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경기를 보면서 감독의 얼굴이 그렇게 많이 화면에 잡힌 것은 처음 봤다.
MBC 스포츠 플러스 PD는 이날 경기의 주연배우를 일찌감치 결정한 듯 보였다.
‘산소 같은 남자’ 이상민(42) 감독이 ‘탄소 같은 남자’가 돼버렸다.
그가 이끄는 서울 삼성이 23일 인천 전자랜드 전에서 한국프로농구 역사상 최다점수 차인
54점차 대패를 당했다.
탄소는 그을음, 숯, 석탄 등 검정색 알갱이로 산출된다고 한다.
이날은 그의 가슴속에서 수천 개의 시커먼 그을음이 피어올랐을 것이다.
폴 에크먼의 저서 <텔링 라이즈(Telling Lies)>에 따르면 인간은 43개의 얼굴근육을 통해
그 근육들을 조합하여 1만 가지 다른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
이상민 감독의 얼굴을 관찰했다. 그래도 깨끗한 마스크의 소유자이지만
‘당혹’→ ‘실망’→ ‘억누른 분노’→ ‘체념’으로 이어진 비극의 4단 변화는 감출 수 없었다.
농구경기를 하고 시즌을 진행하다보면 대패할 수도 있다. 우리 팀의 이지 샷은 안 들어가고
상대팀의 터프 샷은 들어간다. 수비는 실종되고 공격은 마비된다. 그런 날이 있다.
그래도 사진처럼 같은 패턴의 픽앤롤에 여러 차례 허수아비 수비벽에
자동문 수비가 되는 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NBA의 명장 그렉 포포비치도 감독 첫 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으며 승률은 2할대였다.
이상민은 여전히 필자에게 산소같은 남자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필리핀 전에서 인공호흡기를 떼버리기 직전의 한국농구를 구한
결정적인 한 호흡의 산소 같았던 버저비터 역전 3점슛...
그때의 이상민이 없었다면 결승전 한국농구 최고의 명승부는 없었다.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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