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MBC)
[한 명이 하나의 곡을 3개의 목소리로 부르는 효과]
창의성 아이디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굴 할 수 있다.
누워서 TV를 보다가 남자의 고음에 귀가 놀랐다. ‘라디오스타’ 게스트로 출연한 노을의 강균성이 소찬휘의<Tears>를 완벽하게 노래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즐기면서 매우 편하게 불렀다.
소찬휘의 Tears가 어떤 노래인가. 노래 좀 한다는 여자들도 “잔인한”은 통과하지만 “너는 내안에 있어”의 마의 문턱에서 좌절시킨다는 그 잔인한 노래 아닌가.
강균성은 놀라웠다. 남자임에도 키가 높은 여자가수 소찬휘의 이 어려운 노래를 같은 키로 불렀다. 아래의 영상을 보면 느끼겠지만 같이 수록한 소찬휘의 원곡을 들어보면 오히려 더 높게 불렀다는 느낌마저 든다. 가성도 아니고 진성이었다. 강균성은 남자들의 유사한 고음 끝판왕 스틸하트의 <쉬즈곤 (she's gone)>의 Lady~ 와 같은 3옥타브 솔까지 부를 수 있다고 했다.
강균성이 최근 부른 드라마 <펀치>의 OST ‘그대 없는 날들’을 들어보고 이 가수가 고음을 원래 무리 없이 소화하는 가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고음을 잘 부른다고 꼭 좋은 가수는 아니지만 일단 높은 음이 잘 올라가면 가수로서 소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그런데 강균성의 고음보다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강균성의 노래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하나의 곡을 부르면서 김경호와 김장훈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 3개의 다른 음성으로 같은 곡을 불렀다. 매우 신선한 모창 합성이었다.
왜 항상 재창조는 이렇듯 언제나 3개의 요소가 비빔밥처럼 섞여 있을까.
이렇게 부르니 매우 색다르게 들렸다. 그리고 강균성의 이 아이디어를 여러 가지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 김정운 박사는 TV강연과 그의 책 <에디톨로지>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레너드 번스타인이 베토벤의 교향곡을 다른 속도로 지휘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카라얀의 창조적 기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두 명의 지휘자가 연주하는 같은 교향곡을 섞으면 어떤 곡이 될까. 여기서 푸르트 벵글러까지 포함해 3인의 지휘자가 같은 현악기 음색을 내는 베토벤 곡의 특정 부분을 합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비틀즈 곡은 수많은 리메이크 버전이 있다. 킹스싱어즈의 아카펠라는 물론, 특히 클래식 관현악을 쓴 곡도 상당수다. 팝송 작곡가들이 꼽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팝송 비틀즈의 <In My Life>를 제이슨 뮤라즈 버전의 곡과 폴 메카트니 원곡,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가상 협연이 이루어지면 곡은 어떻게 들릴까.
음악뿐만이 아니다. 만약 어떤 하나의 주제를 놓고 글을 쓸 때 매우 이질적인 3가지 문체를 쓰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동일인의 문체는 대부분 하나로 수렴되지만 의식적으로 문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소설에서 종종 쓰이는 기법인 ‘시점의 다각화’도 추가할 수 있다. 하나의 현상을 놓고 전지적 작가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등으로 바꿔서 하나의 텍스트에 합성이 가능하다.
한 명이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3가지 측면은 인간이 원래 가진 본성인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지킬박사와 하이드’다.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라는 자아가 있고 이를 통하는 본래의 나라는 창문이 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자아, 초자아, 이드 역시 우리 마음의 3가지 얼굴을 담은 이론이다. 이를 차용하면 여러 가지 창조물에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사진 : 강균성의 마인드맵 By ThinkTanker)
앞으로 이상의 언급한 상상들을 시간을 두고 <창조의 재료탱크>에서 시도해보겠다.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는 이래서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웃음도 주지만 가끔은 그 어딘가에서 숨어있는 생각을 꺼내주거나 창의성 아이디어를 낚을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이름처럼 ‘황금어장’ 인가.
By ThinkT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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