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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기법

박진영의 위험천만·오만한 이진아 심사평

 

(사진: SBS, Edit By ThinkTanker)

 

[개인의 취향을 '참가자'에게 요구하는 심사기준은 옳은가]

 

모든 심사평에는 주관성이 담보되어 있다.

 

당연하다. 심사평이란 한 개인이 특정 사물이나 현상을 놓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문장이나 언어이든 개인의 시선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이 주체가 된 그 어떤 표현기법에서 지구상의 완벽한 객관성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심사위원의 역할이다.

 

그런데 좋은 심사평일수록 개인의 주관성을 객관화시킨다. 심사위원의 평가나 감정이 보다 많은 시청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 위해서는 심사위원의 주관성이 다수에게 공감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의 다수의 공감주관성의 객관화가 있어야 유리하다.

 

음악이 아닌, 음식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요리 비평가가 참치회를 먹고 바다의 향기가 느껴진다는 상투적인 심사평을 했다고 해보자. 이때의 바다의 향기는 비평가만 느낀 주관이다.

 

하지만 기존에 참치회를 먹고 비슷한 향기를 느낀 사람이나 먹지 않아도 이 바다의 향기라는 쉬운 감각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비평가의 바다의 향기를 스스로의 경험이나 인식대상으로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비평가의 주관성이 시청자에게 객관화되는 순간이다.

 

이 주관성의 객관화 기술을 K팝스타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쓴 심사위원이 박진영(43)이다. 그동안 박진영은 여러 차례 논란의 심사평을 하기도 했지만, 싱크탱커는 개인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과거 나의 글에도 근거의 뒷받침 내용으로 가장 자주 인용했던 것도 박진영의 심사평이다. 박진영의 심사평은 과거 현역 가수 시절 자신이 입었던 의상과 노래만큼이나 자기 색깔이 강했지만, 그 주관성이 상당부분 공감할 수 있는 객관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音樂)과 음학(音學)”, “공기 반·소리 반”, “말하는 것처럼 노래하라”, ‘제발을 불렀던 정승환의 음정불안 지적 등이다. 이런 심사평들은 박진영의 입으로 표현된 것이었지만, 그 자체로 틀린 말도 아닐 뿐 더러,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거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날카롭게 공감시킬 수 있는 객관성을 묻어냈기에 가능했다.

 

박진영처럼 자신의 강한 색깔을 다수의 감정 속으로 침투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크리에이터의 언어적 기법으로 배울 점이다.

 

중요한 것은 설사, 심사위원의 주관성이 시청자 다수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고 주관성으로만 끝나도 이것이 비난 대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박진영이 과거 수차례 이진아를 극찬한 것은, 이 개인적 취향을 담은 극찬이 시청자에게 취향의 강요로 비추어지더라도 엄밀하게 보면 심사위원의 역할이다. 목소리를 내라고 그 자리에 앉힌 것이다. 박진영 심사평을 받아들이고 아니고, 유쾌하고 불쾌하고는 시청자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그런데 이 색깔 강한 주관적 심사평은 시기대상에 있어서 매우 주의를 요하는 위험한 언어이기도 하다. K팝스타는 현재 TOP8에서 TOP6가 가려진 상황이다. 3사의 캐스팅 이전에는 심사위원들이 갑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각자 주관적 심사평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참가자들을 떨어뜨리고, 움직이고 조언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참가자들이 이미 기존에 각 3사의 캐스팅을 통해 연습을 해오며 각자의 노력에 매우 중요한 선곡 등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집중하는 시기다. 누군가의 지나친 개입으로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는 시기다. 설사 개입이 있더라도 캐스팅 되었던 연습 소속사의 조언이나 입장이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K팝스타의 주인공은 심사위원이 아니다. 주인공은 무대를 나서는 참가자들이다. 심사위원 자신의 취향을 시청자에게는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은 변함없다. 그러나 그 취향 요구의 대상이 참가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금부터는 참가자 각자의 취향과 선택이 최우선이지 다른 소속사 심사위원 개인의 취향이 참가자 무대나 선곡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것이 심사위원의 심사기준이 되는 것은 주관성·객관성을 떠나 오디션 경연의 공정성에도 위배되는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이 점을 느낀 것이 지난 8, 15일 방송된 박진영의 이진아 심사평이었다.

 

박진영은 사실 이진아 팬덤을 이끈 주역이다. 수차례 극찬을 했다. 이진아 음악을 듣고 나 음악 그만 둘래요부터 시작해 오디션에 나와서는 안 되는 수준” 발언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진아 음악의 선호도와는 관계없이 시청자들에게 박진영 감정을 그대로 전이시켰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었다.

