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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찰스 바클리의 파울과 게임 엔진의 섬뜩함

 

(사진: NBA 게임 캡쳐, Edit By <창조의 재료탱크>, ThinkTanker /

찰스 바클리는 마이클 조던의 네임밸류에 가장 근접했던 사나이다.)

 

 

[NBA2K15의 놀라운 현실성은 어디까지인가]

   

코트의 악동찰스 바클리는 90년대 중반 한때 마이클 조던과 더불어 ‘NBA 2대 슈퍼스타로 불렸다.

 

원래 ‘2대 슈퍼스타라는 말은 어색한 표현이다. 황제는 1명이다. 슈퍼스타면 슈퍼스타 1명이지, 2대 슈퍼스타는 또 무언인가. 이런 말을 미디어가 만들어낼 만큼 바클리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컸다. 우승은 못하고 은퇴했지만 여전히 그가 코트에서 남긴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돼있다.

 

뛰어난 농구 실력 외에도 그는 샤킬 오닐 등 선수들과의 난투극이나, 매우 거친 파울을 많이 했던 선수라는 기억을 남겼다. 의도가 다분한 플래그런트 파울(Flagrant Foul)로 퇴장도 당하고 벌금도 자주 물었다.

 

어쩌면 거친 파울은 바클리의 생존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장신이 즐비한 NBA에서도 키가 2m가 안 되는 인사이드 플레이어였다. 심지어 슈팅가드 마이클 조던과 198cm로 프로필 신장이 똑같다. (더 작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바클리는 이 작은 키로 1986-87시즌 리바운드 왕에 올랐다. 역대 최단신 기록이며, 동시에 이 기록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NBA의 미스터리다.

 

바클리의 거친 파울은 자신이 누군가를 견제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지만, 방어 전략이기도 했다. 스스로도 많은 선수들에게 견제를 당했고 맞서야 했다.

 

아래의 영상은 이런 바클리가 어떤 선수였는지 하나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샤킬 오닐에게 분노의 주먹질을 하는 찰스 바클리)

 

그런데 이 플래그런트 파울에는 보통 고의성이 섞여있다. 투수가 타자를 맞히기 위해 던지는 야구의 빈볼(벤치의 지시가 없다는 가정 하에)과 심리적 메커니즘이 유사하다.

 

농구에서 플래그런트 파울은 대부분 상대방 선수를 향해 불필요하거나 과도하게 신체접촉을 해 경기를 방해하기 위해 그렇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거친 파울을 하기 전에 상대에게 굴욕적인 심리적 상태를 겪은 것을 복수하거나, 먼저 해를 가하기 위한 인간의 심리가 작용돼야 한다. 현실에서만 가능한 인간 정신에 관계된 문제다.

 

이런 스포츠의 심리 게임을 가상현실 속에서 나는 경험했다.

 

해마다 현실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NBA2K15가 그랬다. 아래의 영상을 게임에서 겪고 나는 놀랐다.

 

내가 자주 플레이하는 방식이 영상처럼 센터의 일대일 게임이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안드레 드루먼드처럼 빅맨이 아이솔레이션을 하고 드리블 개인기를 부리면 의외로 성공 확률도 높고 재미있는 장면이 나주 나와서 선호하는 플레이 유형이다.

 

 

실제로 성공했다. 애틀랜타 호크스의 센터 알 호포드에게 굴욕을 안겼다. 스핀 드리블을 활용해 CPU 호포드를 넘어뜨리고 파워 덩크를 작렬했다.

 

이후 마침 또 공격 기회를 잡았다. 연속으로 같은 선수, 같은 기술을 시연했고 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호포드는 바클리가 영상 속 하킴 올라주원에게 플래그런트 파울을 하듯이 유사하게 나의 드루먼드를 거칠게 밀어냈다. 드루먼드는 코트에 쓰러졌고 허리를 붙잡고 매우 아파하는 장면이 게임 속 영상에서 일어났다. 완전히 몰입됐다. 드루먼드가 쓰러진 것처럼 나도 쓰러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플래그런트 파울 장면 때문이 아니다. 이 미묘한 플레이가 나온 과정에 담긴 인간의 심리가 가상현실 안에서 유사하게 작동됐기 때문이다.

 

드루먼드가 호포드에게 플래그런트 파울을 당한 것에는 맥락이 있었다. 그냥 당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드루먼드가 호포드에게 거친 파울을 당했다면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굴욕의 덩크가 나와 CPU에게 뭔가 심리적 굴욕을 안겼고, 이에 CPU는 거친 파울로 대항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게임 물리 엔진을 생각해냈을까.

 

게임의 발전은 이처럼 놀랍다. 이 게임 엔진에는 인간의 심리가 녹아있다. 그 심리를 게임 속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이식했다.

 

문득 예전에 했던 농구게임들을 떠올렸다. 추억의 오락실 게임 런 앤 건 (Run & Gun)’부터, 공중에서 10미터 이상 솟구쳐 덩크를 찍었던 NBA JAM, 타이론 먹시 보그스가 샤킬 오닐을 쉽게 튕켜버렸던 초기의 NBA LIVE 시리즈까지...그때의 농구 게임들은 참 단순했다. 패스하고 슈팅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크린을 걸어주는 선수를 뛰어가게 할지, 빠지게 할지도 구분해서 생각하는 수준까지 왔다.

 

여기에 이런 심리 게임도 추가됐다.

 

그래서 무척 놀라웠지만...

 

동시에 컴퓨터의 게임 엔진이 나의 머릿속을 쳐다보는 것 같아 약간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더 발전할 것이다. 게임이 현실이고 현실이 게임인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