러스알파를 만든다.
그렇다. 슈팅은 농구의 부분 집합이지 합집합은 아니다.
창조는 독창성이다.
론도는 독창적이다.
NBA 30개 팀은 주전과 백업 포인트가드만 최소 60명이다.
보통 포인트가드 하면 떠오르는 플레이 유형이 있다.
적어도 NBA에서 버티기 위해, 또는 스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슈팅, 어시스트, 디펜스의 틀이 있다.
1) 매직 존슨의 화려함을 따라했던 매직 2세형 포인트 가드.
2) 존 스탁튼처럼 기본에 충실한 퓨어(Pure) 포인트 가드.
3) 스테판 마버리, 스티브 프랜시스 같은 슈팅 퍼스트 공격형 포인트가드.
4) 존 팩슨, B.J.암스트롱의 3점슛이 뛰어난 포인트가드.
5) 팀 하더웨이와 흡사한 드리블이 뛰어난 포인트가드.
6) 로드 스트릭랜드 같은 어중간한 15득점 7어시스트형 포인트가드.
7) 위 6가지 유형 모두를 흉내는 낼 줄 아는 더 어중간한 포인트가드.
론도는 어디에?
매직 존슨 이후부터 현재 나머지 59명의 포인트가드를 떠올려도 론도는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다. 론도는 자신이 새롭게 8번째 틀을 만들었다.
8) 외곽슛 없이 돌파와 골밑슛, 어시스트, 수비로 경기를 지배하는 포인트가드.
8번째 론도 유형의 포인트가드가 탄생하기 어려운 이유는 연습으로 또는 인위적으로
‘나는 론도처럼 될 것이다’라는 목표를 두고도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포인트가드를 꿈꾸는 그 어떤 농구 유망주도 어렸을 때부터
약한 야투, 2할대 3점슛, 6할대 자유투를 꿈으로 키우지는 않는다.
이런 조건 속에 NBA챔피언 가드, 올스타, 디펜스 퍼스트팀, 어시스트왕, 스틸왕이 되어야한다.
단언컨대, 론도의 약점을 가지고 동시에 론도의 현재 업적을 이룰 수 있는 포인트가드는
향후 20년 동안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시그너쳐 스킬인 ‘비하인드 백드리블 페이크 슛’은 창조 기법 중 하나다.
이 기술은 패스냐 슈팅이냐를 결정하는 기민한 판단력, 손에 공을 오래 담을 수 있는 볼 키핑력,
상대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체공력, 골밑으로 과감하게 돌진할 수 있는 저돌성이 합쳐졌다.
과거 마크 잭슨이나 기타 다른 포인트가드들도 ‘비하인드 백드리블 페이크 슛’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이 주로 속공 상황에서 나오거나 짧게 모션을 가져갔던 것에 비하여,
론도는 속공은 물론, 정지상태의 1대1에서도 매우 긴 모션으로 (팔이 긴 이유도 있지만)
기술이 발동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창조적 모방을 이뤘기에 독창적이다.
하킴 올라주원의 ‘드림 셰이크’ 기술을 쓰면서도 올라주원은 전혀 몰랐고, 대표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스스로 그만두는 특유의 시크함, 넘어진 케빈 가넷을 보호하며 상대 빅맨에게 달려들고,
루즈볼을 따내기 위해 공을 삼키듯이 몸을 던지는 불같은 투쟁심도 론도의 색깔이다.
2007-2008시즌 보스턴 셀틱스 우승 당시 가넷, 폴 피어스, 레이 알렌이라는 빅3가 있기 때문에
론도의 어시스트나 활약이 과소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떠난 이후에도 론도의 스타일과 활약은 변하지 않았다. 2006-2007시즌부터 론도는 6년 동안 매년 평균 어시스트를 끌어올려
3.8개에서 11.7개까지 수직 상승시켰다.
론도가 댈러스로 트레이드 됐다.
‘코트의 크리에이터’는 장소가 바뀌어도 여전히 크리에이터다.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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