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 그거 뚱뚱녀들만 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요즘에는 날씬한 여자들도 많이 해.”
나의 물음에 그녀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아는 지인 가운데 미녀다. 얼굴도 예쁘지만 몸매 역시 여자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날씬하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뱃살도 없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배에 살짝 있는 살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배에 있는 아주 약간의 살을 없애기 위해 지방흡입을 받는다고 했다.
그녀는 유달리 자신의 외모와 미에 약간의 강박 관념이 있는 것 같았다. 아는 친구 한 명이라도 자신보다 예뻐지는 것을 참기 힘들어한다. 알고 보니, 역시나 그녀의 친구 가운데 누군가가 성형외과에 가서 시술을 받았는데 몰라보게 예뻐졌다는 것이 그녀의 지방흡입을 부추긴 결과가 됐다.
“배, 그거 누가 본다고 지방흡입까지 해?”
“여자는 달라. 누가 안 봐도 예뻐지고 싶은 ‘자기만족’이야. 여름에 비키니나 탱크탑을 자신 있게 입고 싶은 자신감!”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문득 <여자의 자기만족>이라는 말에 “여자는 빗과 거울만 있어도 감옥에서도 평생 행복할 수 있는 존재이다”라는 서양 속담이 떠올랐다. 이 속담은 여성의 특성을 과장한 것이지만, 오랜 세월 여러 문학작품에 인용될 정도로 설득력을 얻어온 역사 깊은 문장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남자는 과연 빗과 거울만 있어도 행복한 남자가 될 수 있을까. 이 문장을 보자마자 남자로서 알 수 없는 닭살이 돋아난다.
그러나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다. 현대시대에 외모의 자신감은 남녀를 불문한다. 설사, 남자가 그 빗과 거울로 얼굴을 포장할 수는 없을 지라도, 황금 빗과 다이아몬드 거울을 소장한 남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빗과 거울로 얼굴이 아니라 자신의 전체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 있는 남자로 완벽한 변신이 가능하다.
실제로 변화무쌍하게 변신했던 남자의 신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다.
(사진: mrpsmythopedia.wikispaces.com (오른쪽), & Gionna Addis)
프로테우스(Proteus)다. 프로테우스는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바다의 신이다. 메넬라오스는 트로이에서 돌아오는 항해 도중에 이집트의 파로스섬에서 프로테우스로부터 미래의 예언을 듣기 위해 그를 체포한다. 그러나 프로테우스는 사자·뱀·표범·늑대·물·나무 등으로 변신하여 도망을 시도한다.
갑자기 변신의 신 프로테우스를 외모의 자신감과 연결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이 부분을 연구한 학자들이 <프로테우스 효과(The Proteus Effect)>라는 용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프로테우스 효과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행동과학자들은 가상현실의 아바타를 통해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실험했고, 매력적인 아바타를 배정받은 사람들은 평범한 아바타를 배정받은 사람들보다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훨씬 가깝게 유지했다.
(N. Yee and J. Bailenson, “The Proteus Effect” : The Effect of Transformed Self-Representation on Behavior”, Human Communication Research 33(2007:) 271-90)
매력적인 아바타를 배정받은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도 자신의 실제 매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상관없이 그에 어울리는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연구결과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아바타는 자신의 실제 모습이 아니다. 가상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 가상의 모습에 따라 자신감의 척도가 좌우되는 것이 인간이다. 하물며 실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인간의 자신감은 어떠할까. 아바타를 연구한 학자들의 결과에 따르면 스스로의 외모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도 자신감이 있다고 느껴 인간 친화적이 됐다. 사회생활에서도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은 일도 잘하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이해하기로 했다. 뱃살 없는 여자가 그 약간의 뱃살을 빼기위해 윗몸일으키기가 아니라 지방흡입을 선택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로 했다.
약간은 코믹한 면도 있는 그녀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난 예뻐져서 1등 할거야!”
미녀의 욕망은 이렇게 끝이 없다.
그런데 만약 어떤 미녀가 사자·뱀·표범·물·나무로 변한 프로테우스처럼 오늘은 김태희, 내일은 송혜교, 한예슬, 이태임 등으로 모습을 변신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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