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조적 기법

사회가 원하는 정보는 무엇인가...강균성이 보여준 폭발력

 

(사진: 강균성과 라존 론도 / MBC & NBA2K15)

 

 

[강균성과 라존 론도가 알려준 진실...'1 vs 100']

 

저녁에 PC를 켜고 블로그 로그 분석을 보다 나는 표류했다. 모니터에 비친 숫자와 단어가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의 손에 놓인 생리대처럼 생소하고 당혹스러웠다.

 

<창조의 재료탱크> 블로그는 다양한 재료를 창조의 탱크 안에 넣기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2015212일 오늘은 이 탱크 안에 거의 단 하나의 재료만이 탱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강균성, 강균성, 강균성...

 

언뜻 보면 강균성 팬 사이트 같았다. 로그 분석 리스트는 이 강균성이라는 이름으로 온통 도배가 됐다. 강균성은 싱크탱커의 블로그에 개설 이후 파워블로거의 하루 방문자와 조회수에 버금가는 통계를 만들어줬다. 유튜브 조회수는 1시간에 1,400명이 볼 정도로 가공할 만 했다.

 

그는 지난 11일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독특한 입담과 함께 소찬휘의 Tears를 완벽히 노래했고 이 장면이 재미있어 글을 쓰고 소찬휘의 원곡을 믹싱 하여 영상을 올렸다. 뭔가 사람들이 많이 볼 것 같다는 어렴풋한 예측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영상과 글 작성을 모두 합쳐 내가 들인 시간은 대략 1시간이었다. 211초의 짧은 영상, 1,911자로 된 보통 길이의 포스팅이었다. 그렇게 공을 들인 작업은 아니었다. 매우 평범한 글과 영상이었다. 다음(Daum) 또는 티스토리의 메인이나 뷰페이지 어디에도 나의 포스팅은 노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1시간의 파급력은 막강했다.

 

정작 내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영상은 2달 여전에 만든 아래의 동영상 NBA(미국프로농구) 선수 라존 론도의 NBA2K15 MIX였다. 이 영상은 정말 많은 노력이 투입됐다. 음악 멜로디의 고저와 빠르기에 론도의 움직임을 맞추기 위해 몇 번을 만들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심지어 3초간 음악에 14개의 영상을 넣기도 했고, 심지어 실제 론도의 NBA영상을 게임 속 움직임과 똑같이 플레이하고 동선을 반복하여 편집했다.

 

3분짜리 영상에 총 124개의 컷이 들어갔고 수십 개의 영상 효과가 적용됐다. 이 영상에 투입된 시간은 자투리 시간을 합해 4일에 육박하는 100시간 정도가 걸렸다. 평가는 대체적으로 좋았다.(그러나 고작 좋아요 7’) 많은 사람들이 봐주기를 원했지만 2달 동안 조회수는 1,501. 그동안 내가 만든 38개의 동영상 조회수를 모두 합쳐도 단 하루 동안의 강균성 영상 하나의 조회수에도 크게 못 미쳤다. 1 vs 100의 싸움에서 100시간의 노력은 1시간의 노력에 참패했다.

 

(많은 노력이 투입된 라존 론도 영상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고로 잘 만든 영상)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사회가 원하는 정보는 무엇인가. 그리고 또 어떻게 사회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 볼 수 있을까.

 

물론 엄밀하게 이 블로그가 사회가 원하는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창조의 재료탱크>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편집하기 위한 도구가 되거나 창의성과 창조적 삶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심이다. 하지만 블로그가 만들어 내는 가치가 동시에 사회가 원하는 정보에 맞닿아 있다면 이처럼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두 가지가 우선적으로 떠올랐다. 첫 번째는 사회가 원하는 정보는 지난 포스팅(박진영의 음학·음악, 블로그의 문학·문악)에서 밝힌 것처럼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학(文學)이 아닌 문악(文樂)이 되어야 한다. 론도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론도의 비하인드 페이크 백드리블을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NBA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 론도를 알겠지만 마이클 조던과 마지막 승부 시대 이후 한국의 NBA는 마니아들만의 스포츠로 많이 조정됐다. 나의 부모님도 조던은 아시지만 코비 브라이언트나 르브론 제임스는 모르신다. 론도 역시 범용적인 정보가 아니다. 론도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빈스 디콜라의 <Training Montage>는 한 번쯤 들어봤을 명곡이지만, 쉽게 곡목까지 알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다.

