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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 창조적 글쓰기

'전쟁의 4가지 시선'으로 본 장그래(乙)의 승리

 

(사진: 드라마<미생>캡쳐, Edit By ThinkTanker)

 

 

[장그래 신입 vs 박종식 과장, ‘을 어떻게 이겼나]

 

 

지난 글(<전쟁의 탄생>, 잊지 말아야 할 4가지 시선)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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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군복만 입고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옷이라도 입고 있으면 그 옷은 전투복이 될 수 있다.

직장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알몸이어도 사우나에서 누군가와 시비가 붙을 수 있다.

 

삶이라는 전쟁터는 지구상 거의 모든 문학에 등장하는 가장 흔한 0순위 무대다.

그래서 <전쟁의 탄생>이 제시하는 전쟁의 4가지 시선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과 싸울 수 있는 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공감으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생>에서 가장 극적인 전쟁 장면은 신입사원 장그래와

박종식 과장 간의 싸움이다. 이 전쟁은 의 전쟁과 흡사했다. 원래 전쟁이란

같은 전력끼리 붙는 일보다 힘의 차이가 나는 전쟁일수록 극적이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 장그래의 승리로 끝났다. 박과장은 무엇을 잘못 바라봤고 장그래는 무엇을 잘 바라봤을까.

이 싸움과 유사한 경험은 누구나에게 닥쳐올 수 있다.

 

(1) 지도자가 바라보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 (거울을 보는 나)

 

 

히틀러는 독일을 세계의 지배민족으로 생각했다. “, 네가 그 낙하산 계약직?”

박과장도 자신이 장그래를 쉽게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울을 보는 박과장은 자기도취에 빠진 나르키소스였다. 그는 과거 철강팀의 에이스로 회사에서 중동통으로 통했다.

요르단 12천만 달러 계약은 전설로 남았다. “벌써 무슨 일을, 나온 지 사흘밖에 안됐는데.”

영업3팀에 배치되자 그는 팀원들과 파워 게임을 벌인다. 위압적이고 태만한 업무태도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일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불만이 많다. 직장에서의 성과가 자신의 보상으로 크게 돌아오지 않자 유령회사를 만들어 사적 이익을 취한다. 동료와 회사를 우습게 여긴 나머지 얼마든지 세상을 마음대로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희망이었지만 동시에 망상이었다.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하면 죽을 수 있다. 나르키소스도 결국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홀려서 물에 빠져 죽었다.

 

거울을 보는 장그래는 이런 박과장 앞에서 당해주는 을('을'은 무릎을 꿇어야 하는 사회)이 된다.

아직까지 자신의 얼굴에 특별한 표정을 입히지 않는다.

순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2) 적의 성격을 보는 지도자의 과점 (적을 향한 거시적 관점)

 

 

히틀러는 소련을 전혀 몰랐다. 노예로 부려 먹을 수 있는 인간 이하의 야만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로 생각했다. 장그래를 바라보는 박과장도 다르지 않았다. 상대의 깊이와 정체성에 대한 어떠한 고민도 없었다. 고졸이라며? 쟤는 어떻게 붙은 거예요? 끗발도 별로라면서.”

고졸도 아니고 검정고시 출신이라며?” “예쁘장하니까 얼굴마담 하면 되겠다.” 박과장에게 장그래는 단순한 고졸 인간이었다. 그러나 적을 얕보면 총알은 언제나 뒤에서 날아온다.

 

사람이 왜 그래? 싫으면 싫다는 말을 확실히 해. 도대체 어떤 과거가 있으면 이렇게

희생적일 수 있는 거야.” 보다 못한 김동식 대리는 장그래를 다그쳤다.

하지만 장그래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포커페이스. 마운드 위의 오승환이었다.

 

눈이 살아있었다. 적의 캐릭터를 관찰했다. 적은 부장 앞에서는 90도 인사로 아첨하고 돌아서면 약자를 성희롱 하고 핍박을 가하는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비겁한 이중형 인간이었다. 사업을 확장한다고 하자 적이 욕심내는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박과장이 작성한 계약서가 이상했다. 대기업의 욕심이 보이지 않았다. 반격의 기회는 상대에 대한 정확한 전력 분석에서 나온다.

 

(3) 자신을 향한 적의 의도에 대한 지도자의 관점 (공격의 타이밍)

 

 

저자인 존 G. 스토신저는 "지도자가 적이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역사상 가장 야만적인 종교전쟁을 벌인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는 서로 상대방을 자신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되는 존재로 생각했다.

미생의 이 전쟁도 전투의 타이밍이 왔다.

 

계약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것을 알아차린 박과장은 역류를 일으켰다.

내 것 빠그러트리겠다고 너희들 수작 부리는 거지!” 이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야.”

오상식 꽁지나 쫓는 새끼.” 적이 장그래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아군의 수장을 모욕했다.

 

장그래는 집에 돌아와 바둑의 공격 노트를 꺼내들고 자신이 기록한 문장을 읽었다.

상대의 역류에 반응할 때가 왔다. 적진 깊숙이 뛰어들 때는 이쪽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일단 전진하면 실패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상대가 죽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시작한 전쟁은 필사적이어야 한다. 쉽지 않다.

호랑이 등에 타게 되면 안전한 장소를 골라 내리는 것은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공격의 타이밍을 잘 잡으면 안전한 장소에 내려 호랑이의 목을 밸 수 있다.

 

(4) 지도자가 적의 능력과 힘을 보는 관점 (적을 향한 미시적 관점)

 

 

<전쟁의 탄생> 은 각각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적어도 한 국가는 다른 국가의 힘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기록한다. 적을 향한 미시적 관점이 잘못되면 필패의 지름길이 된다.

박과장은 장그래의 역량을 과소평가했다.캐파(capacity)가 안 돼? 대단한 서포트 필요 없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할 수 있는 일 시키지. 정말 듣던 대로 미달 신입이네.”

AS가 뭔지 알아? 냉장고 수선하는 게 AS가 아니야.”

 

(3)번의 시각이 잘못되면 (4)번의 시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만하면서 시야가 좁아진다.

맥아더는 한국전쟁에서 자신의 정보계통을 이용해 중국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전쟁을 2년 동안 연장하게 됐다.

박과장도 비슷했다. 계약의 문제점이 노출됐으면 위험을 감지하고 미리 손을 쓸 수 있었다.

장그래가 단시간 내에 원하는 서류를 준비하고, 무역 용어 테스트에서 막힘없이 답변하는 모습을 봤다면 적의 숨은 능력을 인지할 수 있었다.

 

장그래는 흥분하는 적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감사가 조여오자 박과장은 극도로 흥분하며

벼랑 끝으로 스스로 걸어갔다. 하나의 수는 그 직전의 수가 원인이 된다. 지금 이 수가

왜 놓였는지를 이해하려면 그 전의 수를 봐야 한다. 상대가 반발하는 것을 이해하려면

지금까지의 수 중에 무엇이 아팠는지 알아야 한다.”

장그래는 녹취를 하고 계약서의 이름을 따졌다. 그리고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장그래... 너 이 새끼...”

 

엄청난 비리가 발각된 박과장의 대역전패였다.

 

베트남을 비극으로 떠올린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의 말을 박과장에게 그대로 차용하자면

나는 행복하게 위대한 편법과 결혼했고, 그리고 장그래라 불리는 몹쓸 것이 찾아와

모든 것을 망쳤다가 됐다.

 

 

살면서 전쟁은 피할 수 없다. 그럼 전쟁의 치료제는 있을까. 

스토신저는 가장 비극적인 진실의 단면은 전쟁 그 자체가 현실의 가장 큰 스승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이 전쟁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라고 말했다.

 

마지막 문장만 살짝 바꾸고 싶다.

 

전쟁은 그 자체가 현실의 가장 큰 스승으로 남는다. 따라서

냉철하게 진단한 4가지 시선으로 임하는 전쟁이 전쟁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다.

 

 

By ThinkTanker (http://creationthinktank.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