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대한항공의 이상한 해명...균형을 잃은 바비킴 사태

 

 

(사진: 바비킴 홈페이지)

 

바비킴...

 

그다지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다. 목소리도 선호하는 음색은 아니다.

 

그런데 싱크탱커에게는 극명하게 남아있는 그의 인터뷰 장면이 하나있다.

바비킴은 20119MBC <나는 가수다> 1차대회에서 1위를 기록하고 이렇게 말했다.

 

태어나서 1위는 처음이다. 이런 이상한 목소리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

그는 자신의 우상이자 트럼펫 연주자 출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발언에서 중요한 것은 눈시울을 붉힌게 아니라 바비킴이 자신의 목소리를 이상한 목소리

규정한 것이다. 가수에게 목소리는 생명이다. 가수의 자부심은 목소리에서 나온다.

그런데 가수의 목소리가 이상하다? 그것도 가수 스스로가 자신의 목소리를 이상하다고 표현했다.

이것은 사실상 자기학대나 다름없었다.

 

사실 그랬다. 그 당시 <나는 가수다>나는 성대다내지는 고음평가단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큰 성량으로 내지르는 가수가 유리한 점수를 받는 분위기였다. 예능프로그램임에도 탈락에 대한

부담도 매우 컸다. ‘이상한 목소리를 위한 무대는 좁아보였다.

 

호주 공연 때는 마이크 사고가 나서 같은 노래를 두 번 부르기도 했다. 바비킴은 당시 2위를 차지하고도

미안하다. 노래를 두 번이나 불러 청중평가단의 마음이 약해져 점수를 더 준 것 같다며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 문제로 다른 가수들에게 피해가 갈까 지나치게 의식하고

자신감 없이 소극적이었다.

 

 

그렇게 바비킴은 경쟁력이 없어보였다. 금방 탈락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생명력이 길었다. 위태롭게 탈락을 면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

일정 부분 크리에이터라 할 만한 훌륭한 무대를 보여줬다. 댄서가 아님에도 정체불명의

댄스를 선보이며 노력하는 모습이 청중들을 움직였다. 넘버원은 아니었지만 온리원이었다.

결국 그는 명예졸업 직전 주까지 무려 5개월을 버티며 성공적으로 나가수를 떠났다.

 

그때 그를 조금 다시 봤다. 사람을 선입관으로 바라보아선 안 된다는 것을,

대중의 마음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오랜 무명을 겪었다. 바로 그 이상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느끼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리가 아니다라는 냉소적인 평가로 음반을 낼 때마다 실패했다.

닥터 레게가 해체된 이후에는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공항장애를 일으킨 모양이다.

기내에서 술 취해서 난동을 부리고, 승무원을 성추행했다는 말이 나온다.

 

음주 기내 난동, 성추행 이 두 가지는 대중들에게 가장 좋지 않게 들리는 이미지의 단어들이다.

어떤 미사여구로도 회복하기 힘든 올블랙의 이미지다.

비난의 추가 확 기울었다. 바비킴도 사과했다. 바비킴의 행위는 당연히 잘못됐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나온 보도들을 보다 조금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이지점에서 싱크탱커는 3년 전 그가 나가수에서 보여준 반전 이미지가 오버랩 됐다.

그의 예전 장면들을 초반부에 기록한 것은 바비킴의 행위를 감싸거나 미화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때 내가 느꼈던 선입관으로 다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를 경계하기 위해서다.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한항공의 잘못이 바비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대로 논의의 저울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쏟아지는 기사의 제목들을 보면 모두 주어가

바비킴이다. 대한항공을 주어로 한 기사는 몇 개 보이지 않는다.

 

언론보도를 통해 행간의 의미를 짚어보자.

이 행간의 의미는 기사가 정확하게 대한항공의 목소리를 인용했음을 전제한다.

