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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이본 vs 김예분, 자존심 대결이 알려준 명절 교훈

 

이본 vs 김예분 디스전의 교훈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의 진실]


"왜 결혼 안 해? 그런데 요즘 이런 말 명절 때 물어보는 거 아니라면서?"


이 발언...매우 기술적이다. 물어보는 것 아니라며 결국은 물어보셨다. 소설로 치면 변형된 액자식 구성, 스포츠로는 계산된 페이크였다. 을미면 설날 한 친척 어르신이 내게 던진 아주 고도의 기교파적 명절 질문이었다.


참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간의 심리는 이럴 때 매우 옹졸하고 치졸해진다. 그냥 웃어넘겼지만 이 질문을 던진 그 친척 어르신이 이후 그다지 어른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마디로 멋져 보이지 않았다. 나도 반항심에 '왜 새 결혼 안하세요?'를 (물론 마음속으로) 묻고 있었다.


만약 어르신이 내게 저런 유치한 기법으로 덕담을 빙자한 명절 악담을 던지지 않으셨다면 나도 저런 저열한 속마음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낸 유명한 속담이 떠올랐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내가 남에게 좋게 대해야 남도 나에게 좋게 대한다는, 초등학생도 알만한 아주 심플한 뜻으로서 한자로는 '거언미 래언미(去言美來言美)'로 쓰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속담의 종류는 태생적으로 수만 개다. 그런데 이 속담이 수만 개의 속담 가운데에서도 몇 백 년 세월의 풍파를 견뎌내고 걸그룹 EXID가 위아래를 노래하는 21세기에 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전파된 것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언어말이 사회말이라 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속담에 수많은 사람이 비슷한 상황속에서 공감하고 유사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내게 오는 말이 고우려면 일단 내가 남에게 하는 말이 먼저 고와야 함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최근에 이 속담의 교훈을 접목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방송인 이본과 김예분의 자존심 싸움이다.


시작은 이본이었다. 그녀는 지난달 28일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김예분에 대해 "솔직히 김예분씨는... (아휴) 저한테 명함도 카드로 못 내밀었죠. 아니 이건 사실이니까"라고 대답하고, 당시 인정할 만한 후배가 누구였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때 이 발언이 조금 위험하게 느껴졌다. 이본과 김예분 시대를 거쳐 온 나로서는 그 당시 이본의 인기와 지명도가 최소한 김예분 보다는 높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본의 말처럼 "김예분이 명함도 못내밀었다"가 분명히 아니었음도 기억한다.


아무튼 방송 이후 김예분은 이본 덕분에 잠시 화제의 이름으로 등장했고 또 조용해졌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곱지 않게 갔던 말은 여전히 질긴 생명력이 있었다. 이본에게는 불행하게도 김예분도 반론권을 방송에서 얻으면서 자존심 대결로 발전했다.


김예분은 일단 부드럽게 반박했다. 그녀는 지난 17일 방송된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당시 이본과 각각 음악 프로그램 MC도 하고 라디오도 했는데, 이본이 명함도 못 내민다는 표현을 해서 섭섭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명함도 못 내밀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회심의 무기인 의미심장한 '인사 에피소드'를 방송에서 공개하며 반격을 했다. 과거 김예분이 라디오 DJ를 하기 전에 게스트로 나갔을 때 이본에게 인사를 했는데 이본이 인사를 안 받아 줘 지금도 친분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이본과 일대일 상황에서 눈앞에서 인사를 했는데 이본이 안받아준 것이었다.


김예분이 공개한 일화만 놓고 보면, 적어도 이본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게 만든다. 방송 후배가 바로 코앞에서 선배에게 인사했는데 인사를 안받아줬다?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근본적으로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을 다시 남긴다. 이본의 김예분에게 가는 말이 곱지 않았기에 김예분 역시나 곱지 않은 에피소드를 방송으로 노출했고 결국 일정부분 이본의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


여기서 생각을 해보자. 이 김예분의 인사 에피소드가 대중들에게 공개됐을 때 손익계산서는 이본에게 마이너스다. 그러나 만약 이본이 방송에서 '명함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김예분은 방송 기회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또는 만약 이본이 김예분을 칭찬하거나 보고 싶은 후배라고 이야기했다면 김예분은 이 인사 에피소드를 공개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센스 있는 예능 프로그램 PD나 작가라면 이본에게 명함도 못내밀었다는 그 사람의 반대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예상은 명료하다. 상대편은 당연히 반대하면서 명함 내밀었다고 말할 것이고, 곁가지로 사람들이 기다리는 다른 이야기도 쏟아낼 것이다. 이쯤 되면 고운 말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가는 말이 곱지 않으면 결국 이런 일이 생긴다.


명함 발언 이전 이본은 무한도전 토토가에서 7초간 방송에 나가고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7초의 미러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어진 김예분에 대한 명함 발언이 끝나자 옆에 있던 방송 선배 가수 김건모는 이본에게 "너 7초의 미러클 그거 오래 못갈 것 같다. 사람이 교만하면 안돼"라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본은 이에 대해 상대를 인정하고 같이 띄우는 것은 '원래'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