 

그런데 8일 심사평은 다소 이상했다. 이날 이진아는 겨울 부자를 통해 기존 음악과 완전히 다른, 뮤지컬이나 OST에서 들을 수 있는 멜로디를 들고 나왔다. 싱크탱커가 응원하는 크리에이터이진아 다웠다. 대체적으로 3명의 심사위원은 긍정적 평가였다. 박진영은 음악적으로 굉장히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을 하기 직전 박진영은 기존에 이진아가 보여주었던 소울 그루브나 감성이 없는 노래라 오늘은 흥분이 안 된다는 말을 먼저 했다. 이 말은 사실 소울 그루브나 감성이 없는수식어 대신에 박진영 내가 좋아하지 않는 노래라는 말을 집어넣어도 동일하다. ,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어서 흥분이 되지 않았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 자체도 그러려니 했다. 취향의 표현이었기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사진: SBS)

 

그런데 3인의 심사평이 모두 끝났는데 박진영은 다시 갑자기 끼어들어 개인의 취향을 이진아에게 한 번 더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 지점부터 이상했다. “()진아양 혹시 R&B 소울 음악 많이 들어요? 질 스캇이나 에리카 바두 등? 혹시 Top8으로 가면 그쪽으로 조금...” 이라며 손짓까지 써가며 취향을 자기 취향으로 바꿔줄 것을 표현했다. 순진한 소녀 이진아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이 행동에 웃었고 방송자막 역시 신청곡을 부탁하는 팬의 마음으로가 입혀지며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매우 부적절한 광경으로 비춰졌다. 참가자의 향후 선곡을 심사위원이 의도적으로, 또 완곡된 압력으로 강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15일 방송에서 이진아가 어떤 선곡을 했을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예상대로 역시나 이진아는 자기 줏대가 있는 뮤지션이었다. 과거 떨어지더라도 자기 음악하고 떨어지라는 유희열의 말을 듣고 눈물을 쏟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이진아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크리에이터다운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3,000명 생방송에도 위축됨이 없이 변함없이 자기 노래를 했다. 노래의 호불호를 떠나 이진아의 제스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노래 중간 건반을 지속적으로 쳐야하는 상황임에도 양손을 번갈아 가며 머리를 양쪽으로 쓸어 넘기는 동작은 여유가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어떠한 긴장감도 찾을 수 없었다. 미소까지 머금으며 무대를 즐겼다. 그리고 박진영이 기대했을 일말의 흑인 음악적 R&B 소울 없이 치어리더 송은 그렇게 마무리 됐다.

 

박진영의 15일 심사평은 8일 방송보다 더욱더 개인 취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음악적으로 깊이 있고 아주 독특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은 인디음악 쪽에 많다. 그런데 이진아양이 저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그런 가수들 사이에 없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소울 R&B 끈적거림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번과 이번 무대는 그것이(R&B 소울) 없다보니 그렇다면 제가 봤던 많은 인디음악들의 가수들에 비해 큰 차이를 못 느끼게 되는... (중략) 노래가 약점이 있으나 ()진아양 자체로만 보자면 노래가 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박진영은 최종적으로 스파클링 걸스를 선택했다.

 

이 심사평은 매우 거북하게 느껴졌다. 8일 방송 심사평의 연장선이었는데, 그때는 그렇게 강도가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15일 방송은 박진영 개인의 취향을 이진아가 노래에 담지 않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이진아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명시적인 심사기준이 드러났다. 이것은 마치 지난번에 딸기 우유 사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초코우유 사오자 떼를 쓰는 유치원생을 보는 것 같았다. 박진영 답지 않은 유치하고 옹졸한 심사평이었다.

 

이진아는 자신의 노래를 부를 권리가 있는 오디션 참가자다. 그런데 이것이 심사위원 개인의 취향을 담지 않은 노래를 했기 때문에 그 참가자를 배제하는 결정적 심사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노래에는 장르적 특징이 있기 마련이다. ‘겨울 부자치어리더 송R&B 소울을 입히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런데 박진영은 이진아가 R&B 소울을 느낄 수 없는 노래를 했다는 이유로 평가 절하했다. 이것은 이진아가 앞으로 박진영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박진영이 원하는 성격의 노래만 불러야 한다는 생각을 주입시킬 오해가 있는 심사였다.

 

내가 원하는 색깔의 노래만 불러야 극찬할 수 있다는 일말의 오만함도 섞여있었다. K팝스타는 박진영이 소유하는 개인 프로그램인가. K팝스타는 심사위원 개인의 취향대로 참가자가 색깔을 입혀 노래해야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나.