 

<1>대한항공 측이 발권에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OSEN)

 

[실수라는 단어를 썼다. 대한항공은 단어 선정부터 의미를 축소화 한다. 항공사가 좌석의 등급을

잘못 판단해 발권을 잘못한 것이 '실수'라는 미지근한 단어로 넘어갈 문제일까.

이코노미와 비즈니스는 엄청난 차이다. 만약 바비킴이 아닌 국제적인 VIP가 똑같은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VIP를 이코노미석에 태우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실수가 아닌 중대한 과실이다. 만약 자국으로 돌아가 VIP가 문제 삼는다면 항공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됨은 물론, 토픽으로 다루어질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항공사의 발권착오가 종종 

있는 이라고 넘기기에는 이 사태의 중요도와 특수성에 어울리지 않는 물타기다.]

 

<2>대한항공 측 관계자는 9일 오후 OSEN발권 과정에서 처음에 직원의 실수로 일반석을

티켓팅 했다. 바비킴 씨가 처음에 문제없이 받아 갔지만 이후 바꾸러 왔다.

 

[문제없이 받아가 놓고 이제 와서 왜 이래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러나 문제 없이 받아 갔지만 다시 바꾸러왔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마일리지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숫자를 잘못 확인해 마일리지가 모자란 것으로

보고 비즈니스석으로 변경할 수가 없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뭔가 우리는 정당한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의미를 풍긴다. 적법 절차를 통보했다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나 잘못됐다. 숫자를 잘못 확인한 항공사의 부적절한 절차를 적법절차로 포장해

고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4>이어, “바비킴 씨가 원래 비즈니스 자리를 예약을 했는데, 발권을 하지 않은 상태로 공항에

왔다. 지불이 안 된 상태에서도 예약은 할 수 있지만 필요한 경비를 모두 지불해야 발권이

되는 것이라며, 공항에서 새로 발권을 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용만으로는 뭔가 그럴싸해 보인다. 쉽게 말해 돈 안줘서 표 안줬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직원의 실수가 있다고 슬쩍 끼워 넣는다.]

 

 

 

<5>대한항공 측은 또, “다시 발권을 해주려고 했지만, 바비킴 씨가 출발 지연이 우려돼 변경을

원하지 않았다. 상황을 알고 동의한 상태에서 돌아간 것이라며,

 

[돈 안줘서 표 안줬다는 말은 자가당착이다. 다시 발권이 가능한 상황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비킴이 출발 지연이 우려돼 변경을 원하지 않았다는 매우 교묘한 발언이다.

 

상황을 보자. 지금 출발이 지연이 되는 상황이다. 비행기를 놓치는 긴박한 시점이다.

그런데 고객의 출발 지연을 우려할 주체의 1순위는 항공사가 되어야 서비스 정신을 갖춘

정상적인 항공사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급박한 상황에서 누가 발권을 제대로 할 수 있나.

정말 바비킴이 변경을 원하지 않았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후속보도에서 바비킴은 변경을 원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상황을 알고 동의한 상태에서 바비킴이 돌아갔다는 표현도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다.

바비킴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이 부분은 정확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만약 사실과 다르다면 대한항공은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전지전능한 초능력자다.

 

<6>“기내 안에서는 비즈니스 좌석이 있다고 해서 옮겨 앉을 수는 없다. 일반석으로 수속을

받았기 때문에 기내에서 바로 변경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일간스포츠의 보도를 보면 제3자가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바비킴의 앞에 앉아있던 승객은 수속 후 들어온 바비킴말고 다른 한 여자 승객도 이날 좌석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그 여성은 이코노미석에서 비지니스석으로 옮겨갔다. 그걸 본 바비킴이 더욱

항의했으나 바뀌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3자의 목격담이 정확하다면 대한항공은 바비킴을 기만한 것이다.

고객이 차별감을 느끼도록 한 것이 된다. 왜냐고? <7>번으로 이어진다.]

