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은 대부분 탄생과 함께 좋다.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쌓일수록 빛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클래식이 되고,
시간의 지층이 더욱 누적되면 명작이 된다.
반대로 별로라고 생각했던 음악이 시간이 흘러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이상우의 <슬픈 그림 같은 사랑>이 대표적이다.
매우 오래전에 들었던 이곡은 과거 히트곡이었으나, 그다지 귀를 자극하진 않았다.
곡의 멜로디는 괜찮았지만 이상우의 평범한 가창력(지나치게 평범했던 것이 역으로 그의 강점이
됐다고 생각한다.)때문인지 큰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몇 년 전 너무나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 소냐가 <불후의 명곡>에서 이 곡을 불렀다.
노래가 완전히 다르게 들렸다. 멜로디의 서정성이 극대화됐다. 소냐의 목소리는 국내 여성 보컬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젊고 예쁜 엄마가 어린 아들에게 속삭여주는 듯 한 착한 목소리가 남자의 원초적
마음을 흔든다. 소냐는 노래의 기승전결도 효과적으로 구성한다. 감동의 아이콘이라 알려진 대로
곡에 강한 울림을 싣는다. 다시 들어보니 곡 자체가 훌륭했음을 알게됐다.
불후의 명곡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정동하와 고 김현식이 가상 듀엣으로 부른 ‘비처럼 음악처럼’이었다.
하늘에 있는 김현식이 화면 속에 비치고 그의 음악에 맞춰 정동하가 함께 노래를 했다.
엄청난 감동이었다.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역대급 필름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PD인지 작가인지 누가 처음 이 아이디어를 구성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크리에이터다.
다시 볼 수 없는 가수들을 현실의 가수와 혼합하여 ‘레전드7’이라는 걸작을 완성했다.
편집의 힘을 보여줬다. 창의성의 역량이 브라운관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 따라 해봤다. 음악을 편집한다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크리에이티브한 것은
일단은 모방이다. 창조적 모방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불후의 명곡에서 실제로 이상우 앞에서 소냐가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그때 함께 곡을 부른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이 무모한 작업을 불렀다.
이상우와 소냐의 가상 듀엣은 NBA MIX를 만들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업 자체는 쉬웠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완성도를 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상우의 노래 속도에 비해 소냐가 원곡에 비해 90%정도의 속도로 느리게 불렀기 때문에
두 사람의 싱크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더 둘의 합성 장면을 넣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완성된 영상을 보니 곡의 훌륭함으로 미약함을 가까스로 가렸으나
만족스럽지는 않은 퀄리티다.
그러나 가상 듀엣 첫 작업이라는 것에 의미를 둔다. 다음에는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되면 창조가 아니다. 크리에이터의 길은 비포장도로 이어야 한다.
By ThinkTanker (http://creationthinktank.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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