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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김기태 감독 드러눕기 항의, 웃다가 짠해진 이유

 

(사진 출처 및 권리: SKY SPORTS, KBO)

 

 

[프로야구 기사 댓글의 놀라운 창의성]

[권위를 내려놓고 승부에 최선을 다하는 어느 야구감독]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다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특히 프로야구 기사가 그렇다.

 

특정 기사에 베스트 댓글로 올라온 내용들을 보면, 엄청난 폭소를 일으키기도 하고, 생각하기 힘든 기발한 시각을 펼친 경우도 있다. 정말로 댓글학원이 있나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주변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국민거품 박병호, 일명 국거박으로 알려진 네티즌이다. 이 네티즌의 존재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너무나 유명하다. 이젠 넥센 히어로즈의 강타자 박병호의 귀에까지 들릴 정도다.

 

그만큼 야구 기사의 댓글은 볼게 많다. 싱크탱커도 자주 참고한다. 댓글의 위상이 아무리 가볍다고 폄하해도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창조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일단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 재미를 일으키는 댓글의 포인트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15일에도 나는 엄청 웃었다.

 

시작은 기아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었다. 그는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LG트윈스의 7회말 무사 1루 양석환 타석때 1루 대주자 문선재가 2루 주루 중 세이프 판정을 받자 주자가 3피트 라인을 벗어났다며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희귀한 장면이었다.

 

오랜 기간 야구를 보아왔지만 이런 앵글은 처음이었다. 아마 MLB.com이나 유튜브에 소개되면 해외토픽으로 엄청난 조회수가 가능할 수도 있다. 과거 2005년 LG투수 박명환의 모자 속에서 튀어나온 양배추 사건도 그랬었다.

 

그런데 김기태 감독을 보고 웃다가 약간은 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야구 감독은 얼마나 힘든 직업인가. 남자로 태어나 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누가 말했나. 승리를 위해, 또 아웃카운트 하나를 위해 이렇게 자신의 몸을 직접 그라운드에 희생까지 해야 하는 극한 직업이 프로야구 감독이다.

 

하지만 웃다가, 짠하다가... 다시 웃었다.

 

이 김기태 감독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 원인이었다.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정말로 존경하고 싶다! 쓸데없는 말이 필요 없다. 키보드로 그림을 그렸다. 김기태 감독이 드러누운 장면이 어떻다 뭐다 설명은 전혀 없다. 딱 이 그림 하나로 모든 의미를 압축했다. 이 그림을 보고 웃음이 터지는데 정확히 0.1초 걸린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네티즌들은 이 창조적 댓글에 또 다른 댓글로 찬란한 창의적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아래의 그림과 같다.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 이제는 누운 방향까지 정확하게 잡아준 네티즌도 있다. 두산 베어스의 203cm 장신 투수 더스핀 니퍼트의 키를 이용해 길이를 늘인 응용 그림도 있다. 심지어 모자가 빠져서 모자를 추가한 사람도 있다. 이것이야 말로 살아있는 디테일이다.

 

마지막 압권은 아래의 마지막 그림이었다.

 

 

...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드렸다고 했다. 이쯤 되면 상황 종료다.

 

졌다! 졌어~

 

어느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은 분명히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감각이 넘치는 크리에이터일 것이다.

 

(사진 출처 및 권리: SKY SPORTS, KBO)

 

그런데 싱크탱커는 웃다가..짠하다가..웃다가...다시 최종적으로는 짠해졌다.

 

김기태 감독은 이 드러눕기 항의 이후 퇴장을 당했다. 과연 이 모습을 지켜본 기아 선수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코믹한 상황에 많은이들이 웃었지만 절대로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은 기아 선수들이었을 것이다

 

야구 선수로서 정상적인 승부근성이 있다면 감독의 이 모습에 절대 웃을 수 없다. 어쩌면 이날 김기태 감독이 보여준 초유의 항의 장면은 그들이 왜 승리해야 하는지 하나의 이유를 말해주었을 지도 모른다.

 

감독이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차가운 그라운드에 등을 맡기는 장면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모자를 줄자 삼아 너무나 열심히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목소리를 내는 감독이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팀 케미스트리를 위해 이렇게 감독이 몸을 던져 희생하는 팀은 잘 될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섣부른 예상이지만 기아라는 팀이 하나가 되는데 큰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김기태 감독의 이날 드러눕기 항의는 선수단에 미칠 영향 뿐만 아니라 야구를 보는 내게도 하나의 울림이 됐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