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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백화점 모녀의 진짜 문제...'을'은 무릎을 꿇어야 하는 사회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쳐)

 

[한 그룹이 '갑'으로만 구성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쥐의 계급실험]

 

깜짝 놀랐다.

 

아무리 다양성의 시대라 하지만 정말 독특한 논리로 무장한 비상한 두뇌였다.

 

<에디톨로지>에 표현된 김정운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생각의 속도가 날아다녔다.

범인은 ABCD로 순차로 이동하지만 천재는 A에서 D로 또는 D가 갑자기 생각나기도 한다고 했다.

솔직히 일순간 천재의 마인드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들의 생각을 뒷받침 하는 논리가 매우

위험해보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방영된 주차요원을 무릎꿇린 백화점 모녀가 그랬다.

 

그들의 목소리가 이유 없지는 않았다.

백화점 VIP라면 백화점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VIP의 대접을 받는 것이 맞다. 여기까진 맞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람(Very Important Person)의 지위를 부당하게 침해받았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진에 찍힌 장면을 다시 보니 아니었다. 모녀의 사고방식이 천재의 창조적 방식과

유사하긴 했다. 이 블로그는 크리에이티브 마인드를 지향한다. 창조는 편집인 시대다.

그러나 창조는 편집증이 되어선 안 된다. 그것은 창조의 짝퉁 버전이다.

 

원시적으로 잘못된 주차 위치의 문제

 

사진을 다시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건의 본질은 주차요원의 쉐도우복싱으로 인한 오해가 아니다.

 

 

주차요원 말고 주차된 위치를 보라.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차는 B5구역이 쓰인 기둥 옆에 있다.

정상적으로 차를 주차하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된 목격자는 어머니의 차가 주차 라인에 맞추지

않고 중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다른 차의 주차공간을 줄이면서 통로를

지나가는 차들에게도 방해가 될 수 있는 위치다. 경험들 있을 것이다. 백화점 주차장에 이런 사람들

꼭 있다. 주차를 잘못하거나 아니면 장시간 대기한다. 이런 차 한 대 때문에 주차 공간이 연쇄적으로

줄어들거나 차를 뺄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욱 넌센스인 것은 옆에 주차할 수 있는 빈자리가 사진 속에 보인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무작정 대기하며 권리를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이 원시적으로 잘못된 이유다.

주차 요원은 이점을 지적했다. “차를 빼 달라는 정상적인 통보다. 자신의 직업에 맞는 적확한 고지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딸을 기다리기 위해 어머니가 잠깐 대기하는 것인데 문제가 안 된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그들에게 '잠깐'이 주차하려는 누군가에게는 매우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그들의 주차 위치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차에서 대기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백화점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와야 갈 것 아니야

 

다른 사람의 불편이나 입장은 전혀 안중에 없다. 그냥 단순하다. ‘나는 차를 움직일 수 없다.

내가 기다리는 딸이 와야 가는 것이니까. 그런데 왜 내차를 빼야하는데.’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세계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이 하루에 700만원을 쇼핑하면서 졸부가 아니라

품격 있는 부자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미안합니다. 잠깐 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금방 차 뺄게요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주차요원의 발언도 아쉽다. 그는 죄송한 것이 없다.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강조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사회적 약자라고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할 이유는 지구상

어떤 법전에도 없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모범대응은 지금 이렇게 주차하거나 대기하면 안 된다.

차를 빼거나 정상적으로 주차해야 한다고 말해 주차할 공간을 안내하거나 불가피하게 대기해야

한다면 1차적으로 대기할 수 있는 최소의 시간을 고지했어야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편집증의 특징으로 자신이 무시 받았다고 느낄 때 극도의 공격적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확인이 안됐기 때문에 어머니가 편집증 증세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잘못된 팩트(잘못된 주차위치)를 가지고 상황을 편집한 정황은 보인다.

그래서 주차요원은 쉐도우복싱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아니고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불필요하게 편집(오해이든 아니든)할 여지를 줄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후의 비극은 여기서 증폭됐다.

 

모녀의 매우 해괴한 논리

 

 

모녀의 발언을 듣다가 공통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말을 발견했다.

 

왜 내가 내 돈을 쓰면서 이런 경우를 당해야 하나

 

처음에는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 같았는데 모두 다른 상황에서 반복되는 말이었다. 생각해보자.

내가 돈을 쓰는 것(A)’내가 이런 경우를 당해야 하는 것(B)’의 인과관계는 없다.

‘A’‘B’는 거의 무관한 관계라 보는 것이 정확하다. 관계있는 경우가 있다.