 

만약 박진영 말대로 다음 경연에서 이진아가 박진영이 원하는 R&B 소울을 담은 곡을 불렀다고 해보자. 만약 박진영을 의식해서 이진아가 어떤 노래를 만들어 경연에 임했다 가정해보자.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현실화되면 얼마나 블랙 코미디일까.

 

(사진: SBS)

 

이진아는 언제나 자작곡을 준비하는 참가자다. 그런데 특정 심사위원에게 좋은 심사평을 받기 위해 누군가를 의식하며 작곡을 한다면 이것은 개인의 창의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매우 좋지 않은 자기 검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창의성을 펼쳐야 할 K팝스타가 창의성을 죽이는 무대가 되는 것이다.

 

이날 박진영 심사평의 위험성은 이진아 뿐만 아니라 듣기에 따라 또 다른 오해의 소지를 담고 있다.

 

유희열과의 관계에서가 그렇다. 현재의 참가자들이 소속사가 최종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우승자가 최종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각 3사의 심사위원들이 홍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잠정적이긴 하지만 TOP8 참가자들은 모두 3사의 캐스팅을 통해 참가자들의 연습이 이루어졌다. 이진아는 유희열이 캐스팅한 안테나 뮤직 소속으로 연습을 해왔다. 자세한 과정은 확인할 수 없지만 캐스팅 이후 이진아가 그동안 준비한 무대는 유희열을 비롯하여, 안테나 소속 관계자들이 연습장소와 환경 등 일정 부분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이진아 뿐만 아니라 다른 소속사의 참가자들도 소속사와 참가자 사이로서 관계를 존중 받아야 할 점이다.

 

그런데 박진영은 유희열의 안테나 소속으로 연습한 이진아의 R&B 소울이 없는 선곡을 문제 삼았다. 심사 기준으로 작용했다. 이것은 자칫 유희열과 안테나의 심기를 크게 건드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 됐다.

 

유희열은 과거 이진아에게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라고 쓴 소리를 한 사람이다. 그런데 박진영은 나를 생각해서 R&B 소울의 끈적거림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8일 방송에서 손짓을 한 사람이다.

 

K팝스타가 야구의 FA시장과는 달리 이에 대한 원칙은 없지만, 박진영의 개인 취향 요구 심사평은 원 소속구단의 우선 협상 기간을 무시하고 마치 타 구단이 해당 선수에게 영향을 주는 사전 접촉 템퍼링(Tampering) 행위와 유사하게 비춰질 수도 있다. K팝스타 캐스팅 규칙에 무지해 이미 자신이 점찍었던 박윤하를 JYP에 빼앗긴 유희열이다.

 

그래서 박진영의 개인 취향을 기준으로 삼은 이진아 심사평에 대해 방송에서 드러나진 않았지만, 내가 유희열이었다면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참가자로서 경연에서 이 두 명에게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중간에서 힘들 사람은 이진아다. 이진아가 이런 식으로 흔들리는 광경이 과연 좋은 그림일까.

 

싱크탱커가 K팝스타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개인의 스토리와 성장을 담는 뛰어난 연출력도 한 부분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성 음악인들과는 다른 음악 신인들의 푸른 창의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아의 작곡만이 창의성이 아니다. 지유민처럼 훌륭한 랩을 통해, 지존(장미지·존추)처럼 뛰어난 연주와 화음을 통해, 릴리 M이나 케이티 김처럼 목소리와 무대 표현력을 통해 창의성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창의성은 어떠한 외부의 영향도 없이 화면을 통해 음악으로 발산될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음악 신인들의 창의성이 기성 음악인들의 잣대와 시선에 갇히게 되면 K팝스타만의 차별성은 찾기 힘들어질 것이다.

 

(사진: SBS)

 

사실 기성 가수들처럼 노래하지 마라”, “기존 음악들 따라하지 마라는 심사평을 가장 자주 했던 심사위원이 박진영이다. 신인들의 새로움을 요구하고 타성을 배격하는 좋은 평가표현과 채근이었다.

 

그런데 8·15일 박진영의 이진아 심사평은 밀당으로 연성화할 성질의 언어가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20여 년 전 데뷔했던 한 기성 가수의 오래된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은 음악 신인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전횡과 횡포라는 이름의 구태였다

 

개인의 취향은 얼마든지 시청자에게 강요해도 좋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은 오디션 참가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심사기준으로써 요구되어서는 안 된다. 음악 신인들의 창의성은 그때부터 죽는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