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및 권리: SBS, KBS, MBC, Edit By ThinkTanker)
[이진아의 New Music ‘무인도’는 왜 새롭게 들렸을까]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된 그녀의 멜로디가 반가웠다.
29일 방송된 드라마 '프로듀사'에 이진아의 음악이 들렸다.
OST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곡을 단순하게 삽입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누군가의 ‘음악’과 ‘소리’를 기다린다는 것은 이런 기분이었다.
이진아는 정훈희의 ‘무인도’를 불렀다.
리메이크곡 이었음에도 이진아의 자작곡처럼 느껴진 이유는 곡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었기 때문이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작곡가 이봉조의 원곡 ‘무인도’는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심상을 코드로 삼았다. 가사처럼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고독을 웅장하게 노래한다.
종래 ‘무인도’를 리메이크한 많은 가수들과 편곡자들이 그렇게 들려줬다. 잔잔하다가 클라이맥스를 맞아 원곡보다 더욱 크게 파도가 일렁이며 장엄하게 표현했다.
원곡 가수 정훈희를 비롯하여, 과거 <불후의 명곡>에 나왔던 ‘다비치’ 이해리, 현미를 눈물 흘리게 했던 알리, <나는 가수다>의 박정현도 무인도를 유사한 분위기로 불렀다. 알리는 당시 방송에서 “무인도에 뿜어져 나오는 파도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이진아는 달랐다. 웅장함은 일체 없었다. 뿜어져 나오는 파도가 아닌 살랑살랑 움직이는 파도였다. 또 한 번 자신의 곡 ‘겨울부자’나 ‘치어리더 송’에 입혀졌던 유럽영화음악 OST 이미지와 흡사한 잔잔한 하늘색 멜로디로 변형시켰다. 특유의 피아노 멜로디에 약간의 속도를 입혀 무인도를 부드럽게 끌고 갔다. 역시 상식을 거부하는 크리에이터였으며, 드라마 음악에도 잘 녹아들 수 있는 ‘멀티 아티스트’였다.
어쩌면 진정한 무인도의 모습은 이진아의 무인도인지도 모른다. 무인도에 혼자 표류하는 사람은 영화 <캐스트어웨이>에 등장하는 주인공 톰 행크스 처럼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고독을 웅장하게 노래하기는 힘들다. 혼자 있는 섬에서 때로는 이진아의 이번 음악처럼 부드럽고 자조적인 멜로디를 되뇔 수 있는 것이다.
이진아의 색깔은 변함없었다. 곡의 도입부에는 자신의 곡 ‘냠냠냠’과 ‘마음대로’에 흘렀던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듯 한 유사한 멜로디가 귀를 자극한다. 박진영으로부터 ‘흑인 바흐’라는 찬사를 받았던 바로 그 분위기다. 그래서 이번 뮤직 콜라주는 이진아의 ‘무인도’에 ‘냠냠냠’에 수록됐던 멜로디를 곡의 연결을 위해 아주 살짝 집어넣었다.
리메이크를 위한 그녀의 선곡과 안목은 언제나 놀랍다. 시간을 늘 초월한다. 이진아는 1991년생이다. 지난 K팝스타에서 선보인 산울림이 1982년 발표한 노래 ‘회상’도 그랬지만, 이봉조의 ‘무인도’는 회상보다 훨씬 이전 시기인 1975년 정훈희가 처음 불렀다. 자신이 태어나기 16년 전의 매우 오래된 40년 전 노래를 현대 멜로디로 탈바꿈 시킨다. 좋은 멜로디를 관찰하고 대하는 그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봉조의 ‘무인도’는 그만큼 명곡이다. 부인이었던 현미도 처음으로 욕심을 냈던 곡이라 밝힌 적이 있다. 이봉조는 보통 가수를 먼저 선택하고 그 가수에 맞춰 곡을 만들었다. ‘무인도’는 영화사에서 처음에 김추자에게 주기로 했고 다시 곡은 정훈희에게 갔다.
이번 이진아의 ‘무인도’ 뮤직 콜라주는 순서와 구성을 곡의 완성도를 위해 바꿨다. 드라마속 이진아의 무인도는 대략 1분 45초간 흘렀는데 하나의 곡이 전체로 삽입되지는 않았고, 정식 발매된 곡이 아니라 드라마 속 배우들의 음성이 섞여있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이진아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노래의 부분은 원곡 가수 정훈희와 대표 여성보컬 박정현 버전의 ‘무인도’를 피처링으로 참여시켜 3분 27초로 늘려서 편집했다. 곡의 마지막은 하이라이트 파트 박정현과 정훈희의 합성 목소리로 마무리하여 웅장함의 무인도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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