 

 

 

<7>대한항공이 추가적인 해명을 했다.(일간스포츠)

이어 다른 승객의 좌석 업그레이드에 대해 "같은 등급 좌석에도 가격이 다르다. 해당 여성은

가장 비싼 이코노미석이었고 업그레이드석 대기자 명단 1순위였다""기내 비지니스석이 남아

자리를 옮겼다. 이륙 전에는 좌석 변경이 가능하고 이륙 후에는 옮길 수 없다"고 했다.

관계자는 "바비킴은 탑승 전 이코노미석에 앉기로 했다. 이후 여성 승객의 이코노미석에 앉혔다"

덧붙였다.

 

[매우 정밀하게 보아야 하는 문제다. 우선 순위의 문제다. 대한항공의 논리는 해당 여성이

가장 비싼 이코노미석이었기 때문에 바비킴보다 업그레이드 1순위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여성이

과연 처음부터 바비킴처럼 비즈니스석을 예약했을까. 만약 그렇다면 대한항공의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매우 불행하게도 대한항공이 스스로 꺼내든 '가장 비싼 이코노미석'이라는 단어는

처음부터 해당 여성이 이코노미석을 예약했지, 최초부터 바비킴처럼 비지니스석을 예약한 것은

아니라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즉, 해당 여성이 최초에 이코노미석으로 예약했다가 다시 탑승 전 마음이 바뀌어 비즈니스석으로

바꾸기로 했다면, 그래서 이것을 바꾸어주었다면 대한항공은 바비킴과의 형평성에 있어서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발권이 잘못된 이코노미석을 최초의 비즈니스석으로 정상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원래 이코노미석을 현장에서 비즈니스석으로 바꾼 것보다 순위가 밀린 것이기 때문이다. 

  

바비킴이 최초에 문제없이 발권되어 비즈니스석에 앉았다면 해당 여성은 그냥 이코노미석에

앉아야 정상적인 상황(극단적으로 비지니스석에 남은 자리가 딱 한자리였다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륙전과 이륙후의 문제? 이륙전에 바비킴은 분명히 교체를 원했다고 항변중이다.

 

더욱 넌센스인 것은 그 해당 여성의 이코노미석에 바비킴을 앉힌 것이다. 이는 비지니스석에

앉을 손님을 이코노미로 보내고 (이해를 구하지도 않고서) 반대로 이코노미석 승객을

비지니스석으로 보낸 것과 무슨 차이인가.]

 

이런 민감한 상황을 대한항공은 바비킴이 납득할 정도로 고지했을까.

당신이 바비킴 같은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그냥 조용하게 잠을 자야 하나. 하지만 권리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서 그냥 조용히 있는 사람은 누가 봐도 바보다.

기내 음주 난동을 부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바비킴이 처한 장면은 분명 타인의 잘못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명확하게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응 수위가 너무 높았기에 바비킴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한항공도 논의의 저울위에 동등하게 올려놓아야 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제3자가 볼 때 양비론(兩非論)적 색채로 바라보아야 한다.

 

 

바비킴은 과거 언론을 통해 차별에 대해 아픈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한 적이 있다.

어린 시절 넉넉지 못한 교포 가정에서 각종 인종차별을 겪으며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공포감을 겪었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는 또 비행기 안에서 차별을 겪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대한항공이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잘못이 있다면 실수의 인정 차원으로 묻어갈 것이

아니라 후속 사과조치가 있어야 한다. 바비킴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한항공은 아직도 지난해 희대의 코미디로 평가받는 '땅콩회항'으로

'대한땅콩'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많은 경영학자들이 무너지는 기업의 특징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땅콩이라는 조그마한 알갱이 하나가 거대 기업의 수장이 국민앞에 고개를 숙이는 일로

커졌다. 발권문제를 실수였다고 가볍게 넘어가는 모습에서 현재 이 기업의 마인드와 서비스 정신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느끼게 한다. 가히 'Excellence in Flight'를 기업 테마로 내걸만하다.

  

대한항공은 바비킴 사태를 되돌아가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되돌아가는 것을 잘하는 항공사이기에 기대가 크다.

 

By ThinkTanker (creationthinktank.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