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펠론>은 높은 평점에 비해 그다지 많이 알려진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영화의 명성을 뛰어넘는 매우 유명한 대사가 있다.
“When your life is defined by a single action, it changes the concept of time.”
단 한 번의 행위로 사람의 삶이 영원히 정해져버린다면, 시간의 개념이 바뀐다.
여기 단 한 번의 행위로 비슷하게 시간의 개념이 바뀐 3명의 남자가 있다.
먼저 Before 사진이다. 지하철 광고에 나오는 성형수술 홍보 사진은 아니다.
1번 사진 속 남자는 넓은 이마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인상적이진 않다. 그냥 평범하다. MBC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의 외국인 재연 배우처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얼굴이다. 유니폼을 입고 있다면 NBA의 주전은 아닌, 남유럽 계열의 백업 포인트 가드나 메이저리그의 발 빠른 전문 대주자는 맡았을 것 같은 외모다. 그래도 이 남자는 이 얼굴로 2000년 <티핑포인트>라는 희대의 명저를 쓰며 새로운 밀레니엄을 알렸다. 그러나 아직은 미완의 대기. 티핑포인트가 사회학 용어가 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2번 사진은 평범을 넘어 도시의 어느 사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만년 과장의 얼굴이다.
또는 아파트 단지 슈퍼 앞에서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 끼어들어 수다를 떨 수 있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저씨의 완벽 외양이다. 그래도 독일에서 엄청 열심히 공부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상은 박사였다. 국내에 생소한 문화심리학을 들여와 의욕적으로
2003년 <휴테크 성공학>이라는 개성 있는 책을 냈는데 사진은 개성 없는 2번 사진을 넣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스스로 이 책을 절판시킨다.
3번 사진은 아이돌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미소년의 얼굴이다. 이 사진은 자신의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으로 그는 연예인이다. 하지만 미남인 듯 미남 아닌 미남 같은 미남이다.
단박에 기억날 마스크로는 2% 부족해 보인다. 이 남자는 2007년 연기를 시작해
영화 ‘역린’, ‘표적’, ‘방황하는 칼날’ 등에서 열연했지만 얼굴을 널리 알리지 못했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는 달랐다. 관객들에게 섬뜩한 기운을 안겨줬다.
얼굴이 아닌 목소리로만.
3명의 남자는 이후 단 한 번의 행위로 자신의 삶을 확 뜨게 만들며 유명인이 됐다.
시간의 개념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 단 한 번의 행위는 미용실에 걸어가 “파마로 해주세요” 이었다.
After 사진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하철 광고에 나오는 성형수술 홍보 사진은 아니다.
1번 남자는 이 머리 스타일을 한 뒤 인상의 변화를 느꼈다. 경찰들에게 자주 속도위반
딱지를 떼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테러범이라고 오해까지 받았다.
거기서 티핑포인트가 점화됐다. 그는 작은 변화, 그 ‘첫인상’의 의미심장하고
괴이한 직관의 힘을 보면서 두 번째 책 <블링크>를 쓴다. 이 책이 탄력을 받고
후속작 <아웃라이어>까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는 경영학의 구루가 됐다.
출판계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필적하는 크리에이터의 상징이 된 1번 남자의 바뀐 머리를
다시보니 아인슈타인과 유사한 느낌이 난다. 창의성의 촉수처럼 머리카락이 뻗어 나온다.
파마 때문이다.
2번 얼굴은 40대 초반 대학 교수로 재직 중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파마를 통해 탈모를 가렸다. 처음에는 조금만 머리를 말았는데
슈베르트 분위기가 나는 것을 느꼈다. 이후 외모에 눈을 뜨며 안경도 동그란 모양으로 바꾸면서 스타일이 완성됐다. <명작스캔들>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해도 머리 때문인지 의외로 잘 어울렸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이라는 아슬아슬한 제목의 책이 연달아 히트한다. 그리고 갑자기 교수직을 벗고 일본으로 그림을 공부하러 가더니 지난해 ‘에디톨로지’라는 창의성 장르에 중요한 책을 펴내며 왕성한 크리에이터의 면모를 선보였다. 2012년 한 방송에서 그는 “내 인생을 둘로 나누면 파마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3번 남자도 마찬가지다. 자발적으로 파마를 한 것은 아니었다. tvN 드라마 ‘미생’을 위해
처음 파마를 했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는 “여성분들이 대단하다. (파마를 위해)
뜨거운 물, 차가운 물을 부었다 잡지를 보며 기다렸다. 인고의 시간을 버티는 게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배우 인생에서 인고의 시간을 버텨왔다. 그리고 떴다.
김동식 대리의 파마머리로 시청자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이었다. 힘들면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싶은 너그러운 선배로 편안하게 다가왔다. 머리는 뽀글뽀글 구부렸는데 반대로 인생은 그때부터 풀렸다.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은 이제 진부한 말이다.
그러나 어떤 외모가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경쟁력을 가져다주는 지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3명은 그 답을 파마에서 정확히 찾았다. 이들이 성공한 이유가 단순히 파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2번 남자가 “외모의 변화가 준 자신감이 내면의 상승을 가져왔다”고 말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여러 뇌 과학자들은 인간이 뇌에서 먼저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보다 행동이 먼저 일어나고 뇌가 뒤따라 반응하는 경우도 많다고 이야기 한다.
이들의 파마가 가져온 변화가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연쇄적으로 새로운 창의성을 뇌에 불어넣지는 않았을까.
1번 남자는 파마를 하고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실마리를 얻었다.
2번 남자는 파마를 하고 언변과 저술의 힘이 극대화됐다.
3번 남자는 파마를 하고 캐릭터에 몰입을 하며 번득이는 히트 애드리브를 양산했다.
사람의 머리카락 개수는 평균 100,000개 가량이다. 이것을 어떻게 배열 하냐에 따라 자신의 창의성 능력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파마로 시간의 개념이 바뀐 사진 속 인물들의 실명을 공개한다.
1번 말콤 글래드웰, 2번 김정운 3번 김대명이다.
By ThinkTanker (http://creationthinktank.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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