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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그랑프리 후기, 장난으로 적중한 볼드킹즈 999

ThinkTanker 2015. 12. 14. 06:00

 

(사진 출처 및 권리= <창조의 재료탱크> By ThinkTanker)

 

[그랑프리 우승마 볼드킹즈에 대한 오판]

[그랑프리라고 반드시 강승부 할 이유는 없다]

 

와우~ 말이 어떻게 저렇게 멋질 수가 있지?”

 

예시장에서 싱크탱커과 친구는 이 말을 보고 동시에 놀랐다. 원래 예시장까지는 잘 가지 않는 편이다. 경마의 초고수들은 말 상태를 관찰한다고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말 상태 관찰에 대해 회의론을 갖고 있다. 말본다고 다 아는 것 아니다.

 

20년 넘게 말을 다뤄온 베테랑 조교사나 기수들도 말 상태만 보고 이 말이 결승선에 들어올 수 있다, 아니다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예시장에서 말을 관찰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적중을 척척 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경마의 척척박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마의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시장은 잘 가지 않는다. 경마 예상의 요소들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그런데 2015년 제34회 그랑프리는 무엇에 홀렸는지 예시장에서 출전마들을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때 눈에 강력하게 들어온 말이 볼드킹즈(울즐리 조교사, 임용근 마주)였다.

 

아마 이날 가까이에서 볼드킹즈를 직접 본 사람은 동감할 것이다. 이건 뭐 완전히 해외 유명 경마영화에나 나오는 멋진 말의 풍모 그 자체였다. 체구는 481kg으로 아주 크지 않았다.

 

그러나 말의 머리 상단부터 흘러나오는 짧게 재단한 털은 용맹함을 풍겼다. 하체도 튼실하고 생긴 것도 너무 잘 생겼다. 목 부분까지만 검은색으로 구분된 머리 부분에서는 맹수 같은 강인함도 전달됐다. 한 마디로 외모와 분위기, 기품 있는 아우라에서 다른 말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한국마사회)

 

6. 볼드킹즈 = 역시 고지정벌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최근 상승세는 돋보이나 그랑프리를 제압할 만한 선입력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상대가 강해졌다.

 

2015/12/12  - 2015 그랑프리 엿보기..트리플나인 우승할까

 

위 문장은 싱크탱커가 지난 토요일 2015 그랑프리 프리뷰를 다루며 볼드킹즈에 대한 느낌을 서술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볼드킹즈의 매력에 홀라당 넘어가 나는 이 문장을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볼드킹즈는 어떻게든 선택의 범위에 가져가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이날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양립할 수 없는 마토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경마에서 가장 좋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양립할 수 없는 마토. 이것은 간단하게 자신의 결단에 모순이 있는 마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인기 1위마를 믿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축마로 가면서, 다시 인기 1위마가 혹시나 빠질 것 같아 인기 1위마를 제외하는 마토를 동시에 사는 것이 양립할 수 없는 마토. 말 그대로 이것은 이도저도 아닌 불분명한 전략이다. 약승부면 모르겠지만 강승부는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2015 그랑프리의 인기 1위마 트리플나인이 그 원인이었다. 마지막까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분명히 예년의 압도적인 느낌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또 지우기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동일한 가치의 말들로 보고 3-4복조로 압축하기도 쉽지 않은 편성이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감하게 강승부를 포기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랑프리 적중한다고 환급 더 주는 것 아니다. 모든 경주는 환급의 등가성이 있다. 굳이 아닌 경주에 정력과 총알을 낭비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 정도로 혼전이었다. 초구 최저 배당이 8배가 넘었다. 어떤 말이 들어와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은 분위기를 전달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결국 우리는 100원 짜리 마토로 장난 약승부를 하기로 했다. 될 것 같은 말을 모두 집어넣어 다복조로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이 구매했다.

 

 

(사진 출처 및 권리= <창조의 재료탱크> By ThinkTanker)

 

출전마 16마리 가운데 무려 9마리를 싸잡아 구매하는 9복조였다. 100원씩 총 36, 3600원이 들었다. 누가 보면 이건 미친 짓이다. 한심하다고 할 수도 있다. 36방이 도대체 뭔가. 하지만 때론 경마는 상식을 크게 벗어난 일탈 방식이 승리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경마 승리자는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한다.

 

목표에 대한 인식도 뚜렷했다. 그랑프리지만 이 경주는 절대로 강승부를 할 경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설사 36배 이하의 마토 조합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고배당이 터질 수도 있다고 봤다.

 

게이트가 열렸다. 선택권에 집어넣은 감동의 바다는 마방의 전략과 달리 선입이 아니라 선행으로 레이스를 전개했다. 선행을 노렸다기보다는 빠른 말이 많지 않은 편성이다 보니 안쪽 게이트에서 특별히 밀지도 않았는데 자동 선행이 돼버렸다.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감동의 바다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가 됐다.

 

(사진 출처 및 권리= 한국마사회)

 

(우승으로 결승선에 들어온 뒤 환호하는 조성곤 기수(오른쪽), 사진 출처 및 권리= 한국마사회)

 

최종 결과는 역시나 그 멋지게 생긴 말 볼드킹즈가 조성곤 기수의 영민한 말몰이 속에 우승을 했다. 2착은 약하게 봤지만 복조 안에 집어넣은 금포스카이가 차지했다. 우려했던 트리플나인은 결국 4착에 머물며 무너졌다. 동시에 대통령배 우승마의 그랑프리 우승 공식도 3년 만에 깨졌다.

 

추입마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감동의 바다를 곱게 따라간 2선의 선입마들이 나란히 입상했다. 서울말들은 올해도 부경마들에게 참패했다. 김효섭 마방의 클린업 시리즈 두 말 클린업조이, 클린업천하가 각각 3, 5착에 그쳤다.

 

배당은 999(100배 이상 고배당)가 터졌다. 복승 144.3배가 나왔고 아무튼 우리는 적중했다. 3600원을 구매하고 세금 공제 뒤 12,000여원을 환급했으니 4배 장사는 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에 우리는 헛웃음을 지으며 만족하지도, 또 실망하지도 않는 묘한 상태가 됐다. 작가 김승옥이 말한 것 처럼 "한 눈으로는 웃고, 한 눈으로는 우는" 그런 남자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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