만약 내가 돈을 내고 영화표를 구매했는데 극장에서 표를 강탈해 갔다면 그때 내가 돈을 쓰는데

이런 경우를 당해야 하나를 크게 외쳐야 한다. 그러나 모녀의 상황은 다르다.

돈을 썼는데 잘못 주차해 타인에게 불편을 일으키고 이런 경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돈을 쓰면 반드시 앞 뒤 전후사정 싹둑 자르고 내가 모욕당했다고 외칠 수 있을까.

 

핵심은 A이면 반드시 B이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다. 그리고 그 A내가 돈을 쓰면

이라는 것에 무서움마저 느끼게 한다. 당신은 모녀의 논리가 납득이 되는가.

도대체 어떤 교육과정을 거치면 이런 창의적인 발상을 얻게 되는 것일까.

 

여기서 예리한 사람이라면 돈을 지불하고 그것에 맞는 가치를 주장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모녀가 말하는 A이면 B이다가 왜 문제인지 다음 항목에서 준비했다.

 

▲ 백화점 어머니의 방송 역사상 역대급 발언

 

 

'제가 화난 상태에서는'과 '걔를 때리지 못하니까'는 하나로 연결된 문장이 아니다.

첫번째 박스와 두번째 박스는 방송에서 독립적으로 발언됐다.

사진 속 어머니의 목소리를 알기 쉽게 다시 풀어서 쓰겠다.

 

걔를 때리지 못하니까 내가 화난 상태에서는 '꿇어 앉아라. 꿇어앉아서 사과하라

라고 할 수 있죠. 나는 세상을 바로 잡고 싶어서 하는 것뿐입니다

 

풀어 쓴 이 발언은 악의적 편집이 아니다. 도치된 것을 정치했을 뿐이다.

이 항목은 길게 표현하지 않겠다. 정리만 한다.

 

"내가 화나면 남을 꿇어앉히고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세상을 바로 잡는 일이다."

 

정상인들에게 이 발언을 바라보는 시각의 시시비비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사족일 것이다.

 

모녀의 돈이면 B이다가 잘못된 이유는 그 돈을 쓰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마음에 담긴 논리,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개념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의 A이면 B이다가 먹히지 않자 어머니는 바닥에 드러누워 통곡을 했다.

심장이 냉각되는 사이코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이 발언은 최근 5년간 싱크탱커가 방송에서 들어본 모든 목소리 중에 가장

공포스러웠다. 공중파에서 한 인간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방송을 탔다는 게 놀랍다.

역시 이 목소리를 끌어낸 <그것이 알고싶다>는 대단하다. 비꼬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열렬한 팬이다. 어머니의 발언은 MBC의 방송 사고였던 내 귀에 도청장치

이후로 방송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을의 무릎을 꿇게 하는 사회

 

 

2015년 초반 대한민국 최대의 화두는 갑질이다.

그런데 갑질이라는 단어는 당하는 을이 있기에 성립될 수 있는 단어다.

 

대한민국은 을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사회인가. 백화점 모녀처럼 하루에 700만원을 못쓰면

을이 되는 것인가. 주차요원들은 아주 빠르게 자신들이 임을 인지했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공감으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생>에서도 을의 굴복은 생생하게 표현된다. 학창시절 친구와 쉽게

계약할 것으로 생각한 오과장은 친구로부터 오성식이 일 참 쉽게 하려고 하네라는 말을 듣고 난 뒤

표정이 얼어붙는다. 그리고 넥타이를 풀어주고, 썰렁한 농담에 가공의 웃음을 지으며 술을 접대한다.

 

다음날 오과장은 친구로부터 너는 학창시절 나에게 갑이었다. 그래서 나도 너한테 갑질 한번 했다

말을 들은 뒤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울면서 웃는다.

(옥상신은 정말 어려운 연기였는데 이성민이었기에 가능한 연기였다고 본다.)

 

 

<미생물>에서는 오과장을 패러디한 황현희가 자신의 구두를 벗고 안상태 앞에서 완벽하게 무릎을 꿇는

더욱 적나라한 장면으로 방송됐다. 대한항공 회항사건 때도 을은 무릎을 꿇었다.

이쯤 되면 세상의 모든 을의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질 만하다.

 

갑의 공격 성향도 더욱 높아진다. 송일국 매니저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 송일국의 부인 정승연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녀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됐다.

 

 

 

그녀는 감정이 격해보였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감정을 제어 못하면 자신도 모르게 본심이 나온다고 했다. 그녀의 입에서 인턴에 불과’ ‘4대 보험 따위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전형적인 갑의 언어였다. 참고로 그녀의 직업은 법을 적용하고 판단하는 대한민국의 판사다.

 

여기서 상상력이 발동됐다. 백화점 모녀, 미생과 미생물의 오과장 친구,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정승연 판사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이 극한 상황에 모여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크리에이터의 관점에서 결합을 해보자. 적용할 수 있는 실험결과도 있다.

 

갑들을 모두 모은 쥐의 계급실험을 한다면...

 

 

 

쥐는 인간의 DNA와 가장 비슷한 동물이다.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가 네이처에 발표한 보고서에는 인간의 DNA는 육식 동물보다는

쥐 같은 설치류와 더 비슷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쥐는 인간 행동학의 실험의 대상이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저서 <상상력사전>에도 쥐를 이용한 실험이 소개된다.

 

프랑스 낭시대학의 행동 생물학 연구소는 쥐들의 수영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Potential stock differences in the social behavior of rats in a situation of restricted access to food)

 

연구팀은 6마리의 쥐를 한 우리 안에 집어넣었다. 수영장 건너편에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서

쥐들은 수영을 해야만 했다. 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음과 같은 계급으로 나뉜 행동 결과를 보였다.

 

(1)착취형 (Exploiter rat) 2마리

수영을 안 한다. 피착취형 쥐들이 먹이를 가지고 오면 그들을 공격해서 빼앗아 먹는다.

 

(2)피착취형 (Exploited rat) 2마리

수영해서 가지고 온 먹이를 착취형에게 빼앗긴다. 착취형이 먹고 남은 먹이를 먹는다.

 

(3)독립형 (Autonomous rat) 1마리

스스로 수영해서 먹이를 가지고 온다. 빼앗기지도 않고 혼자 다 먹는다.

 

(4)무능력형 (Scapegoat rat 천덕꾸러기, 희생양형) 1마리

수영도 안하고, 먹이를 빼앗지도 못한다. 굶는다.

 

연구팀은 같은 조건의 우리를 더 만들어 실험을 해 보았지만 어느 우리에서나 결과는 똑같았다.

이 실험이 놀라운 것은 계급을 어떻게 분류해도 쥐들이

동일하게 4계급으로 나뉘어졌다는 점이다.

, 착취형 쥐 6마리만으로 실험을 하거나 무능력형 쥐 6마리만으로 테스트해도 착취형 2마리,

피착취형 2마리, 독립형 1마리, 무능력형 1마리로 역할이 재편성 됐다. 쥐들은 하나의 그룹이 형성되면

그들의 타고난 성향에 좌우되지 않고 필요한 계급이나 역할을 자연스럽게 떠맡았다.

 

여기서 주어를 쥐에서 인간으로 바꿔보자.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는가.

갑끼리 모여도 거기서도 갑과 을이 나눠진다.

을끼리 모여도 거기서도 갑과 을이 나눠진다.

인간이 먹고 살고 죽는 정말 극한 상황에 이르면 정승연 판사가 조현아 부사장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벌어질 수도, 그 반대도 일어날 수 있다.

 

 

백화점 어머니는 아르바이트생들보다도 높은 사람의 무릎을 항상 꿇리며 살아왔다고 했지만,

안 먹으면 죽는 상황이 오면 미생물 안상태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때도 남편이 나타나 해결해 주면 할 수 없겠지만.

 

중요한 실험이 또 이어진다.

 

이번에는 6마리가 아니라 무려 200마리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했다.

아비규환...쥐들은 밤새도록 물고 뜯고 싸우면서 역할을 재편했다.

무능력형으로 추정되는 3마리의 쥐들은 가죽이 벗겨진 채로 죽었다.

연구팀은 쥐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무능력형 쥐들에 가해지는 괴롭힘의 강도가 심해진다고 했다.

인간사회는 쥐들의 개체수보다 훨씬 많은 거대한 군집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쥐들의 뇌를 해부했다.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쥐들은 의외로

무능력형이나 피착취형이 아닌 착취형 쥐들이었다. 연구팀은 그들이 스스로의 지위를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결론은 나왔다.

 

그러니...

 

스트레스 안 받으려면 갑질 하지말자.

실증한다. 우리 사회는 최근 갑질 하면 스트레스를 못 이겨 앰뷸런스를 타거나

자신의 아버지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게 되거나 자신이 감옥에 가게 된다.

 

을의 태도도 중요하다.

미생 1회에서 장그래는 전화를 대신 받아준 안영희가 점심시간이 되자 장그래씨는 마마보이예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나요?” 라는 말을 듣자

순간 눈빛을 번쩍이며 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장그래 같은 사회적 약자 을도 아닐 때는 아니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당신이 필요에 의해서 또는 전략적으로 당하는 을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힘없이 그냥 당해주는 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By ThinkTanker (creationthinktank.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