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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다시 빛나는 수필, 이어령 <삶의 광택>

 

 

이어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TV로 방영된 김정운 교수의 창의성 강의에서 싱크탱커의 눈길을 끈 것은

주인공인 김정운 교수가 아니라 화면에 잠깐 등장한 이어령 이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80대 노인은 서재를 최첨단 지식의 유토피아로 만들고

그 안에서 마음껏 춤추고 있었다. 동기화된 6대의 컴퓨터는 지식의 8차선 고속도로,

문자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컴퓨터 펜은 크리에이터의 마법봉이었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김정운 교수가 그 앞에선 지식의 열등감을 느낀다했다.

인터뷰가 뛰어난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는 선생 앞에서면 밑천을 드러내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젊다고 젊은 것이 아니다. 생각이 늙으면 청년도 노인이다.

늙었다고 늙은 것이 아니다. 생각이 젊으면 노인도 청년이다.

 

은교에서 박범신이 표현한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는 이어령에게 만큼은

내 늙음은 나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라 바꿔 불러도 충분했다.

그만큼 그의 노년은 낡아 보이기는커녕 푸른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어령 선생을 한국에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지식인이라 표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를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사이 이어령은 변함없이 창조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문득 어린 시절 영감을 줬던 그의 수필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20여 년 전에 교과서에도 실린 글이다.

 

 

 

 

 

<삶의 광택>...

 

1,275자다. 어느 누가 이정도 짧은 길이 속에 이런 함축적이고 위력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까.

 

나는 후회한다.

너에게 포마이카 책상을 사 준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나는 후회한다는 여섯 글자를 리드로 내세우고 나머지 전체를

계단식 도치 구성으로 이끌어낸다. 정보의 홍수 시대속에 참나무 책상을 길들이기 위해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마른걸레질을 하는 진정한 노력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중략) 거기에는 오랜 참을성으로 얻어진 이상한 만족감과 희열이란 것이 있다.

아들이여, 우리도 이 생활에서 그런 빛을 끄집어낼 수는 없는 것일까? 화공(化工)약품으로는

도저히 그 영혼의 광택을 끄집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투박한 나무에서, 거친 쇠에서 그 내면의 빛을 솟아나게 하는 자는,

종교와 예술의 희열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이다.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크리에이터를 지향하는 싱크탱커는 감히 종교와 예술의 희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바꿔서 기억하기로 했다.

투박한 나무에서, 거친 쇠에서 그 내면의 빛을 솟아나게 하는 자가 크리에이터다.”

외관상 무가치 해보이는 어떤 재료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끌어내는 자가 창조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은 <삶의 광택>클래식은 시대가 변해도 가치가 퇴색되지 않음을...

원고지 7장이 안 되는 이 글이 왜 위대한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By ThinkTanker (creationthinktank.tistory)

 

 

[이어령 '창조적 3각 기법'...<유쾌한 창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