 

반면 소찬휘의 'Tears'는 누구나 안다. 어려운 곡이지만 여자들이 도전하기를 시도하는 곡이다. 그런데 이곡을 남자가 불렀다? 이것은 사람이 개를 물면 관심을 갖게 된다는 주목의 포인트가 된다. 여기에 강균성은 3개의 목소리로 바꿔가며 재미까지 입혔다. 쉽게 눈과 귀를 잡아끌었다. 이것만으로도 관심 받을 정보로서의 자격은 충분했다.

 

두 번째는 정보를 만드는 주체가 크리에이터일 때 더욱 정보에 생명력이 살아나며 이로 인해 평범한 정보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 MBC)

 

강균성. 이 남자, 심상치 않다. 그의 라디오스타의 모습은 크리에이터의 자질을 크게 느끼게 해줬다. 강균성은 이날 10년 전 박진영의 에피소드를 10분전 화면처럼 생동감을 불어넣는 고난도 기술을 보여줬다. 박진영의 <난 여자가 있는데> 실수담을 타령+음이탈+당황+타잔 소리로 4등분하여 묘사했는데 이는 뛰어난 창조자들의 능력인 세밀한 관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만약 같은 박진영 에피소드를 목격한 다른 사람이었다면 강균성처럼 주목받는 정보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이후 하이라이트였던 소찬휘 Tears 합성 모창은 박진영 에피소드의 연장선인 퍼포먼스였다. 감히 예측 컨데 강균성은 향후 예능계에서 주목할 만한 기대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포털의 기록을 보니 '크리에이터' 강균성은 12일 거의 24시간 동안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서 사라지지 않고 유명해져 있었다.

 

이 두 가지 사회가 원하는 정보의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 정보를 재창조 혹은 마케팅 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100시간이 아니라 1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균성 사례는 시사한다. 물론, 이것이 사회가 원하는 정보의 조건을 갖췄다고 정확하게 포착해야 한다는 중요한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앤디 워홀은 미래에는 누구나 15분간 유명해 질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조금 더 바꿀 수 있다.

 

미래에는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24시간 동안 유명해 질 수 있다.”

 

By ThinkTanker

 

 

라디오스타와 강균성, 소찬휘 Tears가 알려준 창의성 아이디어

 

 

[BOX] 하루의 바람 (Wind Of The Day)

 

오늘 블로그에 일어난 대규모 트래픽 발생은 하룻밤에 불었던 바람과도 같은 것임을 안다. 아마도 내일이면 썰물처럼 방문자는 빠져나갈 것이다. 이는 사실 내가 지향하는 방향은 아니다. 예전 공지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 블로그는 실시간 이슈나 검색어를 따라가는 블로그가 아니다.

 

혹시나 이슈성 글이 올라온다면 이는 순전히 우연의 산물이거나 그날 싱크탱커의 감성이 어쩌다 그곳에 이르게 됐다는 것임을 밝혀둔다. 방문자도 점진적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쓰다보니 2달여간 거의 매일 1,500~ 6,000자 내외의 1개 포스팅을 하고 있지만 전업 블로거가 아니기에 <창조의 재료탱크>는 포스팅이 항상 이루어지고 주기가 규칙적이 되기는 힘든 블로그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포스팅이 중단되거나 안보여도 혹시나 즐겨 방문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당혹스럽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블로그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초에는 일주일에 한 번 8,000자에서 1만자 이상의 긴 분석 포스팅, 그것도 비공개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래도 오늘의 일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울러 미약한 블로그 (악플이라도 원하는데 어떠한 댓글조차 달리지 않는 이 블로그!)에 방문하시고 글을 읽고 부족한 동영상을 보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100시간의 노력이 1시간의 노력에 참패했다고 했지만, 100시간 자체가 무가치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론도의 영상이 없었다면 강균성의 영상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